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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 매운 맛, 신 맛, 쓴 맛, 짠 맛.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로 술을 빚으면 그 이상의 맛이 난다는 걸 알게 됐다. 아빠와 함께, 경상북도 문경에서. 산 넘고 물 건너 문경과 안동을 찾았습니다. 좋은 물이 흐르고 비옥한 땅이 있는 곳에 좋은 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한국에서 만드는 와인, 전통을 고수하는 안동소주를 동시에 맛볼 생각을 하니, 시작부터 마음이 설렐 따름이기도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에 출발하며 날씨를 걱정했지만, 문경새재를 넘는 순간부터는 파란 하늘이 아빠와 딸의 여행을 반겨줍니다. 문경과 안동, 영남의 중심에서 서울로 넘어가는 이 길목에는 대체 어떤 술들이 숨어 있을까요. 다섯 가지 맛을 내는 과일이 있습니다. 네, 오미자입니다. 오미자가 유명한 문경에서 다섯 가지 맛을 품은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오미자로 만든 와인입니다. 약재로만 쓰일 줄 알았던 오미자로 와인을 만들었다고 하니, 술 좋아하는 부녀는 벌써 솔깃합니다. 평생 술을 연구해 온 이종기 대표가 가장 한국다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문경새재로 들어서는 길목에 자리한 오미나라를 찾았습니다. 오미나라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증류기가 눈에 띕니다. 발효하여 완성한 술을 한 번 더 끓여내 알콜 성분만 따로 추출하는 증류주를 만들기 위한 시설입니다. 부녀는 모두 이곳이 술을 빚는 곳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술 여행을 다니던 경험치가 쌓인 덕분이겠지요. 바로 앞에 오미자밭이 펼쳐져 있고, 사방으로는 문경새재의 산 능선들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고 있습니다. 오미나라 안쪽으로는 오미자와 이곳의 오미자와인 ‘오미로제’에 대한 이야기가 좌우로 이어집니다.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실제 숙성고도 둘러봅니다. 오크통으로 숙성하는 와인이라니,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현장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네요. 막걸리 양조장과는 또 다른 느낌에 아빠는 그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계십니다. 투어를 도와주는 직원이 부녀에게 숙성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주겠다며 나섰습니다. 하나, 둘, 셋. 다소곳이 포즈를 취한 아빠와 딸의 사진이 조금은 어색합니다. 견학을 마친 뒤에 나만의 와인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와인 병 겉면에 붙게 된다고 해요. 빈 와인 병에 와인을 직접 주입해보기도 합니다. 코르크 마개로 닫는 것도 잊지 않았죠. 볼 빨간 부녀가 이곳을 그냥 둘러보고 떠날 리 없습니다. 오미나라에서 주조하는 와인 오미로제와 브랜디 문경바람, 고운달을 시음해보기로 합니다. 오미나라에서는 누구나 가볍게 한 잔씩 맛볼 수 있는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스파클링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 고운달 등을 시음한 뒤에는 아까 만들었던 와인을 받았습니다. 와인 병 겉면에 부녀의 사진이 붙어 있어 더없이 특별한 선물입니다. - 위치: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609 - 운영시간: 매일 09:00~17:30 (명절 휴무) / 양조장 투어 09:00~17:30(월요일, 명절 휴무) - 문의전화: 054-572-0601 - 양조장 투어 및 테이스팅 프로그램: 1인당 10,000원 (스파클링 와인 100mL, 프리미엄 와인 100mL, 고운달 15mL 시음 포함) -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 프로그램: 오미로제 프리미어 와인 20,000원(375mL) / 문경바람 40% 오크 25,000원 (375mL) 문경 시내에서 한 시간여를 더 들어갔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문경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마을까지 찾아가야 했던 겁니다. 문경주조. 어쩐지 문경을 대표하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는 듯한 이곳은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적이 있었던 프리미엄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를 빚어내는 술도가입니다. 문경의 대표 선수라고 해도 좋겠네요. 공장처럼 있는 기존 건물 옆으로 개량된 한옥 건물이 자리합니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이래, 이곳을 찾는 여행자를 위해 예쁘게 꾸몄다고 합니다. 주담정(酒談停)이라 쓰인 현판이 내걸린 대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술과 담소를 나누며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엄청난 문양을 뽐내고 있는 항아리들! 유명 옹기장에게 의뢰해 만들었다는 이 항아리 안에서는 문경주조의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경주조에서도 술을 하나씩 시음해 볼 수 있었습니다. 평창의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한 ‘오희’는 탁 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라는 아빠의 평가. ‘문희’는 특유의 풍부한 바디감으로 찹쌀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 딸의 평가. 이쯤이면 부녀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여행자를 넘어 전통주 맛 평가사로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요. 술 익어가는 소리 너머로 펼쳐지는 문경의 안개 가득한 풍경은 그야말로 몽환적입니다. 문경주조의 술처럼 말입니다. - 위치: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노은1길 49-15 - 운영시간: 매일 09:00~18:00(방문 전 사전 문의) - 문의전화: 054-552-8252 문경 근처에 전통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있죠. 