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950년 6월 25일 새벽. 남침을 강행한 북한은 사흘 만에 서울을 함락하고 거침없이 남진했다. 국군은 국토의 90%를 빼앗긴 채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한반도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격전은 처참했다. 칠곡군은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무려 55일간의 혈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야전병원으로 쓰인 가실성당, 인민군 합동지휘사령부가 들어섰던 매원마을, 인민군의 도하를 막기 위해 폭파했던 호국의다리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당시 전적지가 빼곡하다. 이제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 감동적인 칠곡의 역사를 돌아본다. <추천코스> 가실성당 → (도보 20분) → 호국의다리 → (도보 20분) → 호국평화기념관 → (도보 20분) → 매원마을 1923년 지어진 칠곡 가실성당은 100여 년의 세월을 품었다. 6.25전쟁의 포화를 겪고도 옛 모습 그대로다. 아군과 북한군이 번갈아 가며 야전병원으로 사용했던 덕분에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붉은 벽돌 외벽에 총탄 자국을 메운 자리가 얼룩얼룩하다. 정면에 Kelly라고 새긴 벽돌이 있는데, 당시 머물렀던 어느 미군이 두고 온 그리운 그녀의 이름을 새긴 것일지도 모른다. 성당 안에는 크고 작은 창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하게 반짝인다. 독일 화가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의 작품이다. 앞쪽에는 프랑스에서 제작해서 가지고 온 ‘안나와 마리아’ 석고상을 볼 수 있다. 마리아 어머니 안나 성녀를 주보성인(수호성인)으로 하는 우리나라 유일한 성당이다. 성당 건물 뒤편에 자리한 구 사제관은 현재 역사전시실로 사용 중이다. 지금의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기와집을 본당으로 사용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사용하던 가슴 십자가부터 사제들의 제의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실성당은 ‘한티 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해서 트레킹 마니아와 천주교 성지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한티 가는 길’은 가실성당에서 신나무골성지, 동명성당, 가산산성 진남문을 지나 한티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길로 한국판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이다. 총 45.6km, 5구간에 이른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주인공 양금명이 결혼식을 올렸던 장소가 바로 이곳 가실성당이다. 왜관읍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한옥 고택이 모여 있는 매원마을이 있다. 조선 시대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의 3대 반촌마을로 꼽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9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 한국전쟁 중이던 8월 10일, 인민군은 매원마을을 점령하고, 박곡종택에 합동지휘사령부를 그리고 지경당에 인민군 야전병원을 설치했다. 국군과의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하는 동안 600호에 이르던 마을은 기와집 360호와 초가집 180여 호가 소실되었다. 특히 인민군 합동지휘사령부로 쓰였던 박곡종택은 사당만 남겨두고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박곡종택 식구들이 피난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 추석이었다. 불탄 종택 마당에서 물 한 잔 떠 놓고 추석 차례를 지냈다고 한다. 종택 곳곳에 전쟁의 아픈 흔적을 볼 수 있다. 한옥이 불타서 사라진 자리에는 주춧돌만 남아 있고, 유일하게 남은 박곡사당에는 총탄의 흔적이 무수하다. 복원된 담장마다 무너진 종택의 기와가 촘촘히 박혀있다. 소용돌이 속에도 살아남은 고택은 60여 채뿐이다. 대표적인 건물은 박곡종택을 비롯해 감호당, 해은고택, 지경당, 진주댁 등이 있다. 봄이면 홍매화, 청매화가 번갈아 반기고, 여름이면 찔레꽃, 능소화가 돌담 위에 흐드러지게 핀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드넓은 연밭은 한여름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매원마을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낙동강에 길게 가로 놓인 호국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05년 1월 1일에 개통된 구 왜관철교다. 왜관철교는 1950년 8월 3일 밤 8시 30분. 코앞까지 밀고 온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파하였다. 폭파한다는 수차례 경고에도 피난민들이 끊임없이 다리를 건너는 상황이라 희생자가 속출했지만, 북한군의 도하를 막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현재 인도교로 사용되고 있는 호국의 다리는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저녁에는 아름다운 야경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아치형 교각 장식이 눈길을 끈다. 원래는 교각 장식이 7개였으나, 하나가 비어있다. 6.25 당시 폭파된 부분이다. 다리 아래로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호국의 다리 맞은편에는 구 왜관터널이 있다. 1950년 경부선을 위해 개통된 터널이다. 아치형 터널 안은 붉은 벽돌로 천정까지 촘촘히 쌓아 올렸다. 천정의 검은 얼룩은 증기기관차의 흔적이다. 호국의다리와 낙동강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 더 브릿지는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낙동강방어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호국평화기념관으로 가보자. 