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에는 정직한 계절이 머문다. 계절의 온도에 따라 각양각색의 식재료와 음식이 펼쳐진다. 봄에서 여름 사이, 정선아리랑시장에서는 깊은 산속에서 막 수확한 산나물 3종 세트 곤드레와 취나물, 곰취 등은 물론 입맛 당기는 주전부리가 그득했다. 시장에서는 푸릇한 향기가 났고, 여행자들의 생기 넘치는 발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하루에 한 번, 오전 8시 20분에 청량리에서 정선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시장으로 가는 기분은 설렌다. 늘 가는 동네 시장이나 마트가 아닌 산지에 가서 직접 싱싱한 식재료를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지만 산 중턱에서 바라본 높은 산과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 풍경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구불구불한 철로를 달린 기차는 선평역에 잠시 멈춘다. 마침 출출하던 차였는데, 역 플랫폼에서는 감자전과 두릅잎튀김, 막걸리 등을 팔고 있었다. 작은 접시, 컵 하나에 고작 1000원. 기분 좋은 애피타이저다! 곧 열차는 다음 역인 정선역에 닿았다. 기차는 나전역을 지나 아우라지역까지 간다. 정선역에서 아리랑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역 앞에 있는 버스를 타면 10분 정도 걸린다.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정선5일장뿐 아니라 순금을 생산했던 화암동굴과 박지원 소설의 <양반전>을 배경으로 옛 가옥을 재현한 아라리촌, 병방산 투명한 스카이워크인 아리힐스 등 정선 주요 여행지를 돌 수 있다. 지난 4월 2일에 개장한 정선아리랑시장은 먹거리체험촌과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서 더 활기를 띤다. 시장은 끝자리가 2, 7일과 토요일에 장이 들어서고, 성수기에는 일요일에도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전통시장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계절에 대해 더없이 정직하다. 봄엔 봄을 팔고, 가을엔 가을을 판다. 초봄에는 달래와 냉이, 씀바귀 등이 바구니마다 넘쳐 나고, 여름에는 영지버섯과 메밀쌀 등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을에는 더욱 풍성하다. 산초와 고추, 감자, 머루, 달래 등이 입맛을 돋우고, 겨울에는 감자떡과 찐빵, 전병, 메밀전 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주전부리가 그득하다. 지금은 햇곤드레와 곰취, 취나물 등의 산채나물과 황기, 더덕 등의 약재가 수북하다. 1966년에 개설된 정선장은 석탄을 중심으로 지하자원이 개발되던 시기에 호황을 누리다 1980년 이후 조금씩 쇠퇴했다. 1999년 3월 17일 '정선오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아예 정선아리랑열차 A-Train 관광열차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정선시장에서 정선아리랑시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정선의 대표 시장이 되었다. 정선은 첩첩산중에 자리한다. 고지라 추운 곳이었지만 육로와 물길이 나 있어 세상과 늘 이어져 있었다.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물길을 통해 한양에 물자를 나르면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도 했다. 봄과 여름 사이, 아리랑시장은 물건 반, 사람 반일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250여 개의 점포에 11,335㎡에 이르는 규모의 시장에서는 농산물은 물론 옛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무엇을 사도 좋고, 토속적인 맛의 정선 음식을 먹으러 와도 괜찮은 곳이다. 무엇보다 착한 가격에 주전부리 미식투어로 제격이다. 시장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각종 나물들이 눈에 띈다. 곤드레나물은 바짝 말려서 메주처럼 묶어놨는데 한 덩이에 만 원 정도. 깊은 산에서 방금 캔 것 같은 더덕도 1㎏에 1만 5000원이다. 취나물과 곰취, 두릅 등도 싱그럽다. 4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산채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는 지금, 곤드레와 취나물, 곰취가 한창이다. 올해 딴 곤드레를 데쳐 양념을 한 뒤, 씻은 쌀에 올려 밥을 하면 향긋한 곤드레밥이 완성된다. 각 가게에서 파는 100여 종의 나물과 약재는 모두 국내산. 또 약초나 약재도 구입할 수 있는데 그중 황기는 여름에 삼계탕에 넣어 먹으면 몸보신에 더없이 좋다. 