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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택한 지리산둘레길은 인월~금계 코스. 총 19.3km의 길이다. 지리산둘레길 중 전체 개통에 앞서 미리 공개됐던 5개 코스( 주천~운봉, 운봉~인월, 인월~금계, 금계~동강, 동강~수철 )의 하나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에 걸쳐 있는 등구재도 여기 속한다. 언젠가 연지곤지 찍고 이웃마을로 시집가던 새색시도 이 고개를 넘었으리라. 지리산둘레길. (생김새와 무관하게) 겁 많은 이라면 혼자 걷기 조금 두려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우르르 몰려다닐 길도 아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사브작 사브작 걸을 동행 서넛과 함께라면 제법 근사한 지리산둘레길. 머리 아프게 행정구역상 나뉘는 전라․경상도의 경계며 마을 이름을 외울 필요도, 나눌 이유도 없다. 산자락 오르막 고개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등구재'라는 팻말을 보며 저절로 알게 될 테니. 배낭에 약간의 간식거리와 물통만 챙겨 들고 그저 걷는다. 그리고 위로 받는다.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는 이유다. 지리산둘레길. 말 그대로 너른 지리산을 품은 전북 남원(46km), 전남 구례(77km), 경남 함양(23km)․산청(60km)․하동(68km) 이렇게 다섯 고을을 환형으로 잇는 길을 뜻한다. 지리산을 가운데 두고 크게 한 바퀴 돌아낸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과 닮은 둘레길은 120여개의 마을을 따라 이어진다. 총 274km의 지리산둘레길은 지난 2012년 5월 전 구간 개통했다. 동서울터미널에 인월~금계 구간의 시작점인 인월까지 잇는 버스가 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남원에 내려 버스로 이동하는 것보다 편하다. 함양을 지나 인월로 향한다. 막히지 않으면 3시간30분이면 인월까지 닿는다. 둘레길 전 구간을 걷는 것도 아니라 원점회귀가 어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물론 둘레길 중간중간 목을 축일 막걸리 한잔도 놓칠 수 없었다. 인월터미널과 인월장은 지척이다. 이곳에 오면 잊지 않고 챙겨먹는 순대국밥은 당면 대신 선지로 채워져 걷기 전 영양만점의 식사다. 인월터미널에서 운봉방향으로 가다보면 지리산둘레길 인월 안내센터와 닿는다. 지도는 물론 교통·숙박 등 지리산둘레길을 찾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인월~금계 구간은 안내표지판 정비가 깔끔해 지도 없이 걷기에 문제 없다. 그래도 시간이 촉박하다거나 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잊지 말고 들러보자. 본격적인 트레킹은 인월교를 건너 좌회전 하면 비로소 시작된다. 조선의 건국신화를 품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땅은 남원에 속한 인월도 빗겨가지 못한다. 인월이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때는 1380년, 고려말 삼도순찰사였던 이성계는 인월에서 왜장 아지발도와 전투중이었다. 어두운 밤, 이성계는 달이 뜨기를 기원했다. 그의 바람대로 달은 밝게 떠올랐고 덕분에 아지발도를 명중시켜 대승을 거둔다. 마을 이름이 '끌인(引)'에 '달월(月)'이 된 연유다. 훗날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된다. 하늘은 이때부터 그를 새로운 왕으로 점지했던 게 아닐까. 자갈길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길위로 들어선다. 인월~금계 코스는 인월~중군마을~수성대~배너미재~장항마을~서진암~상황마을~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 로 이어진다. 총 20.5km의 거리로 7~8시간 정도 필요하다. 트레킹 초보자라면 중간에 숙박을 하고 다음날 남은 구간을 걷는 게 무리없다. 아직 모내기 전이다. 물을 잔뜩 머금은 논은 여유롭게 광합성 중이고 한켠에서는 감자 작업이 한창이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1915m)은 물론 이 산이 품은 여러 봉우리를 감상하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등구재는 물론 다랑이논도 한껏 펼쳐진다. 귀여운 벽화가 그려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중군마을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지리산 자락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산자락 시작점 마을인 중군마을은 지리산 북부로 향하는 관문이자 길목으로 알려진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군부대의 하나인 중군이 지리산 길목인 이곳에 주둔하면서 '중군마을'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렇게 유독 군사용어와 관련된 지명이 많은 이유는 이 고원지대가 영남 내륙과 호남 평야지대를 잇는 지점에 자리했기 때문이리라. 중군마을을 지나자 제법 가파른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지겹다, 싶을 즈음 '산내 매동 방면'을 알리는 화살표가 나온다. 울창한 나무 가득한 산길로 들어선다. 