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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소는 사람을 잇는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흔적이 남은 곳을 걸으면 그 사람과 이어진다. 양구에는 화가 박수근의 미술관, 이해인 수녀와 두 철학자의 삶을 모은 박물관이 있다. 호수 건너 파로호꽃섬의 가을 꽃까지 즐기는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 양구 가을 여행 추천 코스 ★ - 박수근미술관: 화가의 생가 터에 화강암 돌담을 두른 미술관 - 양구인문학박물관: 양구 출신 시인 이해인 수녀, 철학자 안병욱·김형석의 삶을 담은 박물관 - 파로호꽃섬: 방치되어 있던 둔치를 꽃과 나무로 가꾼 호숫가 정원 박수근미술관은 화가가 태어난 양구의 집터에 자리한다. 박수근의 호는 '아름다운 돌'이라는 뜻의 ‘미석’이다. 박수근은 옛 석탑과 석물에서 아름다움을 찾았고,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한 거친 화면에 소박한 풍경을 담았다. 미술관 입구부터 이어지는 돌담이 그 질감을 닮았다. 화강암을 일정한 크기로 깨뜨려 쌓아 올렸다. 전시관 가는 길은 둥글게 휘어 있다. 출입구는 밖에서 보이지 않게 숨어 있고 담은 바깥 풍경을 가릴 만큼 높다. 걷는 동안 소나무와 하늘만 보인다. 작품을 마주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길이다. 전시관에 닿기 전, 화첩을 옆에 두고 무릎을 감싸 안은 박수근 동상이 먼저 나온다. 고향 집 마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전시관에서는 상설전시와 함께 특별전시도 열린다. 특별기획전 〈마티에르! 박수근과 함께한 동시대작가展〉이 2027년 3월 7일까지 이어진다. 마티에르는 물감 등이 화면에 만들어 내는 질감을 말한다. 권옥연, 이대원 등 박수근을 비롯한 근현대 대표 작가 20명의 작품을 한 공간에 모았고, 전시실은 자연스럽게 박수근 상설전시실로 이어진다.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박수근의 그림 속 이웃들을 만난다. 박수근은 6·25 전쟁 뒤 가난하던 시절, 서양 미술의 유행을 좇지 않고 가까이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그렸다. 인물과 풍경은 굵은 윤곽선으로 단순하게 그렸고, 바탕은 회백색과 갈색으로 칠했다. 그림이 작아 저절로 한 걸음 다가선다. 가까이 서면 거친 물감 사이로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기 업은 소녀〉와 〈나무와 두 여인〉처럼 널리 알려진 그림도 이곳에 있다. 두 그림 모두 그 시절 골목 어디서나 마주치던 모습이다. 전시관을 나와 뒷산으로 오르면 묘소가 나온다. 박수근은 경기도 포천에 묻혔다가 2004년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잠들었다. 무덤 옆에는 그림을 새긴 '서민화가 박수근 기념비'가 서 있다. 그림 속 단골 인물인 아이 업은 소녀와 수건을 쓰고 앉은 여인을 가는 선으로 새겼다. 미술관 정원은 넓어서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곳곳에 그림 속 인물을 본뜬 포토존이 있다. 현대미술관과 어린이미술관, 박수근 파빌리온, 라키비움도 함께 둘러본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친 라키비움(Larchiveum)에서는 박수근의 작품 속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영상을 벽과 바닥 가득 펼쳐 보인다. 손바닥만 한 그림 속 사람들이 커다랗게 걸어 나오니, 전시실에서 본 이웃을 다시 만난 듯 반갑다. 박수근미술관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 운영 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오전 휴관 ※ 2026년 9월 29일~10월 16일 전시 개편으로 임시 휴관 - 이용 요금: 성인 6,000원(양구사랑상품권 3,000원 환급), 학생(만 7세~만 18세) 3,000원 ※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 문의: 033-480-7228 미술관에서 파로호 쪽으로 가면 용머리공원 안에 양구인문학박물관이 있다. 앞서 한국적인 정서를 화폭에 그려낸 화가를 만났다면, 이곳에서는 삶의 지혜를 글로 써 내려간 시인과 철학자를 만난다. 1관은 1945년 양구에서 태어난 시인 이해인 수녀의 공간으로, 이해인 수녀가 글을 쓴다는 뜻의 ‘해인글방’이라 불린다. 2관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은 양구군이 두 철학자를 기려 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북녘이 고향으로, 고향과 가까운 양구에 삶의 흔적을 남기며 인연을 맺었다. 양구인문학박물관은 연보와 책을 벽에 거는 여느 박물관과 다르다. 책장과 책상, 소파와 찻잔이 마치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 그대로 놓여 있다. 