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 찬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바닷속 짠것들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가을부터 서해는 그동안 아껴둔 별미들을 선물처럼 쏟아내기 시작한다. 덕분에 미식가들에게 이 계절은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를 실현할 꿈의 시간이다. 충남 홍성 남당항부터 보령 천북굴단지~서천 홍원항까지 서해가 품은 이 계절 별미를 찾아 나섰다. 초가을이면 강원도와 경북 산간 지역의 향긋한 송이와 내륙의 과일도 제철을 맞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씹는 맛’을 최고로 치는 식객들에게는 어딘가 부족하다. 다양한 ‘씹는 맛’을 갖춘 가을 서해안이 사랑받는 이유다. 풍요로운 서해안의 ‘가을 맛 기행’은 전어를 필두로 대하와 꽃게가 이어진다. 날이 더 추워지면 새조개와 굴 등이 든든하게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듣기만 해도 어깨춤이 절로 나는 맛있는 것들이다. 대하축제와 새조개축제 등으로 유명한 홍성 남당항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는 남당항은 ‘서해 별미’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서해안 대표 먹거리 축제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계절에 따라 서해가 품은 별미들을 척척 내놓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여기서 포인트는 이런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남당항’ 말고도 여럿 있다는 것이다. 서해안 별미 포인트를 찾기 전 지도를 먼저 살펴보자. 수도권에서 서해대교를 건너면 바로 충남 당진땅에 닿는다. 충남 서해안의 관문 당진을 지나면 크게 두 개의 갈림길이 나온다. 하나는 서산을 지나 태안반도 (안면도) 로 들어서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목포까지 뻗은 서해안고속도로다.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태안반도와 홍성·보령 땅이 사이좋게 마주한다. 태안도 남부럽지 않은 여행지이지만 ‘가을 서해안을 따라 가는 맛기행’이라는 주제에 맞게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랐다. 충남 홍성의 남당항~보령의 천북굴단지~서천의 홍원항까지 달려볼 계획이다. 서천에서 금강 줄기만 건너면 전북 군산이건만 수도권 근교에서 ‘충청남도’라는 공간이 주는 ‘심리적 가까움’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충남이 품은 서해안이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도 소개했지만 남당항의 최고 이점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다는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로 빠져나오면 남당항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남당항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9월에서 11월까지를 제철로 치는 대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맛이 좋은 만큼 풍부한 단백질을 갖춰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딱이다. 안면도가 큰 바다를 막아주는 덕분에 평화로운 천수만 을 품게 된 남당항 은 예로부터 대하잡이 어선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대하는 주로 소금구이나 생(生)으로 맛본다. 구워먹으면 고소함이 진해지고 날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으뜸이다. 아, 우리가 먹는 대하는 사실 동남아종인 흰다리새우가 많다. 반드시 꼭 대하를 맛봐야하는 이들은 자연산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사실 무엇이든 새우맛도 보고 콧바람도 쏘이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성 남당항에서 남쪽으로 약 6km만 내려가면 보령 천북굴단지에 닿는다. ‘굴’하면 통영굴을 첫손에 치는 이들도 있지만 남해의 굴과는 또 다른 잔잔하면서 야무진 굴을 내놓는 천북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굴의 고장이다. 천북굴단지에 들어서면 굴구이 집들이 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알이 찬 굴을 맛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날이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굴은 찬바람을 품고 익어간다. 하지만 이미 굴철은 시작됐고 지금부터 오는 겨울 내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자연강장제 굴을 빼놓고 서해의 별미를 논할 수는 없으니 잠시 천북굴단지에 들려보자.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리는 굴. 영양면에서 굳이 그의 진가를 설명하는 대신 굴의 맛과 향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굴은 유독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알싸하면서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향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굴의 물컹한 식감과 더불어 오묘한 향에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일단 한번 제대로 굴맛을 본 이들은 겨울이면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든다니 꿀맛같은 굴맛 한번 느껴보자. 굴은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여러 개가 지저분하게 붙어있다면 자연산이고 한쪽면이 편편하고 길게 되어 있다면 양식이다. 서해가 품은 자연산 굴은 특유의 감칠맛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굴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이들은 씨알 굵은 양식을 더 찾기도 한다니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어디고 마음에 드는 굴구이 집에 들어서면 석화를 대야 가득 가져온다. 굴찜도 맛보고 싶다면 반반씩도 가능하다. 굴이 익어가며 툭툭 내뱉는 총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뽀얀 속살 드러내는 굴 한 입에 바다의 향이 전해진다. 시원하고 칼칼하게 즐기는 굴물회는 좀더 추워져야 가능하단다. 지금은 굴구이와 굴밥, 굴칼국수까지, 익힌 굴만 맛볼 수 있다. 아, 굴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강장제로 이름을 날렸다. 그것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굴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지 않을까. 보령 천북굴단지에서 한 시간 반쯤 남쪽으로 달려가면 서천 홍원항과 닿는다. 내리 달리기 아쉽다면 그 중간 즈음 자리한 대천항 에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매년 여름이면 ‘뜨거운’ 보령 머드축제가 펼쳐지는 대천해수욕장 지척에 자리한다.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면 무창포 를 추천한다. 위로는 대천 아래로는 춘장대 등 유명한 이웃을 둔 덕분에 상대적으로 차분한 바다를 맛볼 수 있다. 여름이면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리니 이것도 기억해두자. 서천은 금강을 경계로 전북 군산과 이웃한 동네다. 충남 서해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서천은 전어·꽃게축제로 유명한 홍원항 이 자리한다. 가을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어는 두말하면 입 아픈 가을 별미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 또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그의 고소함을 알려준다. 사실 전어는 사철 맛볼 수 있는데 산란기를 끝낸 9월에서 11월까지 살이 오르고 기름져 이때의 전어를 최고로 친다. 전어(錢魚)라는 이름도 너무 맛이 좋아 돈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붙었다니 맛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듯도 하다. 11월 초중순까지는 끝물 전어를 맛볼 수 있다. 날이 더 추워지면 뼈가 억세어지니 올해 가을 전어 맛을 보고 싶다면 부지런히 움직이자. 마지막으로 서해안 가을 별미로 빼놓을 수 없는 꽃게가 있다. 속살 꽉 찬 꽃게는 그저 쪄서 맛보는 것만으로도 달달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미식가들이 빼지 않고 찾는 별미다. 꽃게 크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인원수가 많다면 자잘한 놈을 여럿 맛보는 것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꽃게의 맛이 중요하다면 몸체가 큰놈을 추천한다. 항구에서 꽃게를 저렴하게 맛보려면 시장에서 생물을 사서 음식점으로 가져가면 된다. 가을 꽃게는 먹어줘야 한다는 미식가들은 11월 중순까지는 서해를 찾아야 한다. 언제든 꽃게를 맛볼 수 있지만 지금 요맘때가 가장 맛있다는 말씀! ※ 숙소 ▶홍성 -용봉산자연휴양림 :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2길 87 / 041-633-1785 -홍성온천관광호텔&스파 : 홍성군 홍성읍 내포로 42 / 041-633-7777 ▶보령 - 호텔뷰 : 보령시 천북면 홍보로 1061-175 / 010-9552-6010 -무창포 비체팰리스 : 보령시 웅천읍 열린바다 1길 78 / 041-939-5757 -한화리조트 대천파로스 : 보령시 해수욕장3길 11-10 / 041-931-5500 ▶서천 - 서천비치텔 : 서천군 서면 서인로 288-11 / 041-952-9566 -파라다이스 모텔 : 서천군 화양면 장산로1040번길 23 / 041-951-8228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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