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7월 초부터 ‘폭염경보’가 울리니 올여름이 심상치 않다. 더위와 에어컨에 지친 내 몸이 쉴 수 있는 곳을 찾다 시원하면서도 북적이지 않는 ‘동굴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동굴카페는 무더위에도 평균 17℃를 유지하고 요란함 없이 느긋하며 언제든 훌쩍 다녀올 수 있어 여름 여행지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이맘때면 무심결에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청포도’다. 뙤약볕 아래 알알이 영글어가는 포도를 상상하면 마음이 즐겁고 어느새 화이트 와인으로까지 생각이 건너뛴다.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고 싶은 이유다. 국내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떠난다면 충북 영동이 제격이다. 전국 포도 생산량의 13%를 담당하는 만큼 그 위엄에 맞춰 와인 산업도 명성을 더한다. 이에 영동군은 ‘소소한 농가 와이너리 투어’라는 농가체험형 와이너리 투어를 선보이며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영동 와이너리를 방문하기 전에 꼭 들러야 하는 장소가 영동와인터널이다. 길이 420m의 인공 터널로 영동와인을 홍보하는 전시관이다. 입구에 와인병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해 질 녘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영동와인터널의 상징물이다. 터널에는 포도, 와인과 관련해 10개 테마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 ‘포도밭여행’ 코너에서는 세계 유명 포도산지와 와인 양조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천천히 살펴보면 스스로 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와인의 종류가 어떻게 나눠지는지 알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포도 재배를 위해서는 온도와 일조시간, 강우량 등 생육환경이 중요한데 의외로 ‘물이 잘 빠지는 척박한 토양에서 포도가 잘 자란다’는 점이다. 와인 양조용 포도는 척박한 토양에서 적은 양을 수확했을 때 최고의 와인으로 태어난다고 하니, 영동군이 우리나라 최대 포도산지가 된 데는 ‘척박한 토지’의 공이 큰 셈이다. 아프고 암울한 역사도 한몫했다. 일제강점기에 탄약고로 사용한 90여 개 동굴이 와인 숙성창고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영동의 포도와 와인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뤄낸 달콤한 결실이라 할 만하다. 영동와인터널에는 포도와 와인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 외에도 다면 파노라마 영상이 설치된 환상터널, 트릭아트를 이용한 포토존, 영동에서 생산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와인체험관 등 보고 즐기고 체험할 거리가 풍성하다. 원료 저장용 낡은 탱크, 색 바랜 철제 바닥, 칠 벗겨진 구조물과 향이 좋은 커피, 달콤한 케이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요소가 만나 멋진 카페로 탄생했다. 충주 활옥동굴 옆 카페는 활옥(백옥 포함)과 활석을 분쇄하던 공장이었는데 동굴의 차가운 바람을 카페로 끌어들여 에어컨보다 더 시원하다. 활옥을 캐던 갱도는 관광시설로 이용 중이다. 활옥동굴 관람은 카페에서 시작한다. 동굴 입장을 위한 매표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에 카페에서 음료나 식사를 주문하는 것으로 입장료를 대신한다. 카페는 2018년 6월 광산을 폐업하면서 쓸모없어진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그해 10월에 오픈했다. 공장의 내부 설비는 그대로 살리면서 카페 분위기를 더했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 시야가 탁 트여 있는 게 장점이다. 실제 쓰였던 녹슨 분쇄기나 배관 자재는 목제 테이블과 화분 등의 인테리어 소품과 어울리며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인더스트리얼 카페의 매력이 물씬 풍겨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면 공간의 멋스러움에 매료된다. 카페에서 동굴로 향할 때 안전모와 바람막이를 챙기면 동굴 탐험 준비 끝. 동굴 출입문을 열면 서늘한 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여름 더위가 차마 침범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갱도 안은 의외로 길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처음 채굴을 시작해 약 100년 동안 굴을 팠으니 당연하다. 갱도의 비공식 길이는 87km에 달하지만, 일반인에게 개방된 공간은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리저리 나 있는 미로 같은 길목을 걷다 보면 일순간에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폐광이 되면서 광부의 일터는 관광객의 놀이터가 됐다. 언뜻 거칠고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곳곳에 들인 조형물로 삭막하거나 지루하진 않다. 통로 한편을 채운 붉은 빛깔의 전갈, 푸른빛을 내며 헤엄치는 돌고래, 작은 못에 띄운 조각배와 백조 등은 갱도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피도록 부추긴다. 동굴 한편에는 광석을 실어 나르던 광차와 광물을 들어 올릴 때 쓰던 권양기 등을 그대로 두었다. 그 옆으로 활석을 채굴하는 광부의 모형에선 고단했을 옛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경북 문경의 까브(CAVE)는 최근 SNS에서 가장 핫한 동굴카페다. 수정과 백운석(dolomite)을 캐던 광산을 카페로 꾸몄다. 문경에서도 외진 곳인 동로면의 황장산 중턱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올라야 한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 동굴이지만 동굴 같지 않은 분위기와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로 만든 와인 덕분이다. 까브는 동굴이지만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동굴의 칙칙함은 사라지고 카페의 세련된 느낌이 가득하다. 동굴 안으로 깊이 발을 들여놓을수록 놀라움은 커진다. 볕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의외로 넓고 밝다. 높이 6.5m, 길이 150m, 폭 6.5m나 되니 답답하지도 않다. 채굴 당시 덤프트럭이 드나들며 돌을 날랐다고 한다. 백운석은 동굴의 밝은 톤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다. ‘흰 구름 같은 광물’이라는 이름처럼 백운석이 조명과 어우러져 동굴은 대리석으로 조각한 성 안에 있는 듯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바닥은 목재로 마감되어 걷는 데 불편함이 없다. 까브의 매력은 습하지 않고 쾌적하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동굴 벽은 균열이 거의 없고, 물이 새지 않는다. 동굴 안 어디에도 습기가 차거나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까브에서 점잖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추천 와인은 주인이 직접 탄생시킨 ‘쿼츠’. 오미자와 머루, 사과로 만든 세 가지 와인 중 쿼츠 오미자 와인이 가장 인기다. 주인이 직접 오미자 농장을 운영해서인지 오미자 특유의 맛을 잘 살렸다. 단맛이 강하지 않고 신맛과 쓴맛도 살짝 느껴진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의 식사 주문도 가능하니 곁들여 마시면서 동굴 분위기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좋다. 동굴 밖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느긋하게 탁족을 즐기기 좋다. 시원한 기운이 가득한 계곡에 앉아 남은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을 일이다. 영동와인터널 주소 :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 영동힐링로 30 영업시간 : 10:00~18:00(4~10월), 10:00~17:00(11월~3월) 휴무 :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 문의 : 043-740-3636 웹사이트 : http://ht.yd21.go.kr/tunnel/html/sub01/0101.html 활옥동굴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목벌안길 26 영업시간 : 주중 10:00~18:00, 주말 10:30~20:30 휴무 : 매주 월요일 문의 : 043-854-0504 까브(CAVE) 주소 :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안생달길 281 영업시간 : 평일 10:30~17:00, 주말 10:30~19:00 휴무 : 연중무휴 문의 : 054-554-7373 글 : 김종환(여행작가) 사진 : 김종환(여행작가),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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