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성못 관광안내소 → 수변데크로드 → 오리배 선착장 → 마사토 산책로 → 수상무대 (40분)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기억하는지. 소년에게 그네가 되고 가지를 주고 밑동까지 내주던 나무 말이다. 대구 사람에게 수성못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수성못 물을 먹고 자란 벼는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먹는 형편이 나아지자 사람들은 수성못에서 쉬어갔다. 아이들은 수성들에서 메뚜기를 잡고 청년들은 나룻배를 탔다. 2020년, 사람들은 여전히 수성못을 찾는다. 코로나19로 어둑한 마음을 햇볕에 쬐기 위해. 그런데도 수성못을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못이 왜 만들어졌는지,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말이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입을 빌려 ‘아낌없이 주는 호수’, 수성못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면 이런 점이 좋아요! 1.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수성못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2. 도심 속 호수공원인 줄만 알았던 수성못의 역사를 들을 수 있다. 3. 수성못 생태복원사업의 주요 내용과 그로 인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4. 무심코 지나쳤을 수변 식물의 이름과 생태적 역할을 알 수 있다. 5. 포토존, 야경 감상 포인트 등 사진 관련 꿀팁을 얻을 수 있다. 참 묘하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샘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수심을 알 수 없는 너른 바다 같다. 수성못은 대구 12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소이자 대구 시민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든 장소다. 만들어진 지 100년을 바라보는 큰 못은 대구를 아늑히 그러안는다. 손수자 해설사 : 수성못은 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호수예요. 그만큼 각자 이곳에 얽힌 추억도 많아요. 1970~80년대에 대구에서 소풍을 간다고 하면 십중팔구 수성못이었어요. 아이들은 수성들(현 들안길먹거리타운 일대)을 쏘다니며 메뚜기를 잡았죠. 겨울철이 되고 물이 꽁꽁 얼면 못은 썰매장, 스케이트장이 됐고요. 1990년대에는 소박한 유원지 같은 분위기였어요. 1993년에 놀이공원 아르떼 수성랜드가 못 옆에 생겼거든요. 당시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가 수성못에서 나룻배를 타는 거였어요. 못에 붕어와 잉어가 많아 동쪽 둑에 낚시꾼도 많았답니다. 2020년의 수성못도 여전하다. 2km 둘레의 수성못에 난 산책로, 수성못 둘레길은 걷기 운동을 하고 데이트를 나온 이들로 활기를 띤다. 길은 시작점도, 정해진 동선도 딱히 없다. 40여 분만 걸으면 한 바퀴를 다 둘러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수성못 관광안내소를 기준 삼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면 ‘수변데크로드’에서 수성못의 수변 식물을 먼저 관찰할 수 있고, 반시계 방향으로 걸으면 ‘마사토 산책로’에서 걷는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편의상 수성못 관광안내소를 기점으로 삼았고, 안내소 옆 왕버들에 이끌려 시계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손수자 해설사 : 수성못은 1920년대에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저수지예요. 논에 벼나 보리를 재배하려면 물이 필요하잖아요. 원래 수성구 농민은 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하천인 신천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 썼어요. 그런데 1923년, 대구 상수도 확장공사가 결정되고 신천 물이 상수도로 쓰이면서 농업용수가 부족해져요. 그러자 수성들에서 화훼농장을 하던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가 조선인 4명과 수성수리조합을 세우고 수성못을 조성해요. 못을 만들려고 지금 돈으로 100억 원 정도를 조선총독부에서 빌렸대요. 3년 공사 끝에 1927년에 지금의 수성못이 생긴 거죠. 수성못은 2000년까지 두산동, 중동, 황금동 등 396ha(396만㎡)에 농업용수를 댔고, 그 후 도시화가 되면서 호수공원으로 거듭났어요. 6·25전쟁 후 끼니를 챙기는 것이 잘사는 것과 동의어이던 시절, 저수지의 물은 벼를 자라게 하고 사람들의 곯은 배를 달래주었다. 