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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야의 건국 설화가 깃든 수로왕릉에서 출발해 조선 시대 읍성의 북문을 지나 김해 사람들의 생활사를 품은 민속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왕조의 시작과 도시의 성장,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한데 포개진 김해 원도심에서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천천히 따라갑니다. 🏛️ 김해의 역사를 만나는 여행지 🏛️ - 김해수로왕릉: 가야 건국 설화와 왕실 문화를 품은 능역 - 김해읍성: 조선 시대 김해의 옛 관문을 되살린 북문과 성벽 - 김해민속박물관: 옛 생활 도구로 만나는 김해 사람들의 삶 김해 원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수로왕릉은 가락국, 금관가야의 시조로 전해지는 수로왕의 무덤입니다. ‘납릉’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가야의 건국 설화와 김해 김씨의 뿌리가 맞닿은 상징적인 유적입니다. 번화한 거리에서 능역 안으로 들어서면 자동차 소리가 잦아들고, 반듯한 돌담과 오래된 나무가 둘러싼 고요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건국 신화에 따르면 수로왕은 가락국을 세우고 다섯 가야의 중심이 되었으며, 바다를 건너온 허황옥을 왕비로 맞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역사와 설화의 경계에 놓인 이야기이지만, 김해가 오랫동안 가야의 고도이자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의 본향으로 인식돼 온 배경을 보여줍니다. 능역으로 향하는 진입로 좌우에는 둥근 등과 길게 내민 목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거북 형상의 석조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 거북은 가락국의 건국 설화와 수로왕의 탄강 신화를 상징합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따르면 구지봉에 모인 구간과 백성들이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로 시작하는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자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황금 상자가 내려왔습니다. 그 안의 여섯 황금알에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가 수로왕이었다고 전합니다. 길손을 맞이하듯 양쪽에 자리한 거북 석조물은 이러한 설화를 친근하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풀어내며, 능역에 들어서기 전부터 금관가야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홍살문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한층 경건해집니다.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능역을 울창하게 감싸고, 봉분 둘레에는 나지막한 돌담인 곡장이 둥글게 이어집니다. 숲과 돌담이 만든 오목한 공간 안에 부드러운 곡선의 봉분이 자리해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합니다. 봉분 앞에는 석양과 석마, 석호를 비롯한 동물 석상과 문인석, 무인석이 구획에 맞추어 정연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중앙에는 ‘가락국수로왕릉’이라는 글자를 새긴 능비가 서 있습니다. 조선 인조 때 세운 비석으로, 이 무덤이 가락국을 세운 수로왕의 능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좌우 대칭을 이루는 석물과 곧게 뻗은 참배로에서는 조선 시대에 왕릉 형식으로 정비한 흔적이 읽힙니다. 화려한 장식이나 거대한 규모보다 절제된 배치와 넉넉한 여백으로 능의 위엄을 드러냅니다. 경내에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과 제향을 준비하던 전사청·제기고를 비롯한 여러 건물이 자리합니다. 숭선전 앞 넓은 마당에는 화강암 판석이 여러 줄로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제례 때 제관과 참제자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자리를 잡고 의식을 치르는 제향 공간입니다. 붉은 문과 단청을 입힌 전각, 낮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봉분이 한눈에 어우러져 왕릉이 무덤인 동시에 오랜 제례 전통을 이어 온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마당 한편에는 용머리를 정교하게 새긴 비석들이 나란히 서고, 곁에는 화려한 단청을 두른 비각이 자리합니다. 그중 ‘가락국태조왕숭선전 납릉후릉중수비’는 수로왕릉인 납릉과 허왕후릉인 후릉, 숭선전을 보수한 내력을 기록한 비석입니다. 비석에 빼곡히 새긴 글자는 조선 후기에 두 능과 제향 시설을 거듭 정비하며 수로왕과 허왕후를 기려 온 과정을 전합니다. 봉분과 제향 전각, 의례의 자리를 표시한 판석과 중수비를 차례로 살펴보면 수로왕릉은 가야의 건국 설화에 머무는 유적이 아니라, 오랜 세월 제례와 관리가 이어진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김해수로왕릉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가락로93번길 26 - 운영 시간 [4월~9월] 08:00~20:00 [3월, 10월] 08:00~19:00 [11월~2월] 09:00~18:00 - 문의: 055-332-1094 수로왕릉을 나와 원도심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상가와 주택 사이로 묵직한 석축과 기와지붕을 올린 성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해읍성 북문인 공진문입니다. 읍성은 지방 관아와 민가를 둘러 행정 중심지를 보호한 성곽입니다. 김해읍성은 조선 세종 때인 1434년에 석성으로 축조되었으며, 문종 때에는 둘레 4,418척, 높이 13척에 이르는 규모를 갖추었습니다. 