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시간이 새롭게 시작됐다. 이맘때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 정동진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시간과 시계를 주제로 한 모래시계공원과 정동진시간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돌아보고 작가들이 창작한 시계 작품을 감상하면서 새해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강릉시에 자리한 동양자수박물관도 함께 돌아본다면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문화 여행이 될 것이다. 정동진시간박물관에 입장하기 전 모래시계공원에 설치된 2개의 대형 시계부터 만나보자. 바로 모래시계와 해시계다. 모래시계는 흔히 상상하듯 중간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모양이 아니라 둥근 원형이다. 원 모양은 이곳 동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해를 상징하고 시계 표면에 조각된 십이지신은 시간을 의미한다. 이 대형 모래시계 안에 있는 모래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꼭 1년이다. 모래가 다 떨어지면 모래시계를 180도로 돌려 새로운 1년을 시작하게 된다. 밑에 깔린 레일은 모래시계를 회전시키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모래시계를 지나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대형 해시계를 만날 수 있다.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모래의 양을 보고 시간의 경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해시계는 현재 시각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장치다. “이곳에 여행 온 분들은 포토존으로 알고 사진만 찍고 그냥 가시더라고요. 저희가 보기엔 안타깝죠. 이 해시계는 시각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계거든요. 매우 과학적이죠. 꼭 안내문을 읽어보고 해시계의 원리를 알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해시계 보는 법을 설명해주는 정동진시간박물관 백선경 학예실장의 말이다. 해시계의 화살과 지면의 각도는 정동진의 위도(36.6877도)와 일치한다. 또 화살표는 지구 자전축과 일치하고 끝은 항상 북극성을 향하고 있다. 적도선과 일치하는 가운데 반원에 화살의 그림자가 비치는 걸 볼 수 있다. 그림자가 걸린 곳이 바로 현재 시각이다. 정확한 시각을 확인하려면 아래에 있는 ‘해시계 보는 법’을 참고하면 된다. 정동진을 방문한 날짜를 확인하고 ‘해시계의 화살 그림자가 나타내고 있는 시각’에 ‘오늘 날짜의 환산값’을 더하면 대한민국 표준시가 된다. 햇빛만 있다면 오차 없이 현재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정동진시간박물관은 기차 8량을 연결해 만들었다. 각 전시실은 ‘시간이야기’, ‘시간과 과학’, ‘시간과 예술’, ‘시간과 추억’, ‘시간과 열정’, ‘함께한 시간, 함께할 시간’ 등의 주제로 꾸며졌다. 마지막 전시실에서 지붕으로 올라가면 소망의 종이 있는 전망대다. ‘시간이야기’와 ‘시간과 과학’ 전시실에서는 시간을 측정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을 재기 위해 인간은 매일 뜨고 지는 해와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물, 촛불이 연소되는 속도 등을 이용했다. 하지만 자연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이런 측정 방법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동시계, 진자시계, 수정시계, 세슘 원자시계 등이 발명되었다. 전시실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한국표준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한국표준시이니 갖고 있는 시계나 휴대전화와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간과 예술’, ‘시간과 추억’ 전시실에서는 아름답고 귀한 시계를 만날 수 있다. ‘시간과 예술’ 전시실은 중세시대 유럽과 중국의 시계를 전시한다. 왕과 귀족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이 시계들은 단지 시각을 확인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화려한 조형미를 갖춘 작품들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시간과 추억’ 전시실에는 희귀한 시계 1점이 있다. 바로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순간 멈춘 회중시계다. 타이타닉호에 승선하는 딸에게 어머니가 준 선물이라고. 시계 내부에는 딸의 행운을 기원하는 짧은 편지도 새겨져 있다. 시계 주인이 배에서 탈출하는 순간 바닷물이 들어가며 1912년 4월 15일 2시 20분에 멈췄는데, 이때가 타이타닉호의 공식 침몰 순간으로 세계사에 기록되었다. ‘시간과 열정’, ‘함께한 시간’, ‘함께할 시간’ 전시실에서는 현대 작가들이 만든 시계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체 부품을 나무로 정교하게 깎아 만든 대형 시계는 제작 기간만 1년 이상 걸렸다. 체인과 기어 뭉치를 정밀하게 계산해 만든 4.6m의 자전거시계도 볼 수 있다. 