그런가 하면 미즈사키 린타로는 ‘내가 죽으면 수성못이 잘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에게는 수성못이 죽어서도 잊지 못할 그리움의 존재였을 것이다. 현재 그는 수성못 남쪽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잠들어 있다. 수성못의 풍경은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하다. 200살쯤 된 왕버들이 가지를 뻗어 초록 그늘을 만들고, 윤슬이 반짝이는 호수 위를 오리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나무 데크 앞에 어른 팔만 한 잉어가 모여 있는가 하면 둥지섬으로 왜가리가 날아든다. 손수자 해설사 : 수성못이 지금의 모습이 된 건 약 4년간 생태복원사업을 한 결과예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친수생태벨트를 조성하고 수변 식물을 심고 산책로를 만들면서 친환경 생태공원이 된 거죠. 친수생태벨트는 신천~수성못~범어천~신천을 잇는 수로관 물길을 말해요. 이 친수벨트를 통해 신천 물이 하루 1만 톤씩 수성못에 유입되고, 또 하루 1만 톤씩 범어천으로 빠져나가요. 범어천으로 흘려보낸 물은 나중에 다시 신천으로 합류하고요. 이전에 하루 2000톤이던 물 유입량이 다섯 배나 늘면서 신천 물이 수성못에 머무르는 시간도 1년에서 70일로 확 줄었어요. 물이 고이지 않고 계속 순환되니까 수질도 좋아졌고요. 둑에는 콘크리트를 없애고 식물을 심었어요. 수중에는 갈대와 왕대, 연꽃이 자라고 길가에는 갈대, 억새, 맥문동, 코스모스가 피어났죠. 동쪽 물가에는 180m 길이의 수변데크로드를 놓아 둥지섬과 수변 식물이 잘 보이도록 했어요. 그 무렵부터 왜가리도 많아졌어요. 수성못의 환경이 청정하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죠. 수변데크로드는 걷는 맛이 나는 구간이다. 바람에 사각대는 갈대, 데크로드에 통통 울리는 발소리가 가을의 선율을 만든다.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수성못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해설사 선생님과 남쪽으로 향한다. 손수자 해설사 : 2km밖에 안 되는 둘레길이지만 단순하지 않죠? 수성못의 동서남북이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동쪽에는 둥지섬과 수변데크로드, 남쪽에는 오리배 선착장과 왕벚나무 산책로, 서쪽에는 마사토 산책로, 북쪽에는 수상무대가 있어요. 못이 동쪽의 동막산, 남쪽의 법이산, 북쪽의 팔공산에 폭 안겨 있고, 호수에 오리배가 떠다니니 도시에서 멀리 떠나온 기분도 들죠. 남쪽은 호반이라고도 부르는데, 오리배 선착장 두 개,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왕벚나무 산책로, 두 나무가 가지를 뻗어 하나가 되었다는 연리지 포토존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호반을 가장 좋아해요. 사계절의 변화가 확실하거든요. 봄에는 벚나무에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가로수에 단풍 물이 번져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특히 봄에는 대구 시티투어 버스를 꼭 타보세요. 두류공원부터 앞산을 지나 수성못에 오는 내내 벚꽃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요. 호반에서는 일부러 걷는 속도를 늦춰보세요. 햇빛이 나무 사이로 땅에 떨어져 그림자를 만드는데 그게 참 예뻐요. 오리배를 타면서 옛날 추억을 되살려도 좋고요. 아, 오리배 선착장에서 사진 찍으면 엄청 잘 나와요. 1980년대 복고풍 느낌이랄까요? 햇볕에 일광욕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호반의 끝자락이다. 호반에서 마사토 산책로로 넘어가는 모퉁이, 나무데크 아래가 신천 물이 흘러들어오는 유입부란다. 마사토 산책로는 이전보다 동적인 분위기다. 운동복을 입고 ‘파워워킹’을 하는 사람들이 곁을 지나간다. 손수자 해설사 : ‘마사토 산책로’는 걷기에 최적화된 구간이에요. 마사토는 일본어와 한자가 합쳐진 말이라는데요, 화강암이 부스러져 생긴 굵은 모래를 말해요. 입자가 굵다 보니 걸을 때마다 자박자박 소리가 나죠. 가을엔 길 한편에 코스모스가 피어 운동과 꽃구경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둑길 따라 벤치가 드문드문 있어 다리쉼도 할 수 있고요. 북쪽에도 마사토 산책로가 이어져요. ‘수성저수지 취수탑’을 지나면 나오는, 사각형 나무 데크는 수상무대예요. 수성못이 버스킹으로 유명한 건 아시죠? 여기에서 음악 공연, 버스킹, 수성못 페스티벌 등 여러 문화행사가 열려요. 최근에는 JTBC 음악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코리아>도 촬영했어요. 길의 끝자락, 관광안내소 옆에는 이상화 시비가 있어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민족시인 이상화요. 스물여섯 청년은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빼앗긴 들’로 표현했어요. 