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창원 신도시의 발전과 함께 뒷방 신세로 전락한 마산 원도심이지만 그 내공은 여전하다. 마산 원도심의 중심은 창동이었다. 창동 일대는 1980년대에 수많은 상점들이 밀집해 늘 인파로 붐비던 마산 최고의 번화가였다. 신도시 개발로 중심 상권이 이동하면서 예전 같은 활기를 잃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추억의 맛과 낭만이 곳곳에 남아 있다. 창동 일대에는 30~4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맛집 탐방을 시작해볼까? 먼저 마산을 대표하는 양대 빵집, 코아양과와 고려당을 찾아가보자. 어디를 가나 프랜차이즈 빵집 일색인 요즈음, 인접한 거리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개인 빵집이 두 군데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이런 게 바로 마산 원도심, 창동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먼저 불종거리에 위치한 코아양과부터 가보자. 1980~90년대 코아양과는 창동의 ‘약속 장소’로 인기였다. “코아양과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보편적일 만큼 유명했던 곳이다. 1982년 문을 열 당시에는 빨간 벽돌 건물이었으나, 90년대 말 개보수를 거쳐 지금은 아이보리색 건물로 변신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모던한 인테리어에 갖가지 맛난 빵들이 손님을 반긴다. 코아양과의 스테디셀러인 옥수수식빵을 비롯해 단팥빵, 소보로빵, 크림빵 등 추억의 빵들과 함께 현대적인 맛의 빵도 선보인다. 창업주와 그 자녀들이 지금도 같이 일하며 코아양과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크도 인기가 많다. 전통적인 생크림 케이크부터 최신 트렌드에 맞춘 케이크까지 다양하다. 걸쭉한 밀크셰이크도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창동 중심에 위치한 고려당은 195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빵집이다. 한때 전국적으로 고려당이라는 이름을 단 빵집이 꽤나 많았다. 1970년대에 서울의 고려당과 상호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결국 마산 고려당이 원조 브랜드로 인정을 받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직원이 여러 가지 빵 종류를 설명하며 시식을 도와준다. 세련되기보다는 건강하고 기본에 충실한 맛에 집중한다. 단팥빵, 꽈배기, 버터빵부터 먹물바게트, 호두타르트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맛을 음미해볼 수 있다. 고려당의 명물인 꿀빵은 우유와 함께 먹으면 고소하다. 창동은 중고생들이 많이 모여들던 곳이라 분식집도 많았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많지는 않지만, 그중 복희집은 마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 유명했다. 냄비우동, 떡볶이, 김밥, 비빔만두, 쫄면 등 분식 메뉴가 가득하다. 한때는 여고생들이 바글바글했으나, 이제는 추억을 회상하는 40~50대 여성들과 창동예술촌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가게 모습과 손님들은 달라졌어도 맛은 그대로다. 어떤 음식을 시켜도 후회는 없을 터이나,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바로 팥빙수! 요즘 유행하는 밀크빙수가 아닌 사각사각 얼음이 살아 있는 전통 팥빙수다. 얼음에 딱 팥만 올린다. 개성 강한 팥빙수가 넘쳐나는 요즈음이지만, 역시 기본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가게에서 직접 끓인 팥을 사용하는 복희집의 팥빙수는 질리지 않는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집 팥빙수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겨울철에는 단팥죽이 좋다. 분식 마니아라면 꼭 들러봐야 할 또 하나의 보물 같은 음식점이 있으니, 바로 창동분식이다. 간판에 ‘40년 전통’4이라고 돼 있으나 문을 연 지 이미 45년이 넘었다. 이곳의 주메뉴는 냄비우동과 김밥이다. 냄비우동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옛날 맛이다. 한입 먹으면 주르륵 추억을 회상케 하는 그런 오묘한 힘을 가진 맛이랄까? 그리고 여기 김밥이 아주 특색 있다. 김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무지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달걀과 시금치, 박고지, 이렇게 딱 세 가지만 들어간다. 밥에 초로 밑간이 되어 있어 초밥 같기도 하지만 또 초밥과는 다르다. 겨자를 푼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어도 맛나고, 그냥 먹어도 맛나다. 박고지김밥을 개발한 70대 후반의 사장할아버지는 아직도 주방에서 직접 김밥을 만다. 김밥 한 줄에서 장인의 손맛이 느껴진다. 이 집의 김밥 1인분은 다른 곳과 달리 김밥 한 줄 반이다. 보통 김밥이란 것이 한 줄은 약간 부족한 듯싶고, 그렇다고 두 줄은 과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곳의 1인분은 행복하게 풍족하다. 우동을 곁들여 먹고 싶다면 김밥을 한 줄만 주문해도 된다. 추억의 냄비우동과 박고지김밥의 조화로운 맛 하나만으로도 창동을 또 방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냄비우동 4,000원, 김밥 1인분 3,500원. 창동에서 이어지는 부림시장에는 떡볶이골목이 있다. 예전에는 떡볶이 가게들이 좌판에 늘어서 있어 목욕탕 의자 같은 간이의자에 앉아 떡볶이를 먹던 골목이다. 부림시장 떡볶이골목에서는 독특하게 가게마다 물떡볶이와 고추장떡볶이라는 두 종류의 떡볶이를 선보인다. ‘6·25떡볶이’가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로, 예전처럼 화분 받침대에 떡볶이 접시를 담아낸다. 한 그릇 가득 넘치도록 물떡볶이를 담아주던 푸짐한 인심에서 시작된 독특한 풍경이다. 떡볶이 접시를 화분 받침대에 담아주니 떡볶이 국물이 흘러 손에 묻는 일이 없어졌다. 6·25떡볶이 가게에서는 지금도 화분 받침대를 사용한다. 떡볶이 맛이 아주 훌륭하다기보다는 추억을 맛보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먹자골목이 나타난다. 국수, 콩국수, 비빔밥, 순대국밥 등 여러 가지 음식을 3,000~4,000원에 맛볼 수 있다. 배가 부르다면 바로 인근의 부림시장 창작공예촌도 들러보자. 문을 닫은 빈 점포들을 개보수해 공예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직접 공예 체험을 할 수 있고 공예품 구입도 가능하다. 고려당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0길 68 문의 : 055-243-0011
코아양과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28 문의 : 055-243-1331
창동복희집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1-1 문의 : 055-242-1157
창동분식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0 문의 : 055-246-1467
6·25떡볶이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2길 16-23 문의 : 055-247-4830
주변 여행지
창동예술촌 :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 055-222-2155
http://www.changdongart.com/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서7길 15-8 일대 / 055-225-3651 창원시립문신미술관 :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47 / 055-225-7181
http://moonshin.changwon.go.kr/jsp/main/main.jsp
숙소
비즈니스관광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17 / 055-248-5200
마산m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67 / 055-223-0550
http://www.masanmhotel.co.kr/
호텔사보이 : 창원시 마산합포구 삼호로 39 / 055-247-4455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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