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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평범하면서도 편안한 색이다. 빨간 단풍이나 노란 유채꽃처럼 색감이 강렬하지 않아 눈에 잘 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 틈에 있으면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초록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초록은 그런 색이다. 눈과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그래서 초록으로 가득한 여행지는 화려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평범한 듯해도 볼수록 멋스럽다. 전남 화순의 연둔리 숲정이도 그런 여행지다. 철이 들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던 대학 시절, 내 꿈은 별장지기였다. “왜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별장지기야?”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 게 중요한 숙제였던 탓에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왜 별장지기가 되고 싶었는지 잘 모른다. 그냥 빡빡한 도시의 삶이 싫었고, 경쟁 속에서 나를 소모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냥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유유자적 살고 싶었다. 무심코 별장이라면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책 읽으며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안빈낙도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마치 낙향한 선비처럼.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근간에는 자연이라는 울타리가, 특히 초록의 나무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록이야말로 눈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도 정화시키는 자연의 진수라 믿었으니까. 그중에서도 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이 들어선 숲은 인간세상과 신선세계를 이어주는 관문이다.이 땅에는 아름다운 숲을 자랑하는 곳이 여럿 있다. 전남 화순의 연둔리 숲정이도 그중 하나다. 숲정이란 마을 근처 숲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화순 동북쪽에 자리한 동복천변 둔동마을 앞에 700여 m에 이르는 숲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1500년경 마을이 형성되면서 비보림(裨補林)으로 나무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이라고 하니 50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부터 울창한 숲을 기대하고 나무를 심은 것은 아니다.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둔동보를 쌓고, 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를 심은 것이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숲정이를 대표하는 수종은 느티나무, 팽나무, 서어나무, 왕버들이다. 그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왕버들이다. 마을이 형성되기 이전에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의 나무들은 사람들이 직접 심은 것이다. 마을에서는 숲정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금도 조금씩 식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숲정이에는 직경 5~20cm 정도의 나무가 72그루로 제일 많다. 이 나무들은 수령이 50년 안팎이다. 물론 직경이 1m가 넘는 고목도 많다. 이들이 숲정이의 터줏대감이다. 길게 뻗은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숲정이를 즐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산책을 하는 것과 의자에 앉아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다. 어느 방법을 택해도 좋다. 나무 그늘에 앉아 미풍을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흰 구름이 떠가고, 물 건너 밭을 보면 청산이 마주한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 경지는 마치 세상 사람이 비단옷 입고 으스대는 것 이상이다. 하천을 따라 난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 숲정이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충분하다. 빠른 걸음이 아니라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야 한다. 그래야 숲에 깃든 자연의 아름다움과 숲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알아볼 수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속 길에는 오직 한 가지 색만 가득하다. 이 세상에는 오색찬란한 것들이 많지만, 한 가지 빛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게 바로 초록이다. 그 속에서는 나를 압박하던 일도, 사람도 잠시 잊게 된다. 그리고 자연이 선물하는 휴식을 마음껏 즐긴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나무에 부딪쳐 ‘쉬~익’ 하는 바람의 파공음 뒤로 목청껏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경쾌하다. 여기에 터벅터벅 낮은 발자국 소리가 묘한 하모니를 이뤄 숲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정원이 된다. 연둔리 숲정이와 함께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곳이 도곡면 천암마을 숲이다. 도곡온천 지나 천암리 삼거리를 이정표 삼아 찾아가면 된다. 천암마을 입구 길가에 있지만, 아쉽게도 숲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천암마을은 조선 인종 때인 1554년 문창후가 남평 문씨의 세거지로 터를 닦으면서 조성되었다. 그의 손자 문인극이 정착하면서 1600년경에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문인극은 마을 앞에 흐르는 하천의 물길을 돌려 둑을 쌓고, 그 둑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남평 문씨 후손들이 숲을 소중히 지켜 400년을 이어오게 되었다. 천암마을 숲은 연둔리 숲정이에 비해 면적도 작고 정돈된 느낌이 적다. 그래도 숲이 주는 평온함은 그대로다. 곳곳에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 누구라도 삼림욕을 하며 편히 쉴 수 있고, 숲 가운데 정자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문흥JC → 광주외곽순환고속도로 → 용산IC → 22번 국도(화순 방면) → 화순 → 강정리 → 다지리 → 구암교차로 우회전 → 사평터널 → 원진교차로 좌회전 → 둔동마을(연둔리 숲정이) * 대중교통 서울→화순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회(09:00, 15:40) 운행, 3시간 50분 소요. 고속버스 운행 편수가 많은 광주를 경유해서 가도 된다. ※ 광주에서 출발해 화순을 경유하는 사평행 217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둔동마을에서 하차. 1일 24회 운행. 화순시외버스터미널 061-374-2254 2.주변 음식점 민속숯불갈비 : 갈비 / 화순군 도곡면 지강로 514 / 061-371-7882 햇살과 달빛 : 촌닭코스요리 / 화순군 동면 건덕길 41 / 061-372-0505 화순흑염소 : 흑염소 / 화순군 화순읍 일심리 58 / 061-371-5747 사평다슬기수제비 : 다슬기탕 / 화순군 남면 사호로 222 / 061-372-6004 3.숙소 도곡가족스파랜드 : 화순군 도곡면 온천1길 45, 061-374-7600 미송온천호텔 : 화순군 도곡면 온천2길 51 / 061-375-9800 / http://1349.evnara.com/ 금호화순리조트 : 화순군 북면 옥리 510-1 / 061-372-8000 / http://www.kumhoresort.co.kr/ -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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