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밤이 또 별천지다. 교과서 사진처럼 기품 있는 유적들의 자태가 한낮의 추억이라면 야경은 썩 탐스럽게 변신한다. 속삭이고픈 충동에 빠져들게 한다. 경주의 낮과 밤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신라달빛기행이다. 낮에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스토리텔링 투어에 참가하고, 야간에는 달빛을 받으며 국악 공연을 감상하거나 탑돌이를 할 수 있다. 글 서영진 , 사진 신라문화원 제공 신라달빛기행은 천년도읍 경주의 문화자원과 야간 테마 체험 관광을 결합해 1994년 남산 칠불암 투어를 첫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으며, 매년 6,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표적인 야간 테마 관광으로 자리를 굳혔다. 신라문화원이 주관하는 신라달빛기행은 2011년 ‘한국관광의 별’ 관광 프론티어 부문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라달빛기행은 매월 음력 보름 즈음의 토요일에 진행된다. 달빛기행이라는 이름처럼 보름달이 휘영청 뜨는 날이 투어를 하기에 최적의 여건이다. 테마와 장소는 매달 바뀐다. 올 4월에는 벚꽃이 주제가 됐고, 7월에는 동해안권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8월의 달빛기행은 대릉원, 첨성대, 계림, 교촌한옥마을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9월(6일) 투어는 20여 년 전 첫 프로그램처럼 경주 남산권을 걸어보는 일정이다. 서출지, 남산리 삼층석탑, 염불사지, 신선암 마애불을 둘러보고 해가 지면 칠불암에서 국악 공연을 감상한 뒤 남산리 삼층석탑에서 탑돌이로 마무리하게 된다. 남산 투어를 진행할 때는 남산이 갖는 의미를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경주 남산의 유적은 왕릉 13기, 절터 140여 곳, 불상 1,180여 구, 석탑 96기에 달한다. 걸어서 오르다 보면 20분마다 불상이나 유적지가 나타나 길동무가 된다. 신라 전성기 때에는 남산에 자리한 절만 무려 808개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천 박물관'이다. 남산 유적을 둘러본 뒤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칠불암터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다. 신라달빛기행은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인 10월(4일)의 테마는 ‘가을들판을 걸으며’이다. 첨성대, 선덕여왕릉, 황복사지, 진평왕릉을 방문하고 밤에는 분황사 탑돌이와 국악 공연 감상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신라달빛기행 때 진행되는 야간 국악 공연과 탑돌이는 경주 여행의 의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년 유적 옆에서 감상하는 국악 공연은 그 의미가 더욱 새롭다. 소원을 적은 백등에 불을 밝히고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 체험도 진한 추억으로 남는다. 신라달빛기행은 오후 3시에 출발해 밤 9시에 종료된다. 참가비는 청소년과 일반 2만 2,000원, 어린이 2만 원이며 석식과 입장료가 포함된 금액이다. 참가 접수는 행사 2일 전에 마감한다. 신라달빛기행과 함께 ‘한국관광의 별’에 이름을 올린 것이 신라문화원이 주관하는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이다. 추억의 수학여행은 이제는 중장년층이 된 옛 동기동창들이 교복을 입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향수를 되새기는 투어로 40명 이상이면 연중 진행된다. 신라달빛기행 외에도 경주 여행은 밤에 돌아다니는 묘미가 있다. 경주 주민들은 “차 몰고 다니며 구경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한다. 밤이지만 일단 걸어야 한다. 뚜벅이족의 야경 감상 코스는 대개 이렇다. 대릉원을 지나 경주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로 향하는 길은 야간 산책 코스로 좋다. 첨성대, 계림숲, 반월성을 지나는 길은 은은한 밤이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계림숲 안쪽 길은 한적하며, 계림숲 인근은 다양한 꽃으로 채워진다. 경주 야경 투어의 정점을 찍는 경주 동궁과 월지는 조명과 인공호수가 어우러진 자태가 몽환적이다. 야간에 이동한다고 유적들의 의미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대릉원은 김씨 왕족의 고분 23기가 자리한 곳이다. 숲 가운데로 시내가 흐르는 계림숲은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자리이며, 반월성은 역대 왕들의 궁터였다. 야경 투어로 배가 출출해졌다면 야식을 맛보러 황오동, 쪽샘골목 쪽으로 향한다. 경주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황오동 골목에는 경주빵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창밖에서 제빵 과정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쪽샘골목은 경주의 전통 먹거리 식당이 있는 곳이다. 묵해장국, 쌈밥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 해장국은 멸치와 명태를 우려낸 국물에 메밀묵으로 시원한 맛을 낸다. ✔ 주소 - 경북 경주시 금성로 242 ✔ 문의 - 신라문화원 054-774-1950 / www.silla.or.kr ✔ 식당 - 요석궁 : 한정식 / 경주시 교촌안길 19-4 / 054-772-3347~8 - 고두반 : 한우두부전골 / 경주시 대기실3길 11 / 054-748-7489 / www.고두반.com - 이풍녀구로쌈밥 : 쌈밥 / 경주시 첨성로 155 / 054-749-0600 ✔ 숙소 - 경주여행게스트하우스 : 경주시 북성로 136-1 / 070-8639-5364 / http://gtguesthouse.modoo.at/ - 드림힐모텔 : 경주시 태종로791번길 22-2 / 054-749-9600 - 스위스로젠호텔경주 : 경주시 보문로 465-37 / 054-748-4848 / www.swissrosen.co.kr ✔ 여행 팁 답사 코스가 매월 다르므로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5월~9월은 오후 3시, 10월은 해가 빨리 져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저녁 7시부터 열리는 국악 공연은 달빛기행 참가자가 아니어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