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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익어가는 소리를 따라 떠났다. 취기가 올라오면 빨개지는 두 볼까지 빼닮은 아빠와 함께. 아빠의 전통주 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만 좋아하시더니, 이제는 아빠가 먼저 어느 지역의 술을 맛보러 갈 거냐며 물으시기도 합니다. 딸은 진정한 술친구를 만났다며,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며 아빠 손을 붙들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술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충청북도로 떠났습니다. 충청북도는 금강의 물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것은 물론, 예부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곳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일까요. 좋은 물이 있는 곳에 비옥한 토양이, 사람들이 있는 곳에 좋은 술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단양의 덕산양조장은 물론, 단양의 대강양조장과 옥천의 이원양조장 모두 몇 대에 걸쳐 술을 빚어내고 있는 곳입니다. 금강이 빚어낸 술은 어떤 맛과 향을 자랑할지, 한 번 떠나볼까요? 낡은 외관의 건물,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덕산양조장’이라는 목조 현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1930년에 지어진 이래로 약 90여 년간 한 자리에서 술을 빚어오는 양조장입니다.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서 깊은 양조장인 셈입니다. 당시의 지혜를 활용해 지은 건축물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며, 몇몇 막걸리 또한 옛 레시피를 보존하고 있다고 해요. 덕산양조장, 그러니까 현재 ‘세왕주조’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이방희 대표님이 아빠와 딸, 그리고 저를 직접 맞아주셨습니다. 덕산양조장의 옛 물품이 전시된 공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양조장의 역사만큼이나 길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면서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부대가 임시로 주둔했던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북한군의 진군으로 인해 퇴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한국군은 북한군이 이 양조장을 점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건물을 불태우기로 했지만, 당시 주인장은 이를 가만히 둘 수 없었겠지요. 그는 양조장 건물을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돈과 장작, 소 등을 넘기면서까지 설득에 나섰습니다. 지금껏 덕산양조장의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듭니다. 현재 덕산양조장(세왕주조)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만화에 직접 등장한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100화, ‘할아버지의 금고’ 편이 바로 이곳 덕산양조장을 다룬 스토리였다고 합니다. 3대 주인장이 사채업자로부터 할아버지의 양조장을 지키고, 결국 물려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것이 그 줄거리. 설명을 마친 이방희 대표는 자신이 그 만화에서 사채업자로 등장한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최근 경영 위기를 겪었던 3대 주인장. 즉, 손자는 전문 경영인에게 양조장을 넘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현재 세왕주조를 꾸려나가고 있는 이방희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채업자라는 부분은 허구. 이방희 대표는 양조 시설을 만드는 제조업을 하는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덕산양조장과 세왕주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양조장에서 손님들을 응대하는 업무는 3대 주인장의 아내가 도맡고 있어, 여전히 양조장을 지키는 데 한 몫을 보태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 역시 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실존 인물이라고! 만화 속 캐릭터들이 덕산양조장을 지키고 있었던 겁니다. - 주소: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면 초금로 712 - 운영시간: 월~금요일 08:00~17:00, 토~일요일 08:00~16:00(연중무휴) - 문의전화: 043-535-3567 청와대의 만찬주로 지정된 적이 있는 막걸리,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거푸 여섯 잔을 들이켜며 그 맛을 찬양했다는 막걸리가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그토록 사랑을 받았던 것일까요. 부녀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단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 바로 그 막걸리를 빚어내는 양조장이 있거든요. 단양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꽤 알려진 곳이죠. 그러나 이번 목적지는 여행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을 빠져나오자마자 만나게 되는 대강면. 이곳에 자리한 대강양조장이 바로 그곳입니다. 4대에 걸쳐 막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단양의 대표적인 양조장이에요. 대강양조장에서는 체험관과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는 체험과 함께 대강양조장의 역사가 담긴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막걸리를 가득 채워 날랐던 플라스틱 통, 배달할 때 썼던 자전거, 한때 사용했다는 유리병 등등 볼거리가 가득했습니다. 한때 건강식품으로 홍보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에 아빠도, 딸도 맞는 이야기 아니냐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전통 양조장에서도 현대화 바람이 불며 스테인리스 용기가 주류를 이루는 데 비해, 대강양조장에서는 여전히 옹기를 사용하고 있는 게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깨진 적이 있던 항아리를 꿰매어 재활용하고 있다고도 하니, 대강양조장이 전통을 대하는 방식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4대 주인장인 조재구 대표의 담백한 설명이 있어 대강양조장을 즐기는 데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막걸리를 마셔보지 않을 수 없죠. 조재구 대표가 내놓은 잔이 독특합니다.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잔이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셨을 때 들여왔던 잔입니다.” 달콤하면서도 담백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맛에 아빠도, 딸도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검은콩막걸리 등 다른 막걸리들도 한 번씩 시음을 마치더니, 아빠는 이번에도 역시 지갑을 여시고야 말았습니다. 이 맛, 집에서도 즐기고 싶으실 테지요. - 주소: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대강로 60 - 운영시간: 10:00~22:00(연중무휴, 견학 시 전화 후 방문) - 문의전화: 043-422-0077 산 넘고 물 건너 옥천 이원면으로 향했습니다. 충청북도의 땅 넓이에 새삼 감탄하면서 말입니다. 고속도로로 가라는 내비게이션의 말을 무시하고, 일부러 국도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날씨가 좋았거든요. 이원면은 전국에서 묘목 생산량이 가장 많은 동네입니다. 전국 각지로 묘목을 보내고 있는 도매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해요. 그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많지 않은 이곳에 깊은 역사를 간직한 양조장이 있다고 합니다.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죠. 묘목시장을 지나 이원양조장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입구 간판에 매달린 플라스틱 통이 눈에 띄었는데요. 술 주(酒)가 쓰여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봐도 낡은 건물들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어릴 적 저희 시골 큰집이 아마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이원양조장도 꽤 오랜 세월 이곳에서 묘목시장을 비롯한 옥천 곳곳에 이원막걸리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이원양조장은 옛 양조 시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쌀을 씻던 곳부터 누룩을 띄우는 곳. 술을 발효·숙성시키는 공간까지 195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시음장 한쪽 벽면에서는 수십 년 전에 사용하던 병과 각종 도구들, 일제강점기 당시에 가양주를 지키기 위해 힘썼던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원양조장의 막걸리를 만드는, 우물이 여전히 건재하기도 합니다. 이원양조장의 4대 주인장 강현준 대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원막걸리의 명성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막걸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강현준 대표는 부녀에게 이원양조장의 여러 막걸리를 맛보여주며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술에 대한 열정이라면 여기 이 부녀도 질 수 없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 잔, 두 잔. 그렇게 충청북도에서의 양조장 기행도 한껏 무르익어가고 있었습니다. - 위치: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 묘목로 113 - 운영시간: 월~금요일 09:00~18:00 (주말은 문의 후 방문) - 문의전화: 043-732-2177 - 체험프로그램: 견학+시음+막걸리 1병 5,000원 / 막걸리 짜기+막걸리 원주 가져가기 10,000원 / 막걸리 빚기+막걸리 2병 15,000원 (전화 문의) 출처 : 대한민국구석구석 SNS 글, 사진 : 다님 2기 김노을 https://blog.naver.com/korea_diary/221383991031 * '오늘은 수제맥주'의 저자 오윤희 작가 부녀의 여행을 옆에서 함께 하고 있는 김노을의 시선으로 쓴 글입니다.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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