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생태 공동체, 아직은 낯선 개념이다. 사람(人)과 자연(山)이 함께하는 생태 공동체를 추구하는 스페이스 SEON : [仙](이하 스페이스 선)이 그 중심에 있다. 스페이스 선은 자연농업, 친환경 제품 생산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 ‘촌(村)스러운 하루’를 운영한다. 빗물 저장 탱크와 생태 화장실, 해원동물농장 등을 둘러보고 자연이 스스로 키운 쌀과 채소로 밥을 해먹으며 200% 체감하는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생태관광), 시작해보자.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개들이 먼저 맞는다. 몇 해 전 유기견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대여섯 마리가 되었다. 그중에도 막내인 ‘막꼬(막내 똥꼬)’는 유난히 사람을 좋아한다. 마을에 사람 오는 소리만 들려도 공을 물고 나와 놀아달라고 야단이다. 한번 제대로 놀아주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꼼짝없이 붙들린다.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남한강 옆 작은 생태 마을, 스페이스 선에 있는 동물은 개들만이 아니다. 잘생긴 제주 말 현빈이와 마린이, 순둥이 황소 효리와 순심이, 돼지 코코와 양들까지 종류도 생김새도 사연도 다른 동물들이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개 말고 다른 동물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구제역 파동 때 소위 ‘살처분’ 뉴스를 보고 나서부터다. 인간의 욕심 탓에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들 동물 가족에게 ‘해원동물농장’이라는 휴식처를 마련해 주었다. 억울하게 희생된 동물들의 원망을 풀어준다는 의미다. 참가인원 체크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스페이스 선의 체험 프로그램 ‘촌스러운 하루’가 시작된다. 첫 방문지는 해원동물농장. 동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안내하는 이는 스페이스 선을 이끄는 엄수정 대표. 스페이스 선은 엄 대표의 부모가 이곳으로 귀촌을 한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부모의 뒤를 이어 엄 대표가 여기에 자리를 잡았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생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대안학교 교사, 영화사 직원 등 다양한 전직을 뒤로하고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그래서 유기농을 넘어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천연 비누에서 빗물 저장 탱크, 생태 화장실까지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플러스알파, 각자의 전문지식과 재능을 살려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촌스러운 하루’는 ‘자유학기제 우수 직업∙진로 체험’으로 선정되어 충주교육지원청의 감사장을 받았고, 스페이스 선은 ‘지역선순환경제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해원동물농장의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스페이스 선의 친환경 시설을 둘러볼 차례.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스피커를 닮은 빗물 저장 탱크 ‘레인 스피커’다. 레인 스피커는 스페이스 선에서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친환경 제품이다. 스페이스 선 사람들은 ‘지구상에 있는 물 가운데 인간이 쓸 수 있는 건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빗물 활용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기존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서 사용했다. 하지만 기존 물탱크는 용량이 작을 뿐 아니라 빗물을 모으기 위해 새로 구멍을 여럿 뚫어야 해서 불편했다. 해외에는 빗물 저장용으로 나온 물탱크가 있으나 수입 가격이 비싸 포기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빗물 저장 탱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빗물을 받기 좋도록 파이프 구멍을 여럿 내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늘릴 수 있게 모듈형으로 만들어 조립하도록 했다. 덕분에 직사각형 모양이 되자 아예 대형 스피커 스타일로 디자인해 ‘레인 스피커’라는 이름을 붙였다. 빗물을 받아 쓰면서 지구 소리를 듣자는 뜻을 담았다. 이렇게 태어난 레인 스피커는 대학과 아파트 등의 빗물 저장 시설로 거듭나면서 또 다른 친환경 사업 아이템이 되었다. 스페이스 선의 또 다른 자랑은 물 없이 사용하는 생태 화장실이다. 보통 가정의 화장실에서 한 번 내릴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13리터. 이 물을 만드는 데 드는 탄소발자국과 마실 물도 부족한 지구촌 이웃들을 생각해 물을 쓰지 않는 생태 화장실을 만들었다. 물이 없다고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옛날 ‘푸세식 변소’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이곳의 생태 화장실은 언뜻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을 닮았으니까. 냄새가 없는 것도 그렇다. 비결은 소변과 대변을 분리해 배출하는 친환경 변기에 있다. 푸세식 화장실의 냄새는 대부분 소변과 대변이 섞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생태 화장실 또한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체 개발했다. 스페이스 선의 생태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모든 볼일은 앉아서 볼 것. 둘째, 사용한 휴지는 변기 안에 버릴 것. 셋째, 소변을 보면 발효액을 뿌리고 대변을 보면 왕겨를 다섯 바가지 뿌릴 것. 이렇게 쌓인 배설물은 냄새를 뿜는 대신 기름진 퇴비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작년에는 라이프스타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아 생태 화장실을 아프리카 마사이족에게 보급했다. 레인 스피커에 이어 스페이스 선의 친환경 기술력을 또 한 번 인정받은 셈이다. 해원동물농장과 빗물 저장 탱크, 생태 화장실까지 스페이스 선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어느새 출출해질 시간. 이제부터 ‘촌스러운 하루’의 하이라이트인 식사시간이다. 스페이스 선의 식사는 텃밭의 채소를 직접 뽑는 것부터 시작한다. 빗물 저장 탱크의 물로 채소를 씻고 다듬은 후, 가까운 곳에서 친환경으로 자란 농산물들을 더해 식사 준비를 한다. 장작불로 가마솥에 밥을 짓고, 절반으로 자른 드럼통에 역시 장작을 때서 전을 부친다. 어찌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모든 과정을 체험에 참여한 이들은 군말 없이, 오히려 재밌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해낸다. 이렇게 만든 음식은 고기반찬 하나 없어도 아이들까지 밥그릇을 싹싹 비울 만큼 맛있다. 식사 후에는 빗물 저장 탱크의 물을 이용해 설거지를 한다.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넘어서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순수한 자연을 오롯이 체험하는 셈이다. 식사 후에는 두 가지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명상을 하거나 천연 제품을 만들거나. 명상은 스페이스 선에서 밥을 먹는 일만큼이나 일상적인 일이다. 스페이스 선을 만든 멤버들이 처음 만나 생태 공동체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한 곳도 명상 모임에서였다. ‘촌스러운 하루’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명상법을 체험한다. 직접 만들어보는 천연 제품은 자연의 향기를 담은 비누와 수제 캔들이다. 스페이스 선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체험하는 제품 외에 샴푸바나 아로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스페이스 선 홈페이지와 아이쿱 등에서 판매한다. ‘촌스러운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당장 물발자국, 탄소발자국을 염두에 두고 환경을 생각하는 삶으로 거듭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페이스 선에서의 하루 체험은 삶의 쉼표이자 친환경 생활로 향하는 첫걸음, 변곡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충주 스페이스 선 ●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솔무정길 35-1 ● 문의 : 070-8835-4253 ● 홈페이지 : https://spaceseon.com 주변 음식점 ● 소태식당 : 한정식 /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주치길 12 / 043-854-9624 ● 남한강식당 : 한식 /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덕은로 865 / 043-855-4817 ● 끝내주는동치미국시만두 : 동치미국수 /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송곡1길 36 / 043-855-6465 숙소 ● 켄싱턴리조트 :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 산전장수1길 103 / 043-840-2700 ● 서유숙펜션 :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덕은로 596 / 043-855-9909 ● 반딧불오토캠핑 :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가춘리길 19 / 010-4005-3229 글 : 구완회(여행작가) 사진 : 구완회(여행작가), 스페이스 선 제공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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