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령 150년, 평균 높이 23m. 2012년 생태관광자원 부문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한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시림이자 생태관광지다. 하지만 쉽사리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루에 80명에게만 제한 탐방으로 문을 연다.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식이다. 글과 사진 박상준 금강소나무는 특별하다. 숭례문 복원에 사용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관리한 나무다. 이름도 여러 가지다. 금강산에서 왔다고 해 금강소나무라 부르고, 껍질이 붉은색이라 적송, 봉화 춘양 등지에서 많이 난다 해 춘양목, 송진이 노란 빛깔이라 황장목이라고도 부른다. 그 형태가 높고 곧아 대표적인 미인송으로도 여긴다.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다. 1구간 숲길과 3구간 출발점으로 향하는 도로의 초입에 있는 황장봉계표석이 그 가치를 대변한다. 황금장표를 바위에 새겨 왕실에서 쓰는 목재 공급지라는 사실을 표기했다. 그 경계 안에서 도벌은 물론 경작 행위도 금지했다. 그만큼 귀하게 쓰이고 귀하게 대접받은 나무다. 지난 2010년에는 그 숲 사이로 금강소나무숲길이 났다. 산림청에서 국비로 조성한 첫 번째 숲길이다. 2007년부터 녹색연합과 지역 주민들이 3년여 동안 함께 준비해 문을 열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여느 숲길과는 다르다. 황금장표는 옛 역사가 됐지만 여전히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다. 마음대로 누비며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아니다. 2010년 개장부터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방식이 제한 탐방이요, 탐방 예약 가이드제다(매주 화요일은 쉰다). 하루에 사전 예약한 80명만이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숲에서는 개별 행동을 불허한다.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다. 매점이나 식당은 생각할 수도 없다. 마을 주민들이 제공하는 식사가 유일하다. 1년에 5개월 가까이는 자연 정화 기간으로 문을 닫는다. 그러므로 지역 주민과 숲이, 여행자와 숲이 공존한다. 국내 생태관광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도 그런 ‘불편’의 성과다. 숲길은 모두 5구간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현재 통행이 가능한 건 1구간과 3구간이다. 1구간은 두천1리를 출발해 소광2리에 다다르는 코스로 편도 13.5km다. 약 7시간이 걸린다. 3구간은 1코스 도착점인 소광2리를 출발해 생태경영림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만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왕복 16.3km로 마찬가지로 7시간이 소요된다. 각 숲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200만 년을 그 모습 그대로 살아온 산양이 서식하고, 수백 년 동안 뿌리내린 금강소나무의 푸른 생명이 숨쉬며, 보부상들의 땀방울이 묻어나는 생생한 이야기의 숲이다. 1구간과 3구간의 출발점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울진읍내에서 출발하면 북면 두천리 방면이 1구간 시작점이고, 서면 소광리 방면이 3구간 출발점이다. 1구간은 두천1리와 바릿재, 찬물내기, 샛재, 대광천과 저진터재 등을 지나 소광2리에 다다른다.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 죽변의 흥부장을 출발해 봉화나 영주, 안동 등 내륙으로 이동할 때 넘나들던 열두 고개(십이령)의 일부다. 네 고개가 탐방로에 속한다.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은 언제 가노, 대마 담배 콩을 지고 울진장은 언제 가노~” 하던 보부상의 노랫가락이 아련하다. 1구간 첫 번째 흔적 역시 보부상과 선질꾼 들이 접장과 반수의 공로를 기려 세운 울진내성행상불망비다. 그리고 바리바리 물건을 싸들고 지났다는 ‘바릿재’ 고개, 새들도 쉬어간다는 깔딱고개 샛재, 안녕을 빌던 조령성황사 등도 보부상의 꿈과 삶이 묻어난다. 겨울에는 송진으로 불을 붙여 몸을 녹였다니 금강소나무와도 무관하지 않다. 금강소나무숲길이지만 굴참나무, 느릅나무 등도 푸르다. 길목에는 크고 작은 개울도 정겹다. 길가의 야생화와 더불어 땀을 씻어준다. 대광천 옆에는 너삼밭재가 있다. 너삼은 고삼의 다른 이름으로, 고삼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 걷다 보면 마지막 저진터재로 들어선다. 비가 오지 않아도 촉촉한 땅이 한 번 더 땀을 씻어준다. 소광2리에 이르면 십이령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걸음을 갈음한다. 3구간의 초반은 1구간의 막바지를 거슬러 올라간다. 소광2리를 출발해 저진터재와 너삼밭이 차례로 다시 등장한다. 임도가 몇 번씩 교차하며 산으로 길을 낸다. 숲의 맑은 기운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쉼터의 참나무 벤치에 앉아 쉬노라면 숲의 노랫소리, 바람 소리가 정답기만 하다. 굳이 찾지 않아도 절로 힐링이 된다. 화전민의 옛터도 존재한다. 그들은 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숲을 떠나야 했다. 특히 3구간은 생태경영림으로 인해 빛을 발한다. 군락지 초소 앞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올라가는데 금강소나무 군락지 탐방로로 숲의 백미다. 생태경영림의 절정은 530년 된 일명 ‘오백년소나무’다. 마을 사람들이 ‘신송(神松)’이라 부르는 나무다. 길가에 높이 솟아 숲을 아우르는데 영험한 기운이 흐른다. 옆에는 목재로 가공한 금강소나무 전시관이 눈길을 끈다. 조선 왕실의 건물을 지을 때 썼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갈 때와는 다른 코스를 택한다. 몸은 조금 지쳤지만 금강소나무숲의 기운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소광2리 출발점에서 울진읍내까지 버스가 오간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금강소나무숲길이 배웅하는 길이다. 소광리를 벗어나는 917번 지방도는 금강소나무숲의 기운이 계곡에 흘러넘친다. 다시 36번 도로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불영계곡 화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불영천 따라 기암절벽이 넘나들며 굽이친다. 가히 신의 솜씨라 할 만하다. 덕분에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그 길에서 다시 만나는 금강소나무는 오랜 동무인 양 왠지 모르게 한층 더 반갑다. ✔ 주소 -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 두천교 인근(1구간 시작점) /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1길 336(3구간 시작점) ✔ 문의 - 금강소나무숲길 안내센터 054-781-7118 ✔ 식당 - 해주작장면 : 작장면 / 울진군 울진읍 월변9길 7 / 054-781-0008 - 남양숯불갈비 : 송이전골 / 울진군 울진읍 울진중앙로 78 / 054-782-3637 - 불영계곡휴게소식당 : 송이버섯찌개 / 울진군 울진읍 불영계곡로 2758 / 054-782-1661 ✔ 숙소 - 금강소나무숲길 지정 민박 : 금강소나무숲길 측에서 지정 / 054-781-7118 - 백암스프링스호텔 : 울진군 온정면 온천로 90 / 054-787-3007 / www.springshotel.co.kr - 한화리조트 백암 : 울진군 온정면 온천로 129-13 / 054-787-7001 / www.hanwharesort.co.kr - 구산비치모텔 : 울진군 기성면 기성로 107-7 / 054-788-3588 ✔ 여행 팁 - 자연 정화와 산불 방지를 위해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 동안 탐방로를 통제한다. 탐방 예약은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사이트에서 한 달 전부터 가능하며 선착순 마감이다. 탐방은 반드시 숲해설사와 함께해야 하며, 허락 없이 입산하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