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문제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지 오래다. 탄소 배출을 규제하고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 나서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의 실천이다. 실생활에서 전기를 절약하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며 휴대폰 사용을 조금만 줄여도 자연을 지키고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 하나는 작은 손길이지만 이들이 모이면 지구를 살리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로카는 누구나 그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격려해 준다. 생태 체험과 환경 교육을 통해 ‘우리 모두의 지구’를 위한 일에 솔선수범 나서고 있다. 허수아비, 부엉이, 노부리(노랑부리저어새), 상괭이. 로카 멤버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부른다. 서로의 특징을 따서 만든 별명인데 꽤나 잘 어울린다. 몇 년 전 지역의 생태 관광 지도사 양성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유난히 합이 잘 맞는 데다 공통점도 많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며 지역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많고, 무엇보다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유쾌하다. 서로 관심사와 지향점이 같다 보니 로카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넷이 하나인 것처럼 똘똘 뭉쳐 있다. 환경 교육사, 유아숲 지도사, 전래놀이지도사 등 각자가 갖고 있는 자격증도 수두룩하다. 로카를 운영하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갖추다 보니 어느새 모두가 능력자가 되었다. 이토록 열성적인 엄마들이 또 있을까. 고성의 숲을 무대로 생태체험과 환경 교육, 숲 해설, 체험 교구 제작까지 이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로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걸까. “로카는 고대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살아있는 모든 것의 영역을 뜻하거든요.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 영역을 함께 배우고 지켜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지구는 어느 한쪽도 아닌 모두의 것이니까요.” 로카의 진가는 자연 속에서 더욱 빛난다. 화창한 주말 아침. 오두산 치유숲에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이 북적거렸다. ‘숲속의 이상한 재판’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로카에서 올해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지구 온난화의 범인을 찾고 재판에 넘긴다는 스토리텔링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자, 우리가 모여 있는 오두산은 500m가 넘는 산이다. 맞으면 오, 아니면 엑스로 가세요” 고요하던 숲에 난데없는 OX 퀴즈가 벌어졌다. ‘정답은 엑스!’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쪽에서 작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재밌게 퀴즈로 풀어 전달한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본격적인 체험 활동 시간. 아이들이 체험지와 자연 학습용 루페(loupe, 소형 확대경)를 들고 아홉 가지 식물들을 찾아 숲을 누빈다. 땅에 떨어진 솔방울과 버찌 열매를 찾았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고사리 잎 뒷면에 붙어 있는 포자에 루페를 갖다 대고 세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탄소 중립에 대해 알아볼 때에도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범인인 탄소 절감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을 때마다 산소칩을 하나씩 주며, 그렇지 않으면 탄소칩을 준다. 밥을 남기는 것도, 늦게까지 전깃불을 켜고 있는 것도 탄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스스로 습관을 고치겠다고 말한다. 로카 멤버들이 흘려온 땀과 노력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숲속의 이상한 재판은 탄소중립 실천 퀴즈에서 받은 산소칩과 탄소칩을 나무 저울에 달아 결과를 판가름하게 된다. 한 명씩 칩을 올려놓을 때마다 모두가 떨리는 마음으로 저울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다행히 산소칩이 많은 덕분에 재판에서 이기게 되었다.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게’라는 로카의 모토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텅드럼은 영롱한 소리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신비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에 모두가 진지해진다. 간단히 악기 다루는 법을 배운 뒤 다 같이 합주에 도전해 본다. 하나 된 마음이 음악이 되어 숲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름답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시간이다. 이날 오후 오두산에서는 ‘숲퍼마켓’ 행사도 열렸다. 숲퍼마켓은 로카를 비롯한 고성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들과 지역 농가, 소상공인들이 참여한 숲속 장터로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펼쳐지는 여러 가지 공연과 이벤트, 체험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로카 삼총사들도 어느새 부스에 자리 잡고 관람객들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알리느라 분주해졌다. 팸플렛과 교육 활동에 필요한 도구들을 늘어놓고 지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교육에 열성적으로 나선다. 로카 맞은편에는 또 다른 관광두레인 버금상점이 자리했다. 요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비치코밍(beachcombing,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거나 정리하는 것)을 통해 바다 환경을 지키고 작품도 만드는 일석이조 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쓸모없어지게 된 것들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다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모래나 돌 틈에서 주워온 색색의 유리 조각들이 집안을 화사하게 만들어줄 액자와 기념품,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등 탐이 나는 물건들로 탈바꿈된다. 유리 조각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넣어 마그네틱을 만들어보는 업사이클링 체험도 할 수 있다. 숲퍼마켓에는 로카와 버금상점 외에도 지역의 가치를 담은 공예품들을 만드는 고가담과 옹기랑, 아트인고성, 레인보우 등 고성의 관광두레 사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고성의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진짜 고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억해 둘 만한 이름들이다. 로카 - 장소 : 경남 고성군 상정대로 1750(오두산 치유숲) - 문의 : 010-6415-6727, 010-6777-6531 - 체험 프로그램 : 2023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오두산 치유숲에서 ‘숲에서 멘탈케어’, ‘숲 소리 향기’, ‘숲속의 이상한 재판’을 3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비(재료 및 점심 포함)는 모두 무료다. 참가 점수는 오두산 치유숲 홈페이지( iodoo.kr , ezo25@naver.com) 공지사항에서 신청양식을 다운받아 제출하면 된다. 010-6851-2046 - 오두산치유숲 옴스테이 : 경남 고성군 상정대로 1750 / 055-673-9655 - 프린스호텔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 경남 고성군 고성읍 남해안대로 2463-21 / 055-673-7477 / http://www.hotelprince.net - 당항포관광지펜션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 경남 고성군 회화면 당항만로 1116 / 055-670-4501 - 본토대가 : 간장게장 / 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44번길 17 본토대가 / 0507-1428-4224 - 옥천식당 : 토종닭백숙·산채비빔밥 / 경남 고성군 개천면 연화산1로 544 / 055-672-0081 - 얼큰이손칼국수 : 얼큰손칼국수·찐만두 / 경남 고성군 고성읍 남포로 139-6 / 0507-1437-4966 (글/사진) 정은주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3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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