성벽 위에는 여장 931곳이 놓였고, 성안에는 냇물 한 곳과 우물 28곳이 있었으며 성 밖으로는 해자가 둘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성벽과 성문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동상동 일원에는 북문터와 성벽, 옹성의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현재의 김해읍성은 2006년부터 진행한 전면 발굴 조사에서 확인한 하부 구조와 축성 방식에 문헌·고지도 자료를 더해 복원한 모습입니다. 성문 바깥을 둥글게 감싼 옹성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옹성은 적이 곧바로 성문으로 돌진하지 못하도록 진입로를 좁히고, 성벽 위 여러 방향에서 공격할 수 있게 만든 방어 시설입니다. 반원형 돌벽을 따라 걸으면 성문을 한 겹 더 에워싼 구조와 안쪽으로 굽은 통로가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직선으로 뻗은 본성과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옹성이 맞물린 모습에서는 성문의 약점을 보완하려 한 옛 축성 기술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성벽 상부에는 몸을 숨긴 채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공격할 수 있도록 낮은 담장인 여장과 사격용 구멍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잔디밭 너머에서 바라보면 네모난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고, 둥근 옹성 뒤로 북문 문루의 지붕이 높이 솟아오릅니다. 가까이에서는 크기와 결이 다른 돌이 촘촘히 맞물린 석축의 질감이 두드러지고, 소나무 가지 사이로 올려다보면 붉은 문루와 짙은 기와가 한층 고풍스러운 풍경을 이룹니다. 김해읍성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분성로335번길 44 - 문의: 055-330-3924 여정의 마지막은 김해민속박물관입니다. 왕과 성곽을 중심으로 살펴본 김해의 역사가 이곳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김해문화원이 수집하고 보존해 온 민속 유물을 옮겨 문을 연 박물관으로,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의식주와 생업의 변화를 두 층의 전시 공간에 담고 있습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아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함께, 커다란 나무 바퀴 모양의 무자위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무자위는 발로 바퀴를 밟아 낮은 곳의 물을 높은 논으로 퍼 올리던 전통 농기구입니다. 넓은 김해평야에서 논농사가 활발했던 지역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전시실에는 베틀과 목공구, 전통 복식, 화폐와 문서 등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생활 유물도 함께 자리합니다. 닳은 손잡이와 반질반질해진 표면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도구를 쥐고 일했던 사람들의 손길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민속의 소리’ 코너에는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 같은 현악기와 대금 같은 관악기를 비롯해 장구와 북, 징, 꽹과리, 소고 등 다양한 타악기가 펼쳐집니다. 악기 뒤편에 담긴 농악대와 연주자들의 옛 모습은 음악이 잔치와 놀이, 노동의 흥을 돋우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었던 생활문화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야금은 대가야의 가실왕과 악사 우륵이 정비하고 발전시킨 가야의 대표 악기로, 같은 가야 문화권의 깊은 역사를 품은 김해에서 접하는 소리 유물이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이어지는 진열장에서는 혼례에 사용한 목안과 족두리, 장신구를 비롯해 제사상에 올렸던 나무·놋쇠 제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목안은 신랑이 신부 집에 바치던 나무 기러기로, 부부가 평생 믿음과 의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담은 혼례 용구입니다. 혼례와 제례 유물을 나란히 살펴보면 가정을 이루고 조상을 기리며 공동체의 질서를 이어 온 옛사람들의 삶이 한층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2층은 전통 주거 공간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볏짚을 얹은 사랑채와 돌담, 장독대가 어우러지고, 마당에는 디딜방아와 풍구, 맷돌, 절구 등 농사와 살림에 쓰던 도구가 자리합니다. 가지런히 늘어선 옹기와 투박한 나무 기구에서는 곡식을 거두고 갈무리하며 한 해를 꾸려 간 옛 농가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옷감을 만들고 옷을 지어 입던 전통 의생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멍석을 깐 전시 공간에는 목화씨를 빼는 씨아와 실을 잣는 물레, 재봉틀 등 옷감과 옷을 만드는 데 사용한 도구가 놓여 있습니다. 뒤편에는 한복을 입은 인물을 함께 연출해 길쌈에서 바느질과 옷차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삼베와 모시, 무명 같은 옷감 한 필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과 수고가 필요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건국 설화와 성곽의 역사가 도시의 큰 줄기를 보여준다면, 오래된 생활 도구는 그 안을 채우며 살아간 이들의 시간을 들려줍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차례로 만나는 동안 김해는 과거를 전시한 도시가 아니라, 오랜 기억과 오늘의 삶이 나란히 흐르는 도시로 다가옵니다. 김해민속박물관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분성로261번길 35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평일), 1월 1일, 설·추석 휴무 - 문의: 055-328-2646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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