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게 여름산은 이중고를 안겨준다. 산행의 고단함에 무더위까지 괴롭힌다. 설상가상이란 표현이 딱 맞다. 그런 내게 친구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산도 높지 않고, 산행 후에는 강변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산이 있다고. ‘그런 산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그런 곳이라면 가볼 만하지” 무심결에 답했다. 그러자 친구의 확신에 찬 한 마디가 들려왔다. “홍천 팔봉산!” 홍천 팔봉산은 홍천강 중간쯤에 위치한 산이다.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형제처럼 솟아 있어 팔봉산이다. 이 산이 여름에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홍천강이 산을 끼고 돌기 때문이다. 힘겹게 산행을 하고 난 후에는 홍천강 맑은 물에 땀을 씻고 피로도 흘려보낼 수 있다. 산림청에서도 8개의 암봉이 팔짱 낀 형제처럼 이어진 데다 홍천강이 어우러진 경관이 수려해 ‘100대 명산’에 선정했다.팔봉산은 해발 327m로 높지 않다. 산 아래로는 홍천강이 유유히 흐른다. ‘산도 높지 않고 1봉부터 8봉까지 능선 따라 가면 되니 힘들진 않겠다’ 하는 마음이 든다. 주차장을 출발해 씩씩하게 팔봉교를 건너 다리 끝 매표소로 간다. 산행은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된다. 팔봉산의 등산로는 매우 단출하다. 오르는 길은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일방통행인 셈이다. 하산하는 길은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 그리고 8봉을 넘어 이어진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대부분 8봉을 모두 넘어서 내려온다. 시작부터 계단길이다. 경사도 그리 완만하지 않아 처음부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3분의 1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되니 계단이 끝나고 산길이 나타난다. ‘진짜 산행은 지금부터군. 이제부터는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야’ 하는 기대를 안고 걸음을 옮긴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르막이 심한 건 매한가지다. 1봉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산이 낮기에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 중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특히 1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는 거친 암봉을 올라야 한다. 로프를 잡고 수직으로 솟은 암봉을 올라야 하니 순간적으로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위험해 보이는데 등산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침없이 올라간다. 1봉에 오르니 뒤로 여덟 봉우리가 펼쳐진다. 산 아래로는 홍천강이 휘감아 돈다. 강과 산의 완벽한 조화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각각의 봉우리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다음 목적지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1봉에서 2봉으로 가려면 암봉을 내려와 산길을 걷고 다시 암봉을 올라야 한다. 1봉과 마찬가지로 수직 절벽이 길을 막아선다. 절벽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받침대와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는 삼부인당이 있다. 작은 규모의 이 당집은 이씨, 김씨, 홍씨 세 부인을 모시고 있다. 4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 때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막는 당굿을 해오는 곳이라고 한다. 2봉을 내려와 3봉으로 오르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봉우리와 봉우리 간격이 넓지 않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문제는 험한 암봉이어서 곳곳에 위험이 숨어 있다. 2봉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조심 내려오니 수직으로 솟은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꽤 험해 보인다. 다행히도 안전을 위해 철제 사다리를 설치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3봉에 오르니 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막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4봉은 해산굴을 통과해야 하는 팔봉산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해산굴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출산의 고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틈을 통과할 때마다 젊어진다고 해서 장수굴이라고도 한다. 워낙 인기가 있어 주말이면 해산굴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통과하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수고스러워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한 다리를 건너면 된다. 4봉에 올랐으니 산행의 절반은 마친 셈이다. 그러나 남은 5, 6, 7, 8봉이 훨씬 위험하고 까다롭다. 암봉도 수직으로 솟아 있고, 발을 딛기 어려운 곳이 매우 많다. 길이라고 볼 수도 없는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6봉과 7봉에서 절벽 같은 곳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가는 모습이 군인들의 유격훈련과 다를 바 없다. 위험한 곳에 안전시설을 해놓았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자칫 사고를 당하기 쉽다. 산이 낮다고 만만하게 여긴 게 후회된다. 모든 봉우리가 험준해서 얕잡아 볼 수 없다. ‘무턱대고 오르다가 봉우리를 넘나들며 한숨을 내쉬고 후회한다는 산’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7봉을 내려서면 다리가 풀려가고 체력이 방전된다. 마지막 남은 8봉 앞에 서니 경고문이 시선을 끈다. 8봉은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이니, 등산 경험이 많지 않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하산하라는 내용이다. 잠시 망설여지지만 7봉까지 힘겹게 온 것을 생각하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8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다른 봉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잡이와 발받침을 설치해서 생각보다 수월하다. 만약 안전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초보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산 코스도 급경사이지만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를 다 넘었다고 산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코스가 남아 있다. 8봉을 내려와 출발장소인 주차장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홍천강을 따라 난 강변길을 걸어 매표소로 가서 팔봉교를 건너거나, 물에 뛰어들어 강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와 가파른 암봉에 고생을 하고 난 후라 단연 후자를 택한다. 주저하지 않고 강으로 성큼 뛰어든다. 허벅지 정도 깊이라 강을 건너는 데 위험하지 않다. 시원한 강물이 몸을 식혀주니 온몸이 짜릿하다. 산행 후 강에서 피서를 한다더니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팔봉산 주소 :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124 문의 : 033-434-0813
http://www.hongcheon.gangwon.kr/2009/mount/
1.주변 음식점
강가촌 : 비빔밥, 막국수 /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122-52 / 033-434-9102
춘천명물 소문난닭갈비 : 닭갈비 /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122-50 / 033-434-2577 팔봉산마트식당 : 삼겹살 /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122-56 / 033-434-5450 호남식당 : 백반 /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122-33 / 033-434-0678
2.숙소
곰펜션 : 홍천군 서면 팔봉산로 1047-4 / 033-435-8588
http://www.gompension.com/
인마이라이프펜션 : 홍천군 서면 팔봉강변길 275 / 033-435-0638 르그랑샤리오펜션 : 홍천군 서면 팔봉강변길 261-6 / 033-435-3865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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