돌아올 방 주인을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세 사람의 사진과 책장을 살펴본다. 해인글방 진열장에는 이해인 수녀가 쓰던 닳은 골무와 묵주 주머니, 어머니가 보낸 편지가 있다. 수도자의 소박한 살림이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부터 펴낸 책들이 한쪽 벽을 채운다. 화면과 헤드폰으로는 시 다섯 편을 만난다. 둥근 탁자에 앉아 누구나 책을 펴 읽을 수 있다. 2관에는 두 철학자의 서재와 거실을 재현했다. 2관 1층은 안병욱의 방이다. 숭실대학교에서 철학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서재에는 손때 묻은 책이 빼곡하다. 진열장에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논어 인생론』처럼 그가 펴낸 책들이 있고, 벽에는 묵직한 획으로 써 내려간 붓글씨 작품이 이어진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은 현재라고 썼다. 흔한 말이지만, 이 방에서 읽으니 그가 옆에서 들려주는 듯하다. 2층은 김형석의 방이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집을 본뜬 거실에는 가죽 소파와 뜨개 덮개를 씌운 탁자, 가족사진이 있다. 백 년을 넘게 산 철학자의 거실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복도 끝 '김형석 컬렉션'에는 그가 20여 년 동안 수집해 양구군에 기증한 고도자기들이 진열장을 채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라지는 옛 그릇들이 안타까워 인사동을 다니며 하나씩 모은 것들이다. 후손들에게 한국 도자기의 가치를 알리고자 양구에 기증했다. 양구와 인연을 맺은 시인과 철학자는 이곳을 찾은 여행자와 다시 인연을 맺는다. 그들이 남긴 문장이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양구인문학박물관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양구읍 파로호로869번길 101 - 운영 시간: 10:00~18:00 (매표 마감 17: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오전 휴관 - 이용 요금: 3,000원(양구사랑상품권 3,000원 환급) ※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 문의: 033-482-9800 파로호는 북한강에 댐을 쌓으면서 생긴 호수다. 6·25 전쟁 때 이 일대에서 큰 전투가 벌어진 뒤 '오랑캐를 깨뜨린 호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섬은 본래 파로호 상류 습지에 오랫동안 버드나무와 갈대만 무성했던 곳이었으나, 양구군이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가꿨다. 가까운 한반도섬 역시 같은 습지 구역에 만든 인공 섬이다.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파란 부교를 건너면 꽃섬으로 이어진다. 두 곳은 걸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다. 파로호꽃섬의 산책로는 아담해 천천히 둘러봐도 30~40분이면 충분하다. 섬 입구 전망대에 오르면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와 꽃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양구는 가을을 먼저 만난다.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낮아 다른 지역보다 단풍이 일찍 든다. 섬을 가르는 메타세쿼이아도 가을이 오면 불그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메타세쿼이아 사이를 걷다 보면 길이 둥글게 휘며 코스모스 들판으로 들어선다. 올가을의 주인공은 코스모스다. 색색의 코스모스 사이에는 사슴 조형물과 액자 모양 포토존이 서 있다. 들판 가운데에는 벽 없이 홀로 선 파란 문이 있다. 섬 안쪽에서는 은빛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억새밭 옆 정자에서 잠시 다리를 쉬어 간다. 섬 끝자락에는 토끼풀을 심은 작은 정원이 있다. 허리를 숙여 네잎클로버를 찾다 보면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잔디밭 한쪽에 생김새가 제각각인 의자들이 모여 있다. 토끼 귀를 쫑긋 세운 것도, 손가락을 활짝 편 것도 있다. 양구 주민들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에 참여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제작한 의자들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의자에 잠시 앉아본다. 파로호꽃섬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양구읍 함춘로 102 - 문의: 033-480-7381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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