천상병 시인이 ‘내 한 가지뿐인 즐거움’이라 부른 막걸리. 막걸리가 올라간 술상, 아닌 밥상의 옛 풍경은 대략 이렇다. 논두렁에 펼쳐진 새참 밥상. 막걸리 한 대접을 벌꺽벌꺽 들이마시곤 손등으로 입 주변을 멋지게 훔쳐내는 사나이가 그려진다. 짧은 휴식 가운데 막걸리 한 대접을 즐기는 ‘폼생폼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입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톡 뱉어보니 올챙이다. 막걸리 심부름 온 꼬맹이가 홀짝홀짝 마시다가 줄어든 양만큼 논물로 채운 게다. 그렇게 모내기 들판에서 시작해 허름한 대폿집, 민속주점의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기며 서민들의 웃고 우는 삶과 함께한 술이 바로 막걸리다. 그런 막걸리가 요즘 달라졌다. 서민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우리 술 전문점’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절기별, 지방별 특산 막걸리부터 새콤달콤한 과일 슬러시 막걸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시뻘건 김치 쪼가리에 부침개 한 장이 전부였던 안주 상차림도 세련되고 화려해졌다. 올해는 소주, 맥주, 와인은 살짝 옆으로 밀어놓고 막걸리로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술을 술술 부르는 맛있는 요리는 기본이고, 분위기 내기 좋은 장소들로 골라봤다.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수제 막걸릿집.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가지 맛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숙성기간이 길어져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고 맛도 깊다. 발효 기간이 짧은 ‘봄’은 신선하고 가벼운 맛, ‘여름’은 상큼하고 경쾌한 탄산감, ‘가을’은 쌉쌀하면서 강한 맛, ‘겨울’은 알싸하고 완숙한 맛으로 여운이 길다. 막걸리와 어우러지는 안주 메뉴도 눈길을 끈다. 느린마을만의 훈증법으로 숙성시킨 '양조장 돼지 목살 구이'와 소볼살과 훈제오리, 돼지고기를 보쌈으로 먹는 '느린마을 보쌈'이 대표적이다. 기본 안주로는 막걸리를 거르고 남은 지게미로 만든 과자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27길 7-9(양재 본점) / 02-579-7710 건물 전체가 온전히 우리 술을 위해 꾸며졌다. 취급하는 우리 술의 가짓수는 무려 200여 종. 국내 술집 가운데 최고의 리스트다. 우리 전통주를 구분하는 세 종류 탁주(막걸리), 약주(맑은 술), 소주(증류주)를 모두 갖췄다. 메뉴판 앞쪽의 판매 순위 리스트를 참고하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 최근 가장 많이 팔린 탁주는 양산 이화백주로, 탄산이 섞여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막걸리계의 샴페인’으로 알려졌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안주 메뉴가 화려하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1인당 5만원은 각오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9 / 02-540-7644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이름을 올린 막걸릿집. 경리단길 뒷골목 끝자락에 자리했다. 틀에 박힌 전통주점이 아닌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한식 술집의 멋을 보여준다. 인테리어, 음식, 식기 등에서 독특한 색과 맛이 묻어난다. 막걸리 외에 여러 가지 전통 소주와 약주 등도 갖췄다. 메뉴판에 주류 맵을 그려둬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술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재료를 바꿔가며 메뉴를 꾸리기 때문에 독특한 제철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작은 사이즈의 주전부리 안주가 별도로 준비돼 있어 가볍게 한잔하기에도 부담 없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 / 010-9965-5112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다양한 전을 선보인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부침개 냄새에 군침이 확 돈다.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주문 즉시 부쳐내 바삭하면서도 촉촉하다. 모둠전을 주문하면 김치전, 동태전, 두부전, 깻잎전, 오징어전 등이 기다란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온다. 가평 잣 막걸리, 공주 알밤 막걸리, 제주 우도 땅콩 막걸리 등 지역별로 엄선한 막걸리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매장에서 직접 블렌딩한 하우스 막걸리도 인기가 좋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22 / 02-548-1461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 위 정보는 2020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