가게를 지날 때마다 대형마트처럼 시식 코너도 있다. 떡이나 식혜, 각종 나물들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으니 실속 있게 장을 볼 수 있다. 함께 구경하는 아주머니가 수수부꾸미 하나를 입에 넣어주기도 하는 등 상인과 손님뿐 아니라 손님들 사이에서도 정이 넘친다. 장이 서는 날이면 흥겨운 공연이 펼쳐진다.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의 아리랑 공연과 강릉농악보존회의 난타와 농악 등이 펼쳐지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또 떡메치기나 장기자랑같이 시장을 찾는 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 또 다른 즐거움에 빠져 볼 수 있다. 공연장 양옆으로는 주막이 들어서 있어 공연과 함께 흥을 돋우기 좋다. 공연장 뒤편으로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떡집이 있다. 정선의 특산물 수리취떡이 주로 팔리는 곳이다. 봄이면 보통 지천에 널린 쑥을 뜯어 떡을 해먹지만 정선에서는 수리취로 떡을 해먹었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의 어린잎을 사용한다. 수리취는 섬유질과 비타민 A, C가 풍부해 칼슘과 철분 등의 작용을 도와주고 아미노산 함량도 풍부하다. 강원도 정선에서 단오 때 즐겨 먹던 떡인데 향긋함이 더해져 디저트로도 훌륭하다. 한창 시장 구경을 했더니 출출해진다. 그럴 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곤드레밥을 먹어보자. 쌉싸래한 곤드레가 듬뿍 올려진 밥에 양념간장을 넣어 쓱쓱 비비면 나물의 향긋한 식감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곤드레는 칼로리가 낮고 영양소가 풍부해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 탄수화물과 칼슘, 비타민 A 등이 풍부해 몸이 더욱 반기는 음식이다. 강원도 주전부리는 다소 투박하지만 담백한 맛에 질리지가 않는다. 자꾸, 절로, 손이 간다. 수수부꾸미는 겉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소는 달콤해 몇 개를 집어 먹어야 만족스럽다. 얇게 부친 메밀전에 칼칼한 김치를 넣어 돌돌 만 전병은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기 좋은 안주다. 메밀부침을 부치는 능수능란한 손길에 눈길이 절로 멈춘다. 반죽을 둥근 판에 얇디얇게 올리고 가늘게 찢은 배추와 파를 올려 적당히 익힌 후 휙 뒤집는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름이 가까워서인지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그럴 땐 여름철 별미, 콧등치기국수 한 그릇이 제격이다. 옛날 힘든 농사일로 입맛을 잃었을 때 만들어 먹던 콧등치기국수는 90% 메밀가루로 만들어 보기엔 투박하다. 하지만 꽤 쫄깃한 식감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에 한 그릇이 후딱 비워진다.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국수라 불리는데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배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이런 음식들은 5000원 선으로 시장을 둘러볼 동안 몇 끼를 연이어 먹을 정도로 다채롭다. 4시간여 시장을 돌며 구경하니 돌아갈 시간. 오후 5시 37분에 정선역에서 청량리역까지 가는 열차가 운행 중이다. 하루 더 머물며 정선의 여행지를 돌아봐도 좋고, 한 아름 장을 보고 당일로 돌아가도 뿌듯하게 좋다. 정선아리랑시장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7길 39 -문의 : 033-563-6200 정선아리랑열차 A-train -운휴일 : 매주 월·화요일(단, 월·화요일이 정선5일장날이거나 공휴일인 경우 운행) -문의 : 1588-7788 주변 음식점 -성원식당 : 향토음식 / 정선읍 5일장길 27-2 / 033-563-0439 -대박집 : 곤드레밥, 감자옹심이 / 정선읍 5일장길 37-5 / 033-563-8240 -정선황기막국수 : 황기막국수 / 정선읍 5일장길 31-9 / 033-562-0563 숙소 -상유재 : 정선읍 봉양3길 22-8 / 033-562-1162, 010-5377-1162, 010-9488-6555 -강이흐르는마을펜션 : 정선읍 군언길 129 / 010-3211-5507, 033-563-7979 http://www.rivertown.kr/ -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정선읍 가리왕산로 707 / 033-562-5833 글, 사진 : 박산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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