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강줄기에서 잡아낸 잡어(雜魚)를 큰 솥에 푹 고아낸다. 펄펄 끓기 시작할 무렵, 그 안에 고추장과 함께 쌀이나 국수를 풀어 넣으면 푸짐한 어죽이 완성된다.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앉아 도란도란 맛본다. 별다른 보양식이 없던 시절, 어죽은 이웃 간 푸짐한 정(情)은 물론 여름내 허해진 기운을 보해주는 으뜸 보양식이었다. 얼큰하면서 칼칼한 국물이 더해지니 어찌 여름에만 찾을까. 찬바람을 맞으며 어죽을 찾아 나선 이유다. 자, 어죽을 맛볼 차례다. 어디로 갈까. 재료의 특성상 전국의 내로라는 물줄기 주변에서는 (이름만 조금씩 달라질 뿐) 대부분 어죽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어죽 여행은 금강 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먼저 금강을 따라 가보자. 금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신무산(897m)에서 발원해 무주와 군산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무려 1000리(약 400km)에 달하는, 남한에서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강 줄기가 다른 물줄기와는 달리 한양을 향해 올라가는 역수(逆水)임을 알 수 있다. 전북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충남 금산과 영동, 옥천으로 향한다. 금강을 따라 금산 인삼어죽, 영동 어죽, 옥천 생선국수가 지역 별미로 꼽힌다. 여기에 금강 줄기가 시작되는 금강 상류의 무주 어죽이 더해진다. 오늘의 어죽 여행지는 전북 무주다. 금강 상류 맑은 물에서 나는 민물고기가 주인공이다. 앞의 소개로 눈치 챘겠지만 어죽은 주로 금강 줄기 주민들이 한여름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기던 음식이다. 천렵(川獵)으로 고기를 낚았다고 전한다. 천렵은 ‘더위를 피해 여가를 즐기며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로 봄이나 가을에도 즐기지만 여름철, 특히 삼복 더위 중 주로 즐겼다고 한다. 한창 바쁜 농번기, 삼복더위에 지친 몸을 쉬어가며 보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난다. 바다와 떨어진 내륙 산간지방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 한 어류는 아마 대부분 민물고기 아니었을까. 금강 상류에 안긴 이곳 주민들에게 어죽은 흔하면서도 귀한 별미였으리라.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사이엔가 무주 어죽은 전국구 유명인사가 되었다.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이 손에 꼽는 별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무주 읍내 군청 뒷골목의 금강식당(063-322-0979)과 무주읍 내도리 앞섬마을과 뒷섬마을의 섬마을(063-322-2799), 강나루(063-324-2898) 등에서 어죽을 전문으로 한다. 민물고기의 왕으로 꼽히는 쏘가리를 비롯해 민물매운탕도 맛볼 수 있다. 이왕 금강 상류, 무주까지 왔으니 어죽 요리하는 것도 살펴보자. 무주를 찾는 이들이 첫손에 꼽는 금강식당을 찾았다.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순 주인장에게 무턱대고 흙내가 나지 않는 ‘비법’부터 물었다. “비법은 따로 없어요. 민물 특유의 비린내를 잡는데에는 핏물을 빼내는 게 중요해요. 어죽을 두고 민물고기를 푹 고아내 쌀이랑 고추장만 넣어서 끓이는 ‘쉬운 음식’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손이 참 많이 간답니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 전 핏물을 빼내는 게 맛을 좌우하지요.” 무주의 젖줄인 남대천과 금강에서 잡아 올린 모래무지, 동자개(빠가사리), 피라미 등 웬만한 민물고기는 모두 어죽의 재료다. 이중 잡아 올릴 때 ‘빠각빠각’ 소리를 내어 빠가사리라고도 불리는 동자개는 ‘시원한 맛’을 내는 주역. 먼저, 잡아온 민물고기의 내장을 손질해 물에 담가두는데 이게 바로 비린내를 잡는 ‘핏물 빼내기 작업’이다. 정성껏 손질한 생선은 서너 시간쯤 생선살이 부드럽게 으스러질때까지 푹 고아낸다. 생선 뼈와 잔가시 등은 체에 걸러낸다. 진한 육수가 준비되었으면 이제 주문을 기다릴 차례다. 미리 죽을 끓여두었다가 그릇에 담아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갔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가 시작이다. 준비된 육수를 뚝배기에 덜어 생쌀을 풀어 끓이기 시작한다. 쌀이 풀어질 때 즈음 수제비와 고추장과 부추, 파, 버섯 등 야채를 더한다.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시식 시간. 호호 불어서 맛보자. 뜨끈한 죽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고소하면서 얼큰하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동치미, 그리고 고추장이 더해진 된장과 고추, 양파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첫술에 데어버린 입천장을 식혀준다. 아침식사도 가능했다면 무주 읍내 애주가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리라. 근처 직장인들의 해장메뉴로 인기라고, 주인장의 증언이 더해진다. “아가씨들은 민물고기라고 하면 대번에 새침해지더라고. 냄새나서 못 먹는다면서. 그러다 막상 한 입 맛보면 괜찮은지 대부분은 잘 먹더라고요. 손님들이 나가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할 때가 제일 좋아요.” 깊어가는 이 계절, 무주를 찾았다면 금강 별미 어죽도 놓치지 말자. 1인분에 6000원. 착한 가격으로 찬바람에 허해진 기운도 보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무주군청 063-320-2114, www.muju.org 1.주변 음식점 전라도와 경상도를 품는 덕유산은 산 밑 자락의 풍성함과 각 지역 고유의 맛이 더해져 찾는 이들에게 허기질 틈을 주지 않는다. 금강줄기에서는 어죽·민물매운탕 등 민물요리가, 덕유산 자락에서는 산채·두부요리가 유명하다. 무주구천동 자락의 송어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2.숙소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구천동,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를 설명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청정자연. 행정구역상 전라도에 속하지만 충청남북도와 경상남북도 4개도에 둘러싸여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가 만났기 때문일까. 무주는 다양한 숙소의 천국이다. 전국의 내로라는 펜션은 모두 무주에 몰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고 많은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덕유산국립공원과 무주덕유산리조트로 겨울철이면 눈꽃산행과 스노스포츠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다. 찾는 이들이 많으니 당연히 숙소가 많다. 덕유산국립공원 무주구천동 관광특구에 제일산장(063-322-3100), 다숲펜션(063-322-3379), 무주덕유산리조트(063-322-9000) 를 비롯해 그 초입에 리틀프린스펜션(063-324-0873), 노블펜션(063-322-9067) 등 숙소가 몰려있다. 시즌에는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방을 구하기도 어렵다. 무주 읍내에 기린장(063-324-5051), 그린모텔(063-322-7231)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5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