이번 양조장 여행은 문경에 이어 안동으로도 가기로 했습니다. 안동에는 지역 양반들이 제사 등에 사용하기 위해 빚었던 가양주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했던 곳입니다. 비록 가양주 금지와 쌀 사용 금지 등의 규제로 인해 예전만큼의 명성을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옛 가양주 주조 비법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한 명인이 있습니다. 조옥화 명인입니다. 안동소주의 명맥을 잇는 조옥화 명인은 안동 시내에 박물관을 설립했습니다. 안동소주 등 전통주는 물론, 제사상을 비롯한 전통음식 등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녀가 방문한 것은 안동의 어느 맑은 날 오전. 조옥화 명인의 대를 잇고 있는 김연박 관장, 배경화 명인이 직접 저희 일행을 맞아줍니다. 박물관을 돌며 하나씩 설명을 해주는 김연박 관장의 이야기에 푹 빠져든 아빠와 딸. 본격적으로 안동소주를 시음하기도 전에 그 맛과 향을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전통음식과 안동소주로 차려진 상이 전시되어 있는 코너를 지나면서는, 딸이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아빠 칠순잔치, 그리고 제 결혼식 때 전통주가 올라가면 좋겠어요.” 박물관 한쪽에는 직접 술을 내려볼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주는 발효주를 한 번 더 끓여내 그 핵심만을 따로 모아 만드는 증류주인 만큼, 아궁이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아빠와 딸이 합심해 진행한 체험은 누룩 만들기. 누룩은 술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 중 하나입니다. 술의 발효에 꼭 필요한 재료인데요. 밀가루에 효소를 갖고 있는 곰팡이를 번식시키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합니다. 손으로, 혹은 기계로 빚는 누룩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발로 밟아 누룩을 만듭니다. 그래야 잘 뭉쳐진다는 게 명인의 설명.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댄 뒤에 꼭꼭 밟아대는 명인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부녀들도 질 수 없죠. 한 번 시도해봅니다만, 명인만큼은 안 되는 듯합니다. 그래도 아빠의 솜씨는 칭찬을 받았으니 인정! 조옥화 안동소주를 한 잔씩 따라 명인과 함께 시음해보는 것으로 박물관 탐방을 마쳤습니다. 부드럽기보다는 거칠고, 살살 달래기보다는 굳건하게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맛이라는 의견에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강남로 71-1 (안동소주박물관) - 운영시간: 매일 08:30~17:30 (연중무휴) - 문의전화: 054-858-4541 - 체험프로그램: 술 빚기, 누룩 만들기, 시음 등 전화 문의 안동에는 조옥화 명인과 쌍두마차를 달리고 있는 또 한 분의 안동소주 명인이 계십니다. 박재서 명인입니다. 조옥화 명인이 안동소주의 전통을 그대로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박재서 명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안동소주의 현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데요. 술 좋아하는 부녀, 이 둘을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를 찾아 안동 풍산농공단지를 찾았습니다. 명인안동소주는 풍산농공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조장 내에 전시관과 체험관, 시음장, 판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입구 옆으로는 한옥처럼 꾸며놓은 듯한 건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공장을 지어 현대화한 양조 시설을 운용하고 있지만, 한때는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전시관에서는 안동소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 안동소주를 판매할 때 쓰이던 병부터 광고 포스터, 명인안동소주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하회탈 모양의 병 등 다양한 전시물이 부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박재서 명인이 연구에 매진할 때 사용하던 책상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어요. 전시관을 모두 둘러본 후에는 시음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한 가지 종류의 안동소주만을 만들고 있는 조옥화 명인과는 달리, 도수를 나누고 병을 달리하여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조옥화 안동소주보다는 부드럽고, 저도주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부드러운 목 넘김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 하다는 딸의 말에 아빠는 45도 소주가 더 입맛에 맞는다며 맞섭니다. 부녀의 의견 대립이네요. 결국 아빠는 하회탈 모양의 병에 담긴 45도 소주를, 딸은 부드러운 19도 안동소주를 선택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답니다.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산업단지 6길 6 - 운영시간: 월~금요일 09:00~18:00 (주말은 전화로 문의) - 문의전화: 054-856-6903 - 체험프로그램: 15인 이상 단체프로그램 (양조 설명 및 체험, 시음, 양조장 견학 등) / 개인 방문객은 양조장 견학과 시음만 가능 - 체험프로그램 요금: 칵테일 체험 15,000원 / 누룩 만들기 20,000원 / 전통주(막걸리 단양주) 빚기 25,000원 / 곡류 발효음료 만들기 25,000원 (모든 체험 15인 이상, 최소 5일 전 사전 예약) 출처 : 대한민국구석구석 SNS 글, 사진 : 다님 2기 김노을 https://blog.naver.com/korea_diary/221379422584 * '오늘은 수제맥주'의 저자 오윤희 작가 부녀의 여행을 옆에서 함께 하고 있는 김노을의 시선으로 쓴 글입니다. ※ 위 정보는 2019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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