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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고집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맛을 지켜낸 서울의 오래된 식당을 찾아 나섰다. 일본에는 '시니세(老鋪)'란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풀면 '오래된 점포'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 남은, 낡은 가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가게를 뜻한다. 그렇다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 어귀의 조그마한 공간에서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있고, 긴자의 뒷골목에서 초밥을 쥐어 파는 작은 음식점도 있다. 그런데도 초심을 잃지 않고 대를 이어 가게를 꾸려가는 곳이다. 시니세 입구엔 대부분 '노렌(のれん)'이란 게 걸려 있다. '노렌'이란 가게의 상호나 그 집, 또는 그 주인만의 문양을 새긴 천을 말하는데, 탄탄한 전통을 내세우며 제품 또는 음식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하는 의미다. 수십, 수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님들에게 받아온 사랑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 가 봐도 시니세 입구의 노렌 아래에는 손님들의 줄이 끊이질 않는다. 그럼 우리나라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삼아 대를 이어가며 영업 중인 음식점이 없을까. 그런데 100년은 고사하고 50년을 넘긴 곳도 찾기 쉽지 않다. 앞서 살펴본 1917년의 비참한 일제강점기, 해방의 기쁨도 느끼기 전에 터져버린 한국전쟁. 자긍심을 내세우기에 앞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절실함이 절절하던 어려운 시절이 역사의 중간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3대와 4대를 거치며 100년을 넘고, 또 100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음식점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찾았던 음식점을 먼 훗날 손자, 며느리랑 다시 찾을 수 있는 음식점, 그 손자가 다시 자라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음식점이 우리에게도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식문화에 딱 맞아 떨어진다. 사람이 모이고 물자가 넉넉한 곳에서 식문화가 발달한다. 뉴욕, 도쿄, 파리, 베이징, 홍콩 등이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는 서울에 먹을 게 많다. 100년 전 서울의 가장 큰 번화가였던 종로. 그곳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음식점인 이문설농탕이 자리하고 있다. 1904년 문을 연 이곳은 쇠뼈를 푹 곤 설렁탕 하나로 113년간 격동의 중심에 서 있던 서울 토박이들의 배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전국 각지에서 온 외지인들에겐 기름지고 배부른 서울의 맛을 기억하게 했다. 1939년에 개점한 하동관은 뼈 없이 고기와 내장으로 맛을 낸 곰탕으로 서울 음식의 맛을 이어왔다. 아쉽게도 몇 년 전 도심 재개발로 인해 원래 자리에서 이사해 명동과 강남으로 점포를 옮겼지만 말이다. 청진동의 청진옥 선지해장국도 빠뜨릴 수 없다. 해장국밥을 데우는 토렴 과정에서 겪는 '뜨거운 고통'을 10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청계천 꼭지단(거지들)이 연명용으로 먹던 추탕의 용금옥, 녹두빈대떡 한 장과 막걸리 한 주전자로 서울살이 시름을 달래던 열차집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한국전쟁 이후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마음을 고향 음식(냉면)으로 달래주며 오늘날까지 영업 중인 우래옥 역시 일본의 시니세에 견줘 뒤지지 않는 곳이다. 때론 배고픔을 달래주고, 때론 추억을 선사하며, 오래 곤 진국 같은 맛으로 우리의 식문화를 이끌어온 음식점들. 뒤늦게나마 감사의 큰절을 올린다. 그리고 끊어지지 말고, 미래의 100년, 1000년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서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서울 음식 여행'을 떠난다. 이문설농탕 1904년 문을 연 설렁탕집. 현존하는 음식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강점기, 8·15해방, 6·25전쟁 등 격동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으면서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도심 재개발로 인해 100년 넘은 한옥 목재건물이 사라진 점이 무척 아쉽다. 2011년부터 원래 자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현대식 건물에서 영업 중이다. 뽀얀 설렁탕 국물에 파 듬뿍 넣어 먹으면 단군신화의 웅녀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설렁탕 90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38-13 전화 02-733-6526 하동관 이곳의 역사는 1939년 청계천변 수하동에서 시작했다. 2007년 청계천 일대의 도시재개발사업으로 명동으로 장소를 옮겼다. 1980년대 기억을 더듬어보면 '깍국'이란 단어가 세월의 주름살만큼이나 깊게 남아 있다. '깍국'은 깍두기국물의 준말. 손님이 깍국을 외치면 깍두기국물 주전자를 들고 있던 종업원이 와서 곰탕 안에 콸콸 부어줬다. 시원하고 상큼한 깍두기국물이 느끼하고 노릿한 소고기국물 맛을 순화시켜주는 '곰탕 안의 이벤트'가 벌어진다. 주소 곰탕 1만2000원 서울 중구 명동9길 12 전화 02-776-5656 우래옥 1946년 서북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 때 피난 갔다가 오면서 '다시 돌아온 집'이란 뜻의 우래옥(又來屋)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다른 집들은 도시재개발로 대부분 창업 장소에서 이전했으나, 행복하게도 71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한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는 냉면이 대표 메뉴. 이곳의 냉면은 육수에 동치미를 섞지 않고, 메밀에 전분을 넣어 탄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냉면 1만3000원.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전화 02-2265-0151 한일관 한일관 불고기나 한번 배 터지게 묵고 죽으면 내사 마 소원이 없것다. 조정래 대하소설 '한강'에 나오는 구절이다. 1939년 화선옥이란 상호로 너비아니를 팔기 시작했으나 손님이 많아지자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불고기로 바꿨다. 6·25전쟁 중 부산에서 천막 장사를 하다가 1957년 서울로 오면서 '한국의 으뜸 식당'이라는 뜻의 한일관(韓一館)으로 개명했다. 불고기의 명성은 여전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불고기 1인분 2만9000원(1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 주소 서울 중구 명동9길 12 전화 1577-9963 청진옥 193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올해가 만 80년이 되는 해다. 3대째 365일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으니, 80년 동안 해장국 가마솥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보온밥솥이 없던 시절, 국밥을 따뜻하게 내려고 시작한 '토렴'이란 과정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지해장국인 만큼 선지의 신선도가 뛰어나 차진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해장국 1만원.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전화 02-735-1690 용금옥 음식명 가운데 '서울식 추탕'이란 애매한 구분이 있다. 서울이 미꾸라지가 잡히는 산지도 아닌데, 게다가 추어탕도 아니고 추탕이라니. 여간 생뚱맞지 않다. 서울식 추탕은 조선 말기에 청계천 다리 밑에서 생활하던 꼭지단(거지들)이 청계천 미꾸라지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란다. 용금옥은 1932년 시작한 서울식 추탕의 원조식당 중 하나다. 소고기 육수에 미꾸라지, 두부, 버섯, 유부 등이 들어간 별난 맛이다. 추탕 1만원. 주소 서울 중구 다동길 24-2 전화 02-777-1689 열차집 1956년 오픈. 역사로 따지면 이문설렁탕의 절반 수준이지만 역사가 있는 서울음식점에선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고관대작들의 눈을 피한다는 뜻의 '피맛골(실은 말을 피하는 골목)'의 전성시대를 누리던 곳이기 때문이다. 녹두를 갈아 지진 빈대떡 한 장이면 막걸리 한 주전자가 거뜬하다. 이 집만의 짭조름한 어리굴젓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원조빈대떡 1만1000원, 모둠빈대떡(원조·고기·김치) 2만50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7길 47 전화 02-734-2849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하동관, 한식재단 ※ 위 정보는 2017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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