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여 여행의 시작은 부소산이다. ‘부소(扶蘇)’는 백제시대 언어로 ‘소나무’라는 뜻으로 지금도 소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단풍나무와 벚나무도 즐비다. 부소산 전체에 백제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단풍이 붉게 물든 숲길을 거닐며 백제의 마지막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평지에 봉긋 솟은 부소산은 높이가 해발 106m에 불과한 아담한 산이다. 부소산으로 가려면 부소산성 매표소를 통과해야 한다. 부소산 내에는 군창지, 낙화암, 백화정, 사자루, 삼충사, 서복사지, 영일루, 고란사 등 여러 유적과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느긋한 걸음으로 걷다 보면 제일 먼저 삼충사가 나온다.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을 모시기 위해 후대에 지은 사당이다. 삼충사를 지나 남문지를 지나 사자루로 가는 동안 부소산성의 옛 성곽을 볼 수 있다. 웅진(공주)을 떠난 백제가 마지막 수도로 삼은 사비(부여)의 왕성을 수호하기 위해 수도 천도 전후 부소산 일대에 산성을 쌓았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사비성, 소리부성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산성이 위치한 산의 이름을 따서 부소산성으로 불린다. 부소산성은 흙으로 쌓은 토성으로 사자루와 군창지의 산봉우리를 머리띠를 두르듯 쌓았다. 평상시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이용됐으며 유사시에는 방어 거점으로 사용되었다. 부소산성은 백제시대에만 사용되고 버려진 것이 아니라 백제가 멸망한 후 통일신라시대에 성을 더 축조해 사용했다는 것이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흙으로 두툼하고 길게 쌓은 성곽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군창지에 이른다. 군창지는 백제 때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사용했던 군사용 창고가 있던 장소로 1915년 불에 탄 쌀과 보리가 발견되어 발굴 조사를 벌인 결과 이곳이 창고 터였다는 게 알려지게 됐다. 군창지의 넓은 공간을 보면 창고가 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성 내 머무르는 군사의 수도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군창지에서 돌아 나와 사자루를 지나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부소산에서 가장 유명한 낙화암에 이른다. 깎아지른 절벽에 커다란 바위가 놓인 곳이 낙화암인데 절벽 아래로는 짙푸른 백마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절벽 높이가 60m 정도 된다. 의자왕 때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쳐들어와 왕성에 이르자 궁인들이 이곳에 올라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에 서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내려야 했을 백제인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훗날 몸을 던지던 장면을 꽃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해 낙화암이라 불렀으며,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낙화암이라는 붉은 글씨를 남겼다. 낙화암 글씨는 절벽 위에서는 볼 수 없고 백마강에서 배를 타고 지나갈 때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낙화암을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한 백화정에 오르면 백마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마강은 본디 금강인데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 부른다. ‘백제의 큰 강’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낙화암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반드시 지나치는 곳이 고란사다. 부소산 북쪽 백마강이 보이는 강변에 가람을 배치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고란사는 ‘고란초’라는 신비한 풀이 자란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늘진 바위틈에 자라는 고란초는 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양치식물로 최근 자생지와 개체 수가 점점 줄어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식물이다. 고란사에는 예로부터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가 유명하다. 백제의 왕들도 이 약수를 즐겼다고 한다. 고란사에서 떠온 약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고란초 잎을 약수에 띄워 오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소산 산책길의 마지막은 백마강 황포돛배를 탈 수 있는 고란사 선착장이다. 황토돛배는 백마강과 부소산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꼽힌다. 백마강에는 구드래, 고란사, 수북정 3개의 선착장이 마련돼 있다. 부소산을 모두 둘러본 다음 고란사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백마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구드래 선착장에서 하선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선착장이 있는 구드래 나루는 백제시대 때 사비성을 찾는 중국배, 일본배까지 드나들던 큰 나루였다. 지금은 강변에 너른 꽃밭이 마련돼 사진 찍기 좋고, 6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전시된 조각 공원, 음식특화거리도 인기다. 부소산 입구에 백제 유적지인 관북리 유적과 사비도성 가상체험관, 부여 객사 등이 있다. 또 도보 10분 거리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여 정림사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1 여행 팁 백마강 수상관광을 이용할 수 있는 선착장은 원래 3군데지만 지금은 구드래 선착장과 고란사 선착장만 운영하고 있다. 유람선 역시 구드래 선착장과 고란사 선착장을 오가는 노선으로 운행된다. 티켓을 왕복으로 끊기보다 부소산을 걸어서 산책한 다음 고란사선착장으로 가서 구드래 선착장까지 편도로 이용하는 게 낫다. 글 : 여행작가 김숙현 사진 : 부여군청 제공 ※ 위 정보는 2021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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