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밤, 마음 통하는 사람끼리 술 한잔 나누기 좋은 계절이다. 충주에 가면 고민할 것도 없이 청명주와 사과와인을 청한다. 맑고 향기로운 청명주에는 담백한 오리백숙에 백김치가 제격이고, 달콤한 사과와인에는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송어비빔회가 상큼하다. 맛깔스러운 충주 토속음식에 향기로운 청명주와 사과와인, 누구와 마셔도 따뜻하고 근사하다.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에는 대를 이어 전통민속주인 청명주를 빚는 중원 청명주 양조장이 있다. 100년 넘는 한옥이 있는 마당을 지나면 현대식으로 꾸며진 양조장에서 청명주가 만들어진다. 중원 청명주는 하늘이 차츰 맑아지기 시작하는 청명에 마시던 절기주다. 24절기 중 청명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따뜻한 4월 초순이다. 추운 겨울에 담가서 100일을 숙성시켜 신록이 우거지는 봄날에 마셨던 청명주는 알코올 도수 17%의 부드럽고 맑은 술이다.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덕분에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차갑게 마시면 맛이 더 좋다. 맑고 깨끗한 청명주를 한 모금 마시면 달콤하고 은은한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누룩의 밀 껍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우러나온 풍미가 깊고 향기롭다. 맑고 향긋한 청명주는 찹쌀과 누룩 그리고 충주의 깨끗한 물이 만나 자연의 맛을 낸다.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 김해 김씨 문중의 《향전록》에 기록된 청명주는 오랫동안 전통으로 내려온 가양주에서 문화재로 인정받아 4대째 이어오는 명주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빚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청명주는 색과 향과 맛이 좋아 사대부 집안에서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던 술이다. 1993년 김영기 옹이 청명주 제조 기능 보유자와 충북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돼 고유의 비법을 아들 김영섭 씨에게 전수했다. 청명주를 빚는 방법은 《성호사설》과 《청명주 변증설》 등 고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향전록》에 기록된 제조법을 충실히 따른다. 그 내용을 보면, “남한강 유역 지하의 수살매기 물에 순 찹쌀과 재래종 통밀로 만든 누룩을 써서 저온에서 약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켜 빚는다”고 적혀 있다. 현대화한 온도 조절 시설 덕분에 숙성기간을 30일로 줄였고, 재래식 누룩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개량 누룩으로 새로운 제조법을 시도하는 등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어 청명주 체험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중앙탑오리집에서 맛보는 오리백숙은 특별하다. 맑은 육수에 보글보글 끓여낸 오리백숙을 직원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먹기 좋게 담아준다. 뼈를 발라낸 살코기와 신선한 내장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쫄깃한 살코기와 고소한 내장은 시원한 백김치와 찰떡궁합이다. 쫄깃하고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질 때, 맑고 향긋한 청명주 한 잔을 곁들이면 절묘한 맛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청명주는 약주라서 빈대떡과 산적 등 전통 음식과 얼큰한 민물고기매운탕에도 잘 어울리고 과일을 곁들여도 풍미가 좋다.중앙탑 인근에 자리잡은 지 30년을 훌쩍 넘긴 중앙탑오리집은 충주의 ‘대물림식당’이다. 명절 때마다 고마운 분들에게 청명주를 선물한다는 주인 내외의 청명주 사랑은 극진하다. 청명주에 잘 어울리는 오리백숙은 신선한 오리고기를 맑고 담백하게 끓여낸다. 밥상에 올리는 채소는 모두 직접 농사지은 것들이다. 종갓집 며느리인 안주인의 깊은 손맛으로 탄생한 오리백숙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맛을 낸다. 해마다 가을이면 고추장과 된장을 직접 담가 상에 낸다. 풋고추에 곁들여 내는 거무스레한 집된장은 색과 맛이 믿음직하다. 음성과 진천에서 공수해오는 오리는 염통, 간, 모래집까지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 신선하다. 