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걷기 좋은 길은 따로 있다. 산새소리를 들으며 맑은 시냇물을 끼고 걷는 두륜산 장춘숲길이야말로 명품 중의 명품 숲길이다. 여행자의 가슴을 이처럼 두근거리게 만드는 숲길은 흔치 않다. 편백나무의 향이 온몸을 감싸는 오솔길을 걷다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걷다보면 천년고찰 대흥사가 길 끝에서 반겨준다. 두륜산의 장춘숲길은 대흥사 매표소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흥사 일주문까지 약 4km에 이르는 산책로는 예로부터 ‘구곡장춘(九曲長春)’이라고 했다. 굽이굽이 아홉 굽이 숲길이라 ‘구곡’, 봄길이 길고도 좋아 ‘장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 왼쪽의 반듯한 포장도로로 올라가는 길 대신 오른쪽의 산책로를 선택한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길도 경치가 예쁘지만 산책로를 걸어야 두륜산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진입로에는 측백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하다. 큰 숨을 들이쉰다. 푸르른 숲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조붓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속세의 시름이 저만치 달아난다. 최대한 느릿느릿 걸어본다. 자신을 온전히 대면하고 정신의 건강함을 되찾는 시간, 힐링의 시간이 흐른다. 마음이 햇살을 머금고 어느새 보송보송해진다. 숲길은 한창 녹음이 우거졌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아롱거린다. 산이 좋으니 그늘도 좋고, 계곡이 좋으니 물도 맑다. 봄에는 길가에 붉은 동백이 점점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금강골에서 흘러내린 청량한 계곡물이 시원하다. 가을에는 꽃보다 화사한 단풍이 계곡물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얼어붙어 눈부신 계곡 위로 흰 눈이 소복하다. 숲길엔 쭉 뻗은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여름이면 물가에 돗자리를 편 가족들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물놀이를 즐긴다. 예전에는 산책길 중간에 흔들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튼튼한 나무다리로 바뀌었다. 다리 위에 서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두륜산 숲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을 괴롭히던 모든 상념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책로는 흙길에서 나무데크가 깔린 길로 이어진다. 30여분을 걸으니 빽빽한 삼나무 군락이 듬성듬성해지면서 산책로가 끝나고 너른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매점 앞쪽으로는 대흥사로 가는 길이고, 뒤쪽으로는 천년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원을 하나 지나면 커다란 한옥이 나타난다. 대흥사를 찾는 손님을 위한 숙소인 ‘유선관’이다. 영화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 촬영지인 이곳은 푸짐한 한정식으로도 유명하다. 백두대간 끝자락에 불쑥 솟아오른 두륜산은 8개의 봉우리가 연꽃처럼 천년고찰 대흥사를 껴안고 있다. 해남의 대표적인 사찰인 대흥사는 1500여 년 동안 중흥한 역사 깊은 절이다. 예전에는 대둔사로 불렸지만 절이 크게 흥했다하여 지금은 대흥사라는 이름을 쓴다. 실제로 둘러보면 어마어마한 절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서산대사는 대흥사가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을 것이며, 삼재가 닥치지 않을 곳’이라는 유언을 남겼고, 초의선사는 이곳에 머무르며 다도를 중흥시켰다. 대흥사는 유명 인사들의 현판으로도 유명한데 정조대왕의 ‘표충사’,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 글씨를 보러 오는 사람도 많다. 장춘숲길이 끝나갈 무렵 부처의 세계로 진입하는 피안교를 건너 일주문을 지나면 국내 최고의 부도전을 만난다. 임진왜란 이후에 대흥사를 중흥시킨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곳이다. 나지막한 담장 안에 다양한 모습을 갖춘 부도와 탑비가 모두 80여개나 된다. 부도의 규모만으로도 대흥사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대흥사에는 사대천왕이 없다. 동서남북을 둘러싼 천관산, 달마산, 선은산, 월출산이 사천왕의 몫을 하기 때문이란다. 사천왕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불이문이 자리하고 있다. 불이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저 멀리 두륜산의 산세가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듯 하다. 대웅보전을 가는 길에는 보기 드문 연리근이 서있다. 천 년된 느티나무 두 그루의 뿌리가 하나로 이어진 모습이 보기에 훈훈하다. 장엄한 규모의 대웅보전에서부터 호국의 기상 표충사와 천개의 불상을 모신 천불전까지 찬찬히 살펴보자. 절의 크기에 비해 경내는 아기자기하고 수려하다. 대웅보전 옆의 윤장대는 경전을 모신 책장이다.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고덕이 쌓여서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대흥사에서는 산사체험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한낮에 걸어도 좋은 장춘숲길을 고요한 새벽에 깨어 걷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대흥사의 템플스테이를 신청해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정취를 다시 한 번 느껴보자. 어느 계절이어도 좋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계절별로 철쭉과 단풍, 동백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두륜산의 눈부신 설경이 소개된 이후 겨울이면 설경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깊은 골짜기 아래로 호수와 마을의 모습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다. 두륜산 고계봉 옆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간다. 계단 양쪽은 백소사나무 군락이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옥상에 올라가면 두륜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해남의 아기자기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영암의 월출산과 광주의 무등산까지 이어지는 시야는 저 멀리 다도해를 품는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을 볼 수 있다. 두륜산 장춘숲길 주소 :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88-4 문의 : 061-534-8072 대흥사 주소 :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88-45 문의 : 061-534-8072 http://www.daeheungsa.co.kr/ 두륜산 케이블카 주소 :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88-45 문의 : 061-534-8992 http://www.haenamcablecar.com/default/ 기타정보 해남문화관광, 061-530-5918 http://tour.haenam.go.kr 1.주변 음식점 해남식당 : 산채정식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38-1 / 061-534-5584 돌섬참붕어찜 : 붕어찜 / 전남 해남군 삼산면 고산로 767-17 / 061-532-7200 진일관 : 해남한정식 / 전남 해남군 해남읍 명량로 3009 / 061-532-9932 http://mliving.kr/5329932/ 천일식당 : 해남떡갈비 /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20-8 / 061-536-1001 http://www.해남천일식당.kr/ 2.숙소 해남신흥파크모텔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고산로 343 / 061-533-9050 대성각여관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154-6 / 061-535-4700 해남유스호스텔 :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88-69 / 061-533-0170 http://www.hnhostel.co.kr/ 해남땅끝호텔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1954 / 061-530-8000 http://www.해남땅끝호텔.kr/board/main2.html 하얀집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47 / 061-532-7338 www.endlandhotel.co.kr/ 글, 사진 : 배나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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