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우뚝 솟은 봉우리가 온 누리를 품은 듯 장엄하다. 푸른 소백산 정기가 스멀스멀 대지를 감싸 흐른다. 이 푸르름의 절정을 맛보는 곳, 여기는 경북 영주. 영주에는 옛 선현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촌락, 이름처럼 고고한 자태로 아담하게 자리 잡은 '선비촌'이 있다. 고단한 일상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이 청정하고 고고한 정취. 바로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누리는 특별한 호사다. 어느 한적한 오후, 선비촌을 거닐었다. 얼굴에 맞닿는 초록빛 바람, 그 바람에 실려 오는 고고한 기운. 내가 들어선 이곳은 경북 영주 '선비촌'. 이름 그대로 옛 선비들의 마을이다. 옛날 선비의 숨결이 초록빛 바람에 실려 피부에 와 닿는 듯하다. 곧고 위엄 있는 선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마치 조선시대 선비들이 살던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을 풍광이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민족의 기품 있는 생활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 중에 '선비정신'이 있다. 선비촌에 들어서니, 옛 선비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듯, 내 주위로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빼어난 자연을 배경으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이곳은 우리 민족의 생활철학이 담긴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다. 선비는 학문(유학)을 닦는 사람을 말한다. 더 넓게는 '덕이 있고 고결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란 의미도 있다. 선비촌이 있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은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문풍(文風)이 드높았던 고장이다. 그래서 일까. 이곳에서는 몸가짐이 반듯해지고 마음가짐 역시 차분해진다. 위엄한 기운이 느껴지는 기와지붕 집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담장 사이 길목을 걷다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혹시 이곳이 전생에 내가 살았던 곳은 아닐까? 이 큰 기와집에 앉아 글을 읽지 않았을까?'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선비의 얼이 깃들어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것도 흐트러짐 없이 나도 모르게 자세가 꼿꼿해진다. 더없이 평화롭고 고요한 고택 마당을 거닐면서 옛 정취에 푹 빠진다. 고색창연(古色蒼然). 이곳 선비촌에 있으니, '오래되어 예스러운 풍치나 모습이 그윽하다'는 뜻의 '고색창연'이 떠오른다. 선비들의 고택을 재현해 놓은 곳이지만, 실제로 옛 마을을 복원해 놓은 듯 고즈넉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전통 민속마을의 옛 모습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사극의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선비촌은 영주시가 2004년 순흥면 청구리 일대 5만6천㎡에 고택과 정자, 성황당, 저잣거리를 조성해 선현들의 학문탐구와 전통 생활 모습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곳이다. 특히 보존 가치가 높은 영주 지역 선비들의 고택을 이곳에 재현해 놓았다. 고택들은 그곳에 살았던 선비들의 행적에 따라 나눠져 있다. △스스로를 갈고 닦은 후 다른 사람을 이끈 지도자의 집은 '수신제가(修身齊家)', △중앙정계에 진출한 선비들의 집에는 '입신양명(立身揚名) △일신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서슴없이 비판했던 선비들의 집에는 거무구안(居無求安·거처함에 있어 편안함을 구하지 않는다)으로 분류하여 나누었다. 선비촌 바로 옆에는 우리나사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국가공인 사립 교육기관'이다. 선비촌에서는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숙박도 하면서 옛 선조들의 주거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선비정신의 계승과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산교육장 및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예절을 비롯해 전통혼례, 한지공예, 천연염색, 소달구지체험 등 전통문화 체험과, 인성교육, 서당, 전통예절, 다도예절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할아버지들이 한복을 입고 모여 장기를 두고, 할머니들이 전통 방식 그대로 다듬이질하는 등의 광경은 이곳 선비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무엇보다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잊지 못할 생동감과 추억을 선사한다. 대청마루에 앉아 별들을 쳐다보고 시원한 야외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벅찬 감동을 맛볼 것이다. 한가로운 오후, 영주 선비촌에서 보낸 시간은 '고즈넉한 여유' 그 자체였다. 또한 옛 선조들의 숨결과 정취를 느끼며,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되새길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영주선비촌 -주소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문의 : 054-638-6444 http://www.sunbichon.net/ 주변 음식점 -순흥전통묵집 : 묵밥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39번길 21 / 054-634-4614 -흥주식당 : 오징어불고기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 50 / 054-633-2052 -영주축협한우프라자 : 한우 숯불구이, 불고기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안풍로308번길 7 / 054-631-8400 숙소 -괴헌고택 : 경상북도 영주시 이산면 영봉로 883 / 054-636-1755 -순흥민박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죽계로 17-14 / 054-634-4311 글, 사진 : 허주희 여행작가( cutyheo@daum.net ) ※ 위 정보는 2016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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