이 시비는 1926년, 시인이 국내 최초의 월간 종합지 <개벽(開闢)> 70호에 발표한 시의 원문을 새겼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어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내내 유순하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을지언정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정경이고, 그래서 구석구석에 눈길이 닿는다. 무시로 감탄하며 한 바퀴 걷고 나니 해가 뉘엿하다. 하늘에 불그스레한 물이 들더니 지상의 불빛이 하나둘 수성못에 내려앉는다. 손수자 해설사 : 해 질 녘의 수성못을 보면 밀레의 <만종>이 떠올라요. 자연도 사람도 하루 할 일을 끝마친 것에 안도하며 쉬러 가는 느낌이랄까요. 수성못은 물안개 피는 이른 아침, 햇살이 따뜻한 낮도 예쁘지만 해 질 녘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수성못 카페거리에서 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봐도 좋아요. 이렇게 큰 호수가 바로 앞에 있는 카페는 흔치 않잖아요. 야경 볼만한 곳 몇 군데를 추천해드릴게요. 동쪽 첫 번째 포켓무대 근처의 왕버들이나 수변데크로드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꽤 운치 있어요. 수상무대 쪽은 아파트 불빛과 어우러져 도심 야경 같은 분위기고요. 수상무대 쪽에서 영상음악분수가 잘 보이는데, 10월까지는 저녁 8시, 9시에 분수가 나와요. 사람들은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고, 함께 걷는 소중한 사람을 사진에 담고, 왜가리가 왝왝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곳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없다. 수성못 둘레길에 우리가 응당 누려야 할 쉼이 있다. 도심에서 호수 잔물결에 발맞춰 걸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긴 시간 내어 산이나 걷기 길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 40분 만에 완주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대구에 수성못이 있어 다행이다. 손수자 해설사 : 수성못 해설 시간은 40분 정도인데, 처음에 호수 소개를 듣고 나머지는 자유 시간이에요. 걷거나 사진 찍거나 마음대로 하시면 돼요. 설명만 늘어놓으면 수성못의 매력을 느낄 수가 없거든요. 문화관광해설사와 둘러보는 게 좀 어색한가요? 그럴 땐 여행을 하고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보세요. 결국 사람이에요. 풍경도 안내판 설명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인데, 사람은 안 그렇거든요. 해설사와 여행하는 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도 해요. 여행이 훨씬 깊어지죠. -이용시간 : 24시간 (연중무휴) -이용료 : 무료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두산동 606-1 (수성못 관광안내소) -전화 : 053-761-0645 -수성못 관광안내소(상화동산 동편 입구) 방문하여 현장 예약 ※ 주말 오후 3시~9시(문화관광해설사 2명 근무 시간대) 예약 권장 ※ 인원 제한 없음 .tg {border-collapse:collapse;border-spacing:0;}.tg td{border-color:black;border-style:solid;border-width:1px;font-size:14px; overflow:hidden;padding:10px 5px;word-break:normal;}.tg th{border-color:black;border-style:solid;border-width:1px;font-size:14px; font-weight:normal;overflow:hidden;padding:10px 5px;word-break:normal;}.tg .tg-7fle{background-color:#efefef;font-weight:bold;text-align:center; vertical-align:middle;}.tg .tg-v0hj{background-color:#efefef;border-color:inherit;font-weight:bold;text-align:center;vertical-align:middle;}.tg .tg-i81m{background-color:#ffffff;text-align:center;vertical-align:middle;} 언어 요일 시기 시간 한국어 월~일요일(설·추석 명절 당일 휴무) 하절기 (3~11월) 평일 10:00 ~ 19:00 주말 09:00 ~ 21:00 동절기 (12월 ~ 이듬해 2월) 평일 09:00 ~ 18:00 주말 09:00 ~ 21:00 ※ 운영시간은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text_strong { font-family: sans-serif; color: #607D8B; padding: 1%; font-weight: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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