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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이다. 지금은 집하면 아파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 선조들은 다들 한옥에서 살아왔다. 최근에 힐링 바람이 불면서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통한옥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한옥도 변하기 마련. 한옥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마을로는 산청 단계마을 만한 곳이 없다. 단순히 주택의 개념을 넘어 보건소와 파출소는 물론이고 참기름집, 분식집 같은 상가들도 한옥 구조다. 단계초등학교는 돌담과 교문이 한옥 구조를 하고 있다. 안동권씨 집성촌인 단계마을은 단계 김인섭 선생(1823~1903)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선생은 19세기 살았던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마을에는 등록문화재 제 260호로 지정된 옛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어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돌로 쌓은 돌담과 돌과 흙이 뒤섞인 토석담을 함께 볼 수 있는데, 높이는 2m가 넘어서 담 너머 집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을여행은 단계천 제방 아래에 자리한 단계 김인섭 선생 고택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고택주변에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문화유산이 많다. 선생은 17세에 진사에 합격하고, 20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사간원 정언이 되었다. 문과에 급제하던 1846년(헌종12년)에 하사받은 어사화를 만나볼 수 있다. 어사화는 행차 때 수레 앞에 꼽았던 물건이다. 1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이 되는 등 보관의 어려움이 있어 경상대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생은 23세 때인 1849년부터 53년간 일기를 쓰며 29책을 남겼다. 선생의 학구열과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문집책판도 남아있다. 이 책판은 선생의 문집을 널리 알리고자 1908년에 새긴 것이다. 이 책판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후에 그의 문인들에 의해 14권 7책으로 만들어 졌다. 1965년에 후손 김천수에 의해 다시 속집 2권과 연보부록 1권이 간행되었다. 일기와 문집책판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단계마을 고택기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 권씨고가다. 안채 상량문의 기록에 따르면 1919년 3월에 마룻대를 올렸다고 한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 문간채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한옥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끄는데, 제사를 지내는 공간과 목욕탕까지 갖추고 있어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안채의 가운데 자리한 마루 안쪽의 문을 들어 올리면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보통의 한옥이 마루에 상을 차리고 마당에서 절을 하는 반면 이곳은 마루 안쪽의 방에 상을 차리고 마루에서 절을 하게 되어 있다. 문을 천장으로 들어 올리면 방이 마루와 바로 연결되는 탁 트인 구조가 되어 시원하다. 안채 오른쪽 끝의 목욕탕 시설도 볼만하다. 방안에 가마솥이 있어 솥에 물을 채우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물이 데워지는 구조다. 뜨거운 물을 욕탕으로 퍼 옮겨 그 자리에서 바로 목욕이 가능하다. 현대 문명의 목욕탕이 한옥 방안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눈여겨보게 된다. 화장실은 변기 구멍 아래에 돼지 등을 키워서 볼일을 보면 가축들이 뒤처리를 하도록 한 친환경 화장실이다. 한옥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단계리 박씨고가는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와 곳간채가 어우러져 ㅁ자형 평면을 갖췄다. 안채는 1918년에 지어졌으며 그 외의 가옥은 1940년경에 지은 것으로 앞면 5칸 반, 옆면 2칸 규모이다. 대청마루 북쪽면은 틔우지 않고 도장방을 만들어 창고로 활용했다. 용담 박이장 선생(1547~1622)을 기리기 위한 사당인 용담정사도 가볼 만하다. 대지가 옆으로 길다 보니 대문, 용담정사, 사당, 협문이 옆으로 길게 이어진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전통한옥 체험시설인 율수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율수는 시경의 대아문왕지십(大雅文王之什)편의 율수궐덕(聿修厥德)에서 나온 말로 ‘스스로 덕을 닦으라’는 뜻이다. 순천박씨 고현고택을 한옥스테이로 확장 개축했다. 바깥사랑채, 안사랑채, 안채, 식당채, 광채, 용담정, 목욕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율수원은 너른 집터에 안채를 중심으로 식당채가 좌청룡, 목욕채가 우백호, 안사랑채가 안산, 바깥사랑채와 대문채가 조산을 이룬다. 5개 동이 안채를 감싸고 보좌하는 형세라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영남 양식의 전통한옥에 화려한 서울 양식을 가미해 고급스러운 멋을 더했다. 사각형 정자인 용담정 앞에는 연못이 있어 선비들의 옛풍류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설조당이란 현판이 붙어있는 목욕채는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목욕하는 공중목욕탕이다. 한옥 안에서 목욕을 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율수원은 2013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건축부문에서 올해의 한옥대상을 수상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율수원은 예약을 해야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문의 : 055-974-0221) 단계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사는 주택뿐만 아니라 학교, 파출소, 상가 등도 한옥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단계초등학교 교문은 세 칸짜리 솟을대문에 삭비문(數飛門)이라는 현판이 새겨져 있으며 담벼락은 돌담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삭비(數飛)란 새가 날갯짓을 되풀이해 날아간다는 뜻으로, 어린 학생들이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돌담과 이어진 교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등학교 교문이라 해도 손색없겠다. 성당보다 작은 천주교 단계공소 역시 한옥의 특징을 살려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단계파출소도 2층 형태의 한옥으로 지어져 한결 친근하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고 있는 보건소도 담벼락과 대문은 한옥 구조를 하고 있다. 그밖에 참기름집, 자장면집, 분식집, 금은방 등 많은 상가들이 한옥형태를 하고 있어 조선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단계마을은 이순신 백의종군로 행로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1597년 6월 1일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이곳 단계천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곳이다. 공원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추모비, 거북선 모형 등이 세워져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에 더해 이순신장군의 발자취까지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깊이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단계마을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돌아보고 싶다면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계 ( 055-970-6421) 에 예약해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산청단계마을 단계리 권씨고가 주소 : 경남 산청군 신등면 신차로 556-15 문의 :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0-6421, 055-970-6422, 055-970-6423 기타정보 경상남도 산청군 홈페이지 www.sancheong.go.kr 1. 주변 음식점 아기자기식당 : 추어탕, 다슬기탕 / 경남 산청군 신등면 신등가회로113번길 1 / 055-972-3116 단계반점 : 자장면, 짬뽕 / 경남 산청군 신등면 신등가회로 9 / 055-972-3050 한우나라 레스토랑 : 한우, 흑돼지삼겹살, 갈비탕 /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로150번길 155 / 055-973-3301 2. 숙소 숲속정원 관광농원펜션 : 경남 산청군 신등면 정곡척지로 674 / 055-973-8258 http://blog.daum.net/ssjw8258 한우나라 하늘정원펜션 :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로150번길 155 / 070-4233-3553 www.hanwoonara.co.kr 글, 사진 : 김태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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