물줄기를 앞에 두고 장항마을 2km를 알리는 안내판이 반갑다. 시원한 물줄기에 잠시 땀을 식혀간다. 직접 만든 동동주와 식혜가 사발에 2000원이다. 땀만 식히고 일어선다. 다시 산길이 이어진다. 이제 오르막도 점점 완만해지고 평지와 내리막이 주를 이른다. 살 것 같다. 부드러운 흙과 숲에 안겨 걷는 기분이 괜찮다. 시야가 점점 트이기 시작한다. 늘씬하게 뻗은 개서어나무들이 반갑다고 요동치더니 마을로 내려서기 직전에는 500년 된 당산나무가 반겨준다. 장항마을이다. 곱게 핀 철쭉 앞에서 쉬어가는 이들이 가득이다. 몇발자국 더 움직이면 장항쉼터. 막걸리나 라면, 국수, 파전 등 간단한 요깃거리가 있다. 장항교를 건너 매동마을로 향한다. 숙소가 이곳에 있다. 민박집은 매동마을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마을내에서도 고개를 하나 넘어가야 했다. 마을 중심에서 벗어나 불안했던 마음은 상추말린 나물, 고사리, 우엉줄기 등의 나물과 새콤매콤 미나리에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까지 더해진 밥상 앞에 녹아내린다. 좀 멀면 어떠랴. 반찬이 이렇게 넉넉한데. 걷고 온 덕분인지 밥맛이 꿀맛이다. 민박은 보통 2인3만원, 식사는 한끼에 6000원이다. 모두 현금만 가능하다. 성수기에는 방값은 좀 더 비싸진다. 초콜릿, 육포, 사탕과 함께 행동식으로 챙겨온 소중한 소주 덕분에 마음이 편안하다.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 이들이라면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난 첫날밤이 중요하다.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아도 다음날 '변기에도 앉지 못할 고통'을 피하고 싶다면 스트레칭은 필수다. 스프레이 파스를 준비해가는 것도 유용하다. 트레킹에 적합한 신발과 두꺼운 양말은 필수. 발목을 간신히 덮는 양말은 불편할뿐더러 물집을 부르는 하이패스다. 날이 밝았다. 산골마을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다. 든든한 아침상을 들고 다시 길에 오른다. 다행히 다리는 무사하다. 그리 벅차지 않은 산길과 흙길을 번갈아 가며 상황마을에 이른다. 상황마을 자락에 몇몇의 쉼터가 있으니 물과 간식이 떨어졌다면 준비해두자.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등구재다. '여기서부터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뉜다. 직접 두발을 딛고 있으니 지도로 살피던 것과는 감응이 다르다. 등구재를 넘어 함양으로 들어선다. 등구재를 오르기 전까지 다랑이논이 한껏 펼쳐진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다랑이논이 실은 산골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경작지라니. 산길을 내려와 포장도로와 닿는다. 내려가면 창원마을인데 '사유지'라며 '돌아가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농작물 서리에 골머리를 앓던 농장 주인들의 대책이리라. 하는 수 없이 한참을 돌아 창원마을로 내려선다. 창원마을은 곳간마을이었단다. 조선시대, 마천에서 경작한 작물이며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다고 해서 '창말'이라 불리다 이웃 '원정마을'과 합쳐 '창원마을'이 됐다. 곳간마을 답게 창원마을은 물로 금계마을까지도 다랑이논이 이어진다. 늦은 점심을 먹을 즈음 금계마을에 도착했다. 차도가 있는 큰길로 내려서기 전 동동주와 파전, 라면 등을 판매하는 쉼터가 몇몇 있다. 차도까지 내려서면 마천, 함양 등으로 향하는 버스와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잇는 인월~금계 구간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20.5km의 장거리 코스다. 처음 지리산둘레길 시범구간으로 열렸던 매동마을, 다랑이논을 품은 상황마을과 창원마을까지 이어져 보는 재미 걷는 재미 모두 쏠쏠하다. 다만 20.5km의 거리가 부담이 될 수는 있다. 하루에 모두 다 걷지 않아도 되니 상황과 체력에 맞게 계획을 세우면 좋다. 등구재는 어느쪽에서 걸어도 모두 가파른 편이다. 건강한 성인 걸음으로 7~8시간 정도 필요하다. 문의: 사단법인 숲길, http://jirisantrail.kr, , 055-884-0850, 남원인월안내센터 063-635-0850 인월~금계 구간 정보 인월~중군마을~수성대(배너미재)~장항마을~장항교~서진암~상황마을~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 총 20.5km, 7~8시간 소요 ‣인월센터: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2길 95 / 063-635-0850 ‣함양안내소: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길 5/ 055-964-8200 1.숙박(일부 민박집에서 식사 가능) 일성지리산 콘도 : 남원시 산내면 천왕봉로 / 063-636-7000 매동마을 감자바우 민박 : 010-5254-3087 청기와집 : 010-3699-3179, 063)636-3178 사랑의 민박 : 010-3933-8798, 063)636-3051 금계마을 김진옥 삼거리민박 : 010-3190-3237 예쁜민박 : 010-2870-5379 지리산 산촌민박 : 010-2882-6201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2018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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