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를 끼고 고요하게 자리한 춘천어린이회관 부지는 춘천시민들의 비밀스런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춘천에서 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 중 하나로 입소문 난 장소이기도 했다. 어린이회관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던 상태였던지라 춘천인형극제와 춘천마임축제 등 특정 행사 기간에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외의 기간에는 춘천시민들이 삼삼오오 평화로운 휴식이나 산책을 즐기던 고즈넉한 공간이었다. 돗자리를 펴고 쉬거나 낙엽 가득 쌓이는 계절에는 바스락거리며 걷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몇몇만의 비밀 아지트로 숨겨두기에는 아까웠던 어린이회관 부지가 이제 '상상마당'이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게 됐다. 1980년에 개관한 춘천어린이회관은 올림픽주경기장, 벽산125빌딩(현 게이트웨이 빌딩) 등 국내 유명 건축물을 설계한 한국 건축계의 거장 고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이다. 붉은 벽돌이 특징인 그의 다른 건축물처럼 춘천어린이회관 역시 벽돌로 만들어졌다. 의암호와 어우러진 벽돌 건축물이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나비처럼 보인다. 김수근 건축가는 호수에 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연상하며 이 건물을 설계했다. 어린이회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지만 이 건물 자체가 갖는 가치 때문에 건축물만은 그대로 보존되어왔다. 그동안 어린이회관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건 KT&G 상상마당이다. 상상마당은 KT&G가 진행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대중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혀주고자 하는 취지를 담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홍대 상상마당이 2007년에 문을 열었고, 2011년에는 문화예술 체험 공간인 논산 상상마당이 개관했다. 그리고 '아트스테이(art+stay)'라는 콘셉트를 가진 춘천 상상마당이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상상마당 춘천은 크게 '아트센터'와 '스테이' 건물로 나뉜다. 옛 춘천어린이회관 건물에 들어선 아트센터에는 공연장, 갤러리, 라이브 스튜디오, 강의실, 카페, 아트숍 등이 자리한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 역시 붉은 벽돌로 꾸며져 있으며, 1층과 2층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처럼 이어진다. 아트센터에서는 음악, 디자인, 교육, 시각예술 분야 활동이 주로 이뤄진다. 음악 위주의 공간은 사운드홀과 라이브스튜디오, 야외무대 등이다. 사운드홀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으로 관객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고가의 장비를 갖춘 라이브 스튜디오는 라이브 및 원테이크 레코딩에 특화되어 있다. 시각예술을 테마로 하는 공간은 갤러리와 사진 스튜디오이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인 갤러리1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미술 전시가, 아카이브 갤러리인 갤러리2에서는 강원도 관련 다양한 시각자료 전시가 이뤄진다. 갤러리에서는 개관 기념으로 6월 15일까지 '춘천 기록 프로젝트 <기억하다> 전'이 진행된다. 2013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춘천어린이회관이 상상마당 춘천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기록한 작업을 전시한다. 건물 1층의 아트숍 '디자인 스퀘어'는 일상 속의 예술, 일상 속의 디자인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독립 디자인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 및 지원한다. 작품이 판매되면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액을 작가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그밖에 문화예술, 청소년 창의예술교육 등 강좌가 진행될 교육시설도 다양하게 갖췄다. 의암호를 끼고 자리한 상상마당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카페 '댄싱 카페인(Dancing Caffeine)'에 들러보자. 이름부터 독특한 이 카페는 커피의 기원설에 나오는 에티오피아의 염소 치는 소년 칼디와 관련한 '댄싱 고트(dancing goat)'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어린이회관으로 이용되던 당시 레스토랑 공간이었던 이곳은 탁 트인 전망이 매력적이다. 독특한 의자와 테이블로 꾸민 빈티지한 내부가 순수한 자연 경치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테라스에 앉아도, 실내에 앉아도 시원한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팁 하나! 대부분 카페 1층만 이용하는데 2층에도 좌석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외국의 루프톱 바를 연상시키는 2층 야외 테라스 좌석과 아늑한 실내 공간이 인상적이다. 야외 테라스에서 맑은 바람을 맞으며 의암호를 내다보고, 2층 좌석에 앉아 좁은 유리를 통해 카페 1층 풍경을 내려다봐야 비로소 이 카페의 매력을 온전히 만끽했다고 할 수 있다. 커피 맛도 자랑거리다. 최근 커피 맛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서울 연남동의 '커피 리브레' 원두를 사용한다. '착한 커피'로도 유명한 커피 리브레의 원두를 서울까지 가지 않고 춘천에서 맛볼 수 있어 행복하다. 바게트와 피자 등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풍미 깊은 사이드 메뉴도 놓치지 말자. 카페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면 숙박 위주로 꾸며진 '스테이' 공간이 나타난다. 기존 강원도체육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디자인 아트 호텔로 꾸몄다. 58개 객실 외 공연 연습실, 대강당 등의 시설을 갖췄다. 아티스트들이 체류하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레지던스 형태의 객실도 구비했다. 객실과 복도에도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호텔에 머무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화사한 작품들이 반겨준다. 호텔 위층까지 연계되는 이 작품은 춘천의 사계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스테이 1층에는 '세인트 콕스(ST. COQS)'라는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닭 요리를 메인으로 하고 있어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과 잘 어울린다. 취향에 맞게 닭 요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닭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파스타 등 다른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로컬 푸드' 사용 원칙에 따라 부득이한 일부 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춘천과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사용한다. 닭갈비 아닌 또 다른 이색 닭 요리로 춘천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을 듯하다. KT&G 상상마당 춘천 주소 : 강원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25(구 춘천어린이회관) 문의 : 033-818-3200
http://chuncheon.sangsangmadang.com
1.주변 음식점
원조숯불닭불고기집 : 숯불닭갈비 / 춘천시 낙원길 28-4 / 033-257-5326 철인반점 : 중식 / 춘천시 삼천동 211-2 / 033-253-0025 부안막국수 : 춘천막국수 / 춘천시 후석로344번길 8 / 033-254-0654
2.숙소
KT&G 상상마당 춘천 스테이 :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22 / 033-818-4200 춘천고택 : 춘천시 신동면 솟발1길 44 / 010-2582-2923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 춘천시 서면 툇골길 15 / 033-243-1970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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