로비에 들어서면 거대한 철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55개의 총탄 구멍이 뚫린 대형 철모에는 다부동전투. 왜관철교폭파 등 칠곡 지역 전투사와 관련된 핵심 단어가 새겨져 있다. 전시관에는 한반도의 남은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55일간의 전투에 대해 자세히 전시해 놓았다. 12일 동안 주인이 15번이나 바뀌는 대혈전이 벌어졌던 328고지 전투, 북한군이 낙동강을 넘지 못하도록 왜관철교를 폭파했던 현장을 조형물과 영상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당시 북한군과 남한군의 전력도 한눈에 비교된다. 전쟁을 미리 준비했던 북한군에 비해 우리 국군의 무기는 형편없었다. 장갑차는 북한군 59대, 우리는 겨우 27대였고, 곡사포 역시 북한군 565문, 우리는 91문이었다. 열악한 전력 속에 지게부대(A-Frame Army)라는 또 다른 주역들이 있었다. 음식과 무기를 싣고 20kg이 넘는 지게를 산꼭대기 고지까지 운반하였던 노무자들이다. 20kg짜리 지게가 전시되어 있는데, 어깨에 메는 순간 그들의 노고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발목이 쇠사슬에 묶인 북한군 모형 앞에서는 가슴이 아린다. 북한군은 기관총사수를 쇠말뚝에 묶어 놓고 도망가지 말고 죽을 때까지 싸우게 했다고 한다. 마지막 전시실로 들어서자 천정에 대형 태극기가 달려 있다.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된 유해발굴 현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수습되지 못한 채 산야에 남겨진 호국 용사들의 유해를 찾는 일이다. 지금까지 1만 1469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그중 248명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호국평화기념관 뒤편 작오산 정상에 평화전망대가 있다. 40분 남짓 발품을 팔면 전망대에 닿는다. 55일간 목숨 걸고 지켜낸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 질 무렵에 오르면 하늘과 강이 붉게 물드는 멋진 노을을 만난다. 가실성당 주소 : 경북 칠곡군 왜관읍 가실1길 1 문의 : 054-976-1102입장료 : 무료 호국의다리 주소 :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882-67 문의 : 칠곡군 관광진흥과 054-979-6094 이용시간 : 상시 입장료 : 무료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주소 : 경북 칠곡군 석적읍 강변대로 1580 문의 : 054-979-5512 이용시간 : 3월~10월 09:00~18:00, 11월~2월 09:00~17:00 (휴무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입장료 : 무료 매원마을 주소 :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1길 29 (마을회관) 문의 : 054-979-6453 이용시간 : 09:00~18:00 입장료 : 무료 글·사진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5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한국관광공사의 저작물에 기초 -
연관정보
해당 여행기사에서 소개된 여행지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평가를 해주시면 개인화 추천 시 활용하여 최적의 여행지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댓글
댓글 (건)
유의사항
불건전한 댓글의 경우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답글 등록 시 사용자의
닉네임, 이미지 (투어원패스 및 대한민국 구석구석
마이페이지 명칭 사용)가 함께 표시됩니다.
AI가 빠르게 요약해주는 사용자 후기!
AI 요약 서비스는 최근 3년 이내
작성된 댓글이 5건 이상일 경우 제공됩니다.
최근 3년 이내 작성된 댓글이 5건 이상일 경우
사용자 후기 요약 정보가 제공됩니다.
현재 5건 작성
사진 후기
이벤트 정보입력 및 이벤트 참여 동의
이벤트 개인정보 수집 · 활용 및 위탁동의
이벤트 당첨 안내 및 경품 수령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동의 입니다.
관련 정보는 당첨자 발표일 기준 3개월간 유지되며, 이후 폐기 처리됩니다.
개인정보 입력 및 수집 이용 (필수)
주소
※ 실물경품 당첨 시 해당 주소로 배송되므로 정확하게 기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입력으로 인한 당첨 불이익 (경품 미수령, 오배송 등)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활용에 관한 동의 (필수)
한국관광공사는 이벤트 당첨자 선발 및 안내를 위해 이벤트 참여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참여자의 사전 동의 없이는 개인 정보를 절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수집 목적 : 이벤트 참여 및 경품 발송
수집 항목 : 이름, 휴대폰 번호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벤트 참가자 개인 정보 보유, 이용 기간 : 개인 정보 수집, 동의 일로부터 이벤트 종료 시점까지
- 이벤트 당첨자 개인 정보 보유, 이용 기간 : 당첨자 발표일 기준 3개월까지 보유 / 경품 배송 완료일까지 이용
개인 정보 파기절차 및 방법
이용자의 개인 정보는 원칙적으로 개인 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되면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회사의 개인 정보 파기 절차 및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파기절차
- 이용자의 개인 정보는 목적이 달성된 후 즉시 파기됩니다.
(2) 파기방법
- 종이에 출력된 개인 정보는 분쇄기로 분쇄하거나 소각을 통하여 파기합니다.
- 전자적 파일 형태로 저장된 개인 정보는 기록을 재생할 수 없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여 삭제합니다.
개인 정보의 취급 위탁
회사는 이벤트 경품 제공과 관련하여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타 업체에 위탁하여 처리할 수 있으며,
위 처리는 이용자가 동의한 개인 정보의 이용 목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행사 종료 시 일괄 폐기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