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온 제주 중산간 마을, 송당리를 찾았다. 제주의 동쪽에 위치한 송당리는 중산간의 속살 같은 경치와 제주 신화의 뿌리가 깃든 마을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젊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감각적인 카페가 마을 곳곳에 스며들었고, 숨어 있던 촬영 명소가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주 동북쪽 해안길을 한참 달리던 버스는 비자림로를 따라 이내 중산간으로 접어든다. 바다를 뒤로하고 도착한 송당리. 싱그러운 기운이 넘쳐흐른다. 한여름에도 붉게 단풍이 드는 담팔수나무와 덩치 큰 팽나무, 현무암 돌담이 마을 풍경을 수놓는다. 매혹적인 풍경에 이끌려 마을 속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삼나무 우거진 숲길을 거닐며 소원을 빌고, 야트막한 오름에 올라 사방팔방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는다. 마을 돌담길을 거닐다 비밀의 정원 같은 카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마을 내 소품가게에서 제주의 색깔이 담뿍 담긴 기념품을 고르는 것도 송당리에서 누리는 즐거움이다. 송당리사무소에서 약 1㎞ 이어진 도로변에는 일찍이 유명세를 탄 풍림다방, 웅스키친이 나란히 들어서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진한 커피 위에 부드러운 바닐라크림을 잔뜩 얹은 풍림브뤠베는 기다리는 수고가 아깝지 않을 맛이지만, 여유롭게 앉아 커피 맛을 즐기기에는 아쉬운 공간이다. 복닥거리는 도로변을 피해 맞은편 편의점 골목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온실카페 송당나무가 비밀의 정원처럼 나타난다.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작은 농장과 멀리 오름을 마주보는 풍경이 좋으니 찬찬히 걸어보길 권한다. 송당나무는 20년 차 플로리스트 이선영 씨가 운영하는 가드닝센터다. 강수량이 많은 송당리는 1년 내내 습도가 높고 토양이 푹신해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그 덕에 귤 농사 대신 제주도에서 조경수 재배를 가장 많이 하는 동네가 되었다. 이선영 씨가 송당리에 작업실 겸 카페를 연 이유다. 허브, 야자나무, 선인장 등 온갖 식물이 가득한 온실 내부와 아담한 정원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평화롭다. 에이드와 커피, 홍차, 허브차를 판매하니 향긋한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식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주인장의 세심한 추천을 받아보자. 마을 안쪽 골목에 숨은 듯 자리한 친봉산장은 문을 연 지 4~5개월쯤 된 신생 카페다. 산장에는 깊은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 것만 같은 수염 덥수룩한 주인장과 리트리버 한 마리가 산다. 50년 된 마구간을 6개월 동안 리모델링해 낮에는 아이리시 커피와 꽃차를 파는 카페로, 밤에는 맥주와 와인을 파는 술집으로 운영한다. 바깥 건물만 봐도 빈티지한 매력이 물씬 풍긴다. 카페 내부에는 오래된 산장에 있을 법한 낡은 소파와 통나무 의자, 켜켜이 쌓은 볏짚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벽난로와 손때 묻은 캠핑 장비가 공간의 멋을 거든다. 어둑할 무렵 램프와 양초에 하나둘 불이 켜지자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른다. 타닥타닥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겨울밤이면 더욱 운치 있겠다. 옛 송당리사무소를 개조한 1300K는 제주의 감성을 담은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해녀 모빌과 배지, 제주도 지도를 앙증맞게 그린 입체 엽서, 한라봉과 동백꽃 모양의 캔들, 화산송이석 팔찌, 제주 농산물로 만든 유기농 잼, 문구류 등 기념품으로 갖고 싶은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소품가게 2층에 마련된 에코브릿지커피는 시원한 전망을 자랑하는 포인트다. 널찍하게 뚫린 창 너머로 돗오름, 다랑쉬오름 등의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울창한 나무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제 차와 커피, 케이크를 판매하니 잠시 앉았다 가기 좋다. 송당리는 9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제주 신들의 고향'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당이 있다. 그중 마을의 토지와 주민들을 지켜주는 으뜸인 당을 본향당이라 한다. 송당리에는 만 8000 제주 신(神)의 어머니로 불리는 금백조신을 모신 본향당이 있다. 매년 음력 정월 13일에 열리는 본향당굿은 제주도 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향당이 있는 당오름은 정상 풍경보다 둘레길이 아름답다. 마을 주민들의 아침 산책 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보드라운 흙길을 따라 삼나무와 소나무가 곧게 뻗은 숲길이 아름답다. 마을 산책길치곤 꽤 근사한 길이다. 걸음을 늦출수록 바깥의 더위는 금세 가시고 숲이 내뿜는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송당리는 제주에서 가장 많은 오름을 가진 동네다. 눈 돌리는 곳마다 봉긋봉긋한 능선이 이어져 '오름의 마을'이라 불린다. 송당리의 18개 오름 중 추천 받은 곳은 안돌오름이다. 100m 남짓한 높이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오름이다. 자연 그대로의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떼와 마주치기도 한다. 산수국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흐벅지게 핀 길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금세 정상에 닿는다. 가까이로는 밧돌오름과 삼나무 군락이, 멀리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숱한 오름들의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 우도,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담긴다. 송당리 곳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호젓한 숲길이 여럿 있다. 그중 안돌오름 자락에 숨은 편백나무 숲은 웨딩촬영 장소로 알음알음 알려졌다. 제멋대로 가지를 뻗은 편백나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송당나무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송당5길 68-140 -영업시간 : 10:00~18:00 -휴무 : 연중무휴 -메뉴 : 허브차, 에이드 -문의 : 010-9364-2819 http://www.instagram.com/songdangnamu 친봉산장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81-3 -영업시간 : 11:00~22:00 -휴무 : 수요일 -메뉴 : 아이리시커피,생맥주 -문의 : 010-5759-5456 https://www.instagram.com/jeju_deerlodge/ 에코브릿지커피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40 -영업시간 : 10:00~19:00 -휴무 : 연중무휴 -메뉴 : 아메리카노, 유기농 영귤차 -문의 : 064-782-1305 당오름둘레길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99-1 -문의 : 064-783-4093(송당리사무소) 안돌오름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66-2 -문의 : 064-783-4093(송당리사무소) 주변 음식점 -웅스키친 : 햄버거스테이크 / 일주동로 102 / 064-784-1163 http://www.woongskitchen.com/ -라마네의식주 : 쌀국수, 치킨반미 / 중산간동로 2117 / 064-782-7437 -풍림다방 : 풍림브뤠베, 더치라떼 / 중산간동로 2254 / 010-5775-7401 숙소 -소로소로게스트하우스 : 송당7길 3 / 070-4116-9938 http://hisuhee75.blog.me/ -보리게스트하우스 : 송당6길 38-1 / 010-2400-6500 http://blog.naver.com/borigeha -나무사이로 : 중산간동로 2281 / 010-4269-2942 http://blog.naver.com/namusairo8844 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