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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쉼표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문득 생각나는 여행지가 바다다. 흰구름 흐르고 바람 이는 날, 망망대해에 출렁이는 바닷물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만일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바다의 품에서 맘껏 뛰놀면 된다. 요즘 바다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갯벌이다. 물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교육적인 효과도 큰 탓이다. 갯벌 하면 조개잡기를 떠올리지만 순천 거차마을에는 특별한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 썰매를 타고 얼음판을 지치듯, 뻘배를 타고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것이다. 여기에 칠게를 잡고 조개를 캐는 것은 덤이다. 거차마을 갯벌로 가는 길은 친구와 함께여도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행복하다. 내 삶의 휴식시간을 아름다운 사람과 멋진 세상에서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뻘배 타러 순천 거차마을 가는 길. 남도 끝자락이라 여정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순천에서 보성 가는 2번 국도에서 화포해변 방면으로 접어들면서 그에 대한 보상이 시작된다. 서서히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언덕을 넘어 화포에 이르자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벌은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초록을 머금은 갈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목적지인 거차마을에 닿기도 전에 순천이 품고 있는 바다의 진면목과 마주하게 된다. ‘뻘배체험마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거차마을에 도착하면 갯벌에 노란 선으로 구역이 쳐져 있다. 갯벌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체험장을 표시한 것이다. 거차마을 갯벌은 뭍에서 멀리 나갈수록 칠게와 짱뚱어, 맛, 꼬막 순으로 서식하는 바다생물이 다르다. 체험장 뒤로는 어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어장이다. 농부들이 농사짓는 논이나 밭과 다름없기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조개잡기 체험을 할 때는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야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갯벌에서 놀려고 왔으니 먼저 복장을 갖춰야 한다. 가급적이면 긴 소매, 긴 바지가 좋다. 모래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갯벌이라 넘어지고 쓸려도 상처가 나지 않지만, 내리쬐는 태양은 부담스럽다. 양말 또는 스타킹과 모자는 필수다. 신발은 신지 않는다. 갯벌에서 놀다 보면 갈증도 나고 허기도 쉽게 느끼니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만반의 준비가 끝나면 뻘배를 받아들고 갯벌로 뛰어들 차례다. 뻘배는 갯벌에서 타는 배다. 서핑보드처럼 생긴 뻘배는 어민들이 조개를 캐기 위해 이용하는 ‘널’을 체험용으로 제작한 것이다. 어민들이 사용하는 널은 훨씬 길고 폭이 좁다. 멀리 나가서 조개를 캐야 하니 빠르고 쉽게 갯벌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나면 조개를 싣고 돌아와야 하니 널이 긴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에 비해 체험용 뻘배는 길 필요가 없다. 길면 다루기만 힘들다. 뻘배 타는 요령은 간단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다른 쪽 다리로 갯벌을 박차고 나가면 된다. 양손은 뻘배를 부여잡는다. 처음에는 동작이 낯설어서 뻘배가 제대로 나가지 않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얼음판에서 썰매를 지치듯 갯벌 위를 부드럽게 달릴 수 있게 된다. 뻘배를 재미있게 타는 방법은 둘 이상이 경주를 하는 것. 누가 빨리 달리는지 또는 힘껏 달려 슬라이딩을 한 후 누가 멀리 미끄러지는지 등. 아이를 태우고 함께 타는 것도 즐겁다. 뻘배타기가 힘에 부칠 때면 체험장 안에 마련된 대형 튜브 슬라이드로 눈길을 돌린다. ‘갯벌워터슬라이드’라는 이름의 에어바운스는 물을 뿌려가며 미끄럼을 타는 놀이기구다. 뻘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미끄러운 슬라이드를 오르려면 제법 힘이 든다. 하지만 몸을 날려 미끄럼을 타는 재미가 크다. 갯벌에서 한바탕 신나게 뛰놀고 나면 청정 갯벌의 생명력을 관찰해보자. 잿빛이라 칙칙하게만 보이는 갯벌이지만 그 품에는 무수한 생명이 꿈틀거린다. 갯벌 위에는 칠게와 짱뚱어 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잡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조그마한 발걸음 소리에도 칠게는 갯벌 속으로 숨고, 짱뚱어는 몸을 날려 도망가버린다. 번번이 허탕을 쳐도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니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칠게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에서 뒹구느라 뻘 범벅이 된 몸은 갯벌에 마련된 샤워장에서 1차로 닦아내고 2차로 말끔히 씻어내면 된다. 그런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눈도 개운해지고 몸도 편안해진다. 갯벌에서 신나게 놀고 난 뒤 순천이 간직한 건강한 자연을 만나러 순천만자연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이자 연안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곳이다. 정채봉 작가가 《눈을 감고 보는 길》에서 “바다가 아스라이 여인의 인조비단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순천만에 가보세요. 갈대가 훌쩍 키를 넘고 있으니까요. (중략) 부디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풍광 두르소서”라고 말한 그 순천만이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갈대밭을 거닐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용산전망대에 올라 노을 지는 장관을 감상하는 것,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순천만을 돌아보는 것이다. 유람선은 대대포구를 출발해 물길을 따라 와온해변까지 다녀오는 30분 코스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지만, 여행자들이 말하는 최고의 방법은 용산전망대에 올라 일몰의 추억을 가슴에 담는 것이다. 용산전망대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30분이면 닿는다. 썰물 때면 40km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갯벌이 펼친다. 그 위를 칠면초와 갈대 군락이 모자이크처럼 예쁘게 수놓아 화려함을 뽐낸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파란 하늘도, 시커먼 갯벌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하루를 마감한다. 그 황홀함이 여행자의 발길에 위안을 준다. [거차마을] 주소 : 전남 순천시 별량면 마산리 거차길 130 문의 : 061-742-8837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소 :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문의 : 061-749-4007, www.suncheonbay.go.kr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 → 순천시청, 순천만 방면 → 가곡삼거리에서 벌교(여수) 방면 → 강변도로 →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 → 호현삼거리 좌회전 → 영암순천간고속도로 순천만IC → 신석사거리 좌회전 → 원창역 → 마산리 → 거차마을 * 대중교통 [버스]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순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9회(06:10-20:50) 운행, 약 3시간 45분 소요 [기차]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KTX 하루 9회(05:20-21:05)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 순천종합버스터미널(순천역)에서 85번 버스를 타고 거차마을 하차. 첫차 06:10, 막차 22:30, 2시간 10분 간격 운행. 순천종합버스터미널 1666-6563 2.주변 음식점 대대선창집 : 짱뚱어탕, 장어탕 / 순천시 순천만길 542 / 061-741-3157 먼옛날 : 보리밥 / 순천시 상사호길 12 / 061-745-1311 신화식당 : 돼지국밥 / 순천시 북부시장길 7 / 061-752-7027 3.숙소 노블레스호텔 : 순천시 장선배기2길 12 / 061-722-7730 / www.ggpage.kr/0617227705 브라운호텔 : 순천시 상풍길 33 / 061-745-2737 밀라노모텔 : 순천시 장선배기2길 5-15 / 061-723-4207 -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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