오리백숙은 더덕으로 단맛을 내고 밤, 대추, 엄나무 등을 넣어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엄나무가 고기 색깔을 먹음직스럽게 해주고 냄새까지 잡아주니 일거양득이다. 백숙과 육수를 즐기고 나면 구수한 누룽지 맛이 나는 찹쌀밥을 넣어 죽을 끓여 먹는다. 5월부터 늦여름까지 보양식으로 가장 사랑받는다지만, 사실 언제 먹어도 든든하고 맛있다. 영업시간 10:00~21:00, 명절 3일 휴무, 오리백숙 4만 원. 충주에서 사과를 한번 맛본 사람은 단박에 충주사과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충주사과는 아삭하고 달콤하고 향긋한 사과의 미덕을 고루 갖추었다. 그렇게 맛있는 사과로 와인을 만든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래서 100% 사과발효주인 사과와인은 이름도 ‘사랑할 때’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이나 친구 등 누구와도 부담없이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1986년부터 막걸리를 제조한 중원양조는 2007년 사과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과 과수원과 양조장이 있어 수월하게 시작했지만, 사과마다 산도와 당도가 달라 일정한 와인 맛을 지키기 위해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다 보니 기계화된 설비로 모두 바꿨다. 사과와인 제조장에는 5톤 용량의 대형 탱크가 놓여 있다. 저온냉장고에서 4개월 이상 발효 후 1년 동안 숙성시키는 제조실에 들어서면 상큼한 사과향이 은은하다. 충주사과 99%로 만드는 사과와인은 충주에서 만든 첫 번째 사과술이다. 사과와인 ‘사랑할 때’는 알코올 도수 12%와 20% 두 가지다. 다양한 맛을 선호하는 외국인 취향에 잘 맞아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다. 2013 샌프란시스코 인터내셔널 와인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사랑할 때’는 ‘애플리셔스(Applicious)’라는 이름과 산뜻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사과와인을 마실 때 충주의 토속음식인 송어비빔회를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충주시 동량면 주변과 충주댐으로 가는 강변에는 민물고기매운탕과 비빔회로 토속적인 맛을 보여주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강원도 청정 지역에서 가져오는 송어로 만드는 비빔회는 20여 년 전부터 사랑받아온 충주의 대표적인 송어 요리다. 고추장소스 맛이 강렬한 송어비빔회에는 사과와인처럼 상큼하고 부드러운 술이 잘 어울린다. 직접 담근 집고추장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초고추장에 싱싱한 채소와 송어회를 쓱쓱 비벼 먹는 송어비빔회는 충주 동량면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거궁회관의 송어비빔회는 직접 농사지은 고소한 콩가루와 알싸한 참기름마늘장, 매콤한 초고추장 등 정성이 듬뿍 들어가 더욱 신선하고 맛있다. 큼직하게 썰어 쫀득한 맛이 일품인 송어회에 싱싱한 7가지 채소를 넉넉히 넣고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비벼 한 젓가락 듬뿍 먹으면 입에 착착 붙는다. 사과막걸리는 소금 안주만 있어도 맛있다고 할 만큼 부드럽고 깔끔하다. 영업시간 09:00~21:00, 연중무휴, 송어비빔회 1kg 2만 8,000원(2인분). 중원청명주 -주소 :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청금로 112-10 -문의 : 043-842-5005 http://www.청명주.com/ 중원양조 -주소 : 충북 충주시 동량면 동산로 13 -문의 : 043-851-3771 http://www.applewine.kr/ 중앙탑오리집 -주소 :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16-4 -문의 : 043-855-3756 거궁회관 -주소 :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동1길 69 -문의 : 043-851-3773 주변 여행지 -충주고구려비전시관 : 충주시 가금면 감노로 2319 / 043-850-7301 -술박물관 리쿼리움 : 충주시 가금면 탑정안길 12 / 043-855-7333 http://www.liquorium.com/ -조동리선사유적박물관 : 충주시 동량면 조동1길 15 / 043-850-3991 숙소 -한화리조트 수안보 : 충주시 수안보면 수안보로 321-36 / 1588-2299 http://www.hanwharesort.co.kr/irsweb/resort3/resort/rs_room.asp?bp_cd=0600 -수안보파크호텔 : 충주시 수안보면 탑골1길 36 / 043-846-2331 http://www.suanbopark.co.kr/ -호텔유앤스파 : 충주시 앙성면 능동3길 14 / 043-855-8877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