동작 조형물 작가 고든 브라듯의 ‘그랜드파더 세븐맨 클락’은 시간에 갇혀 사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세계시계명장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전 세계에 24점만 있는 시계다. 작품 안에 설치한 금속 인형이 힘겹게 오르고 한순간에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 전시실을 지나면 소망의 종을 칠 수 있는 전망대다. 탁 트인 동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으니 반드시 전망대까지 올라가볼 것을 추천한다. 강릉 시내 동양자수박물관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개인의 끈질긴 수집과 노력으로 일군 놀라운 성과들이다. 동양자수박물관을 건립한 안영갑 관장은 처음에는 고미술품으로 수집 인생을 시작했다. 자수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건 우연히 발견한 모란꽃 문양 때문이었다. 자수로 모란꽃을 새긴 작품을 보자마자 고인이 된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이때부터 자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해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한국자수를 주로 수집했지만 이내 중국, 일본을 넘어 서양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렇게 모은 자수 작품이 5,000여 점이다. 그중 300여 점을 동양자수박물관 한국자수전시실에, 100여 점을 중국일본자수전시실에 상설 전시한다. 특별전시실에서는 매회 특정한 주제를 정해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자수전시실에서는 궁수와 민수를 함께 만날 수 있다. 궁궐에서 만들어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문양이 특징인 자수를 궁수라 한다. 이와 달리 민간에서 만든 민수는 개방적이고 개성이 강하다. 민수는 주로 보자기, 베갯모, 안경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였다. 한국자수전시실에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 강릉 자수다. 강릉을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은 자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강릉 수보자기와 색실누비가 대표적이다. 물건을 쌀 때 사용했던 강릉 수보자기는 강렬한 색깔로 추상적인 문양을 수놓은 게 특징이다. 보자기 위에 수놓은 꽃이나 나무 문양은 강릉 단오제 때 나무에 걸었던 오색 천을 위에서 본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해석이 있다. 수보자기 옆에 자리한 색실누비쌈지도 눈여겨보자. 대칭 또는 비대칭의 선이 수놓아져 있는데 옛 여인들이 지아비를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자수품이다. 완성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리는 물건으로 오늘날의 관점에서 봐도 디자인의 우수성이 놀랍기만 하다. 중국일본자수전시실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자수를 비교하면서 관람할 수 있다. 중국 자수 코너에서는 관복에 붙이던 흉배, 불교 자수, 생활소품 자수 등을 볼 수 있다. 일본 자수 코너에서는 전통 수보자기를 만나게 된다. 평면 가득 문양을 수놓은 중국 자수와 여백의 미를 살린 일본 자수를 비교해보는 것도 이 전시실에서 느끼는 재미다. 세밀하게 수를 놓아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동양자수박물관이 자리한 곳은 작가 20여 명이 창작 활동을 하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다. 옛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공간으로 2010년에 개관했다. 1층과 3층에 각각 도예, 자수, 닥종이, 현악기, 액세서리, 방짜수저 등을 제작하는 공방이 있다. 공방은 언제든 방문할 수 있으며, 미리 신청하면 체험 활동도 가능하다. 정동진시간박물관 -주소 : 강원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90-1 -문의 : 033-645-4540 http://www.jdjmuseum.com/smain.html 동양자수박물관 -주소 : 강원 강릉시 죽헌길 140-12 -문의 : 033-644-0600 http://www.orientalembroidery.org/ 강릉예술창작인촌 -주소 : 강원 강릉시 죽헌길 140-12 -문의 : 033-642-2210 주변 음식점 -금학칼국수 : 칼국수, 콩나물밥 / 강릉시 대학길 12-6 / 033-646-0175 -강릉감자옹심이 : 감자옹심이 / 강릉시 토성로 171 / 033-648-0340 -옛날초당순두부 : 순두부 / 강릉시 운정길 141 / 033-645-0557 숙소 -MGM호텔 :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19 / 033-644-2559 http://www.mgmhotel.co.kr/ -산과바다 주문진리조트 :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로 2070 / 033-661-7400 -강릉선교장 : 강릉시 운정길 63 / 033-646-3270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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