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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남해는 가장 시원한 '블루'를 펼쳐낸다. 그 푸른빛의 바다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정원이 문을 열었다. 그해 여름엔 새소리와 물소리, 멀리서 전해져오는 바닷바람이 소담스러운 정원에 머물렀다. 다랭이논과 돌담을 자연스레 품은 정원, 남해 섬이정원으로 여름 산책을 떠났다. 언젠가 나만의 정원을 가지고 싶었다. 좋아하는 꽃을 잔뜩 심고,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벤치를 놓고, 비밀스러운 문을 가진 공간을 꿈꿨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남해의 섬이정원을 알게 되었고, 그런 공간이 생긴 것 같아 기뻤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남해군의 섬이정원은 천안의 '아름다운 정원 화수목'과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에 이은 세 번째 민간 정원이다. 남해군에서도 남쪽 유구마을에 들어선 섬이정원은 교육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식물원이나 수목원과는 다르다. 그저 식물을 보고 느끼고자 꾸며진 정원이다. 1만 5000㎡의 정원을 가꾼 이는 차명호 대표다. 그는 남해에 내려와 9년 동안 매일매일 조금씩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정원은 건축물처럼 뚝딱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하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차 대표는 그 시간을 묵묵하게 견뎌냈다. 섬이정원은 '섬이 정원이다'라는 뜻과 그의 아들, 딸 이름인 '한섬' '예섬'의 두 개의 섬이란 의미를 지닌다. 그의 정원 가꾸기는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업가였던 차명호 대표는 서울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다 파주에 마당이 딸린 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마당에 작은 연못을 파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호미를 잡고 나무와 꽃을 심고 연못을 만들면서 그는 새로운 즐거움에 눈을 떴다. 2006년, 그는 더 큰 정원을 가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도로 향했다. 바닷바람이 많이 부는 그곳에서 마땅한 땅을 찾지 못했다.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들른 곳이 바로 남해였다. 이곳에서 그는 운명처럼 지금의 땅을 만났다. 바람이 잔잔했고, 볕이 잘 들었다. 바로 땅을 구입했고, 2년 동안 온전히 정원 공부에 매달렸다. 경기도 안성 한택식물원에서 6개월 동안 잡부로 일했어요. 그곳에서 허드렛일부터 배웠고요.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홀로 배낭을 메고 떠나기를 몇 번. 그곳에서 직접 눈으로 본 정원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도서관에 틀어박혀 정원에 관한 공부를 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땐 수목원이나 궁궐 등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궁궐은 정말 아름다워요. 담과 쪽문을 보면서 정원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고민했어요. 정원 구상을 하는 2년 동안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독일에서 정식으로 정원에 대해 배워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배우면 배운 대로 하게 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고 싶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지하수를 파고, 틀을 잡았다. 배수가 터지기도 하고 나무가 죽기도 했다. 논이었던 땅이라 뿌리를 내리는 일이 쉽지 않았으리라. 살아 있는 것을 다룬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일이 그저 즐거웠다. 섬이정원은 소담한 공간이다. 나무는 30~40종, 꽃은 200여 종에 이른다. 겨울에도 푸릇한 상록수 위주로 심었어요. 어느 해인가 진도에서 녹나무를 가져와 심고는 잔뜩 기대했죠. 하지만 2년 동안 잘 자라다 한파에 죽더라고요. 그렇게 식물이 죽고 살기를 반복했고, 지금은 9년 동안 뿌리 내린 식물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원 전체는 독일 정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칼 푀르스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나긋나긋 꽃 이름을 부르는 그를 따라 정원 산책에 나섰다. 귀여운 솜뭉치 같은 안내견 '쌀'과 '밀'이 함께 동행했다. 남해는 비탈진 곳이 많다. 그래서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역시 원래 논이었던 곳. 그는 돌담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그대로 살려 정원을 가꿨다. 자연 속에 온전히 스며든 정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란집이 눈에 띈다. 차명호 씨가 머무르는 곳이다. 집 뒤편에 직사각형의 연못이 자리한다. 공연장 같은 무대에 서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연못 뒤로 남해의 짙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기 섬 보이죠? 여수예요. 밤이 되면 불빛 반짝이는 여수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도 해요. 정원에는 호랑이 발톱을 닮은 호랑가시나무와 향이 좋은 은목서 등 난대수목들이 심어져 있다. 또 오묘한 파란색의 블루&블랙세이지와 이름도 예쁜 꽃범의꼬리, 키가 커서 잘 쓰러지지 않는 톱풀 등도 있다. 걸을 때마다 들꽃이 다리에 사르륵 스친다. 키 큰 나무가 많지 않지만 볕이 나오고, 또 몇 걸음 걸으면 그늘이 등장해 선선하게 산책할 수 있다. 정원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분수가 자리한다. 분수를 기준으로 양쪽에는 따뜻한 색감의 꽃이, 또 반대편에는 차가운 색감의 꽃이 가득하다. 분수를 지나 고사리밭을 스치면 애플민트와 페퍼민트 등이 가득한 허브밭이 나타나고, 그 뒤엔 수국의 바다가 펼쳐진다. 초여름엔 25여 종의 수국을 볼 수 있다. 곳곳에 의자가 많아요!라고 묻자, 앞만 보면 다 보이지 않아요. 때론 뒤도 돌아보고 잠시 앉아서 둘러보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보이죠. 우리의 삶처럼요. 의자에 앉으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꼭 잠시 쉬어가길 권한다. 전망대에 서자 물고기 비늘처럼 가지런한 홍가시나무 무리가 아래에 자라고 있다. 새순이 날 때 꽃처럼 빨개진다는 홍가시나무. '하늘에서 본 지구'로 유명한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꾸민 곳이다. 정원은 식물원이나 수목원처럼 팻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명패를 꽂으면 다 거기만 볼 것 같아요. 그저 눈과 귀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은 정원에서 그는 꿈을 꾼다. 직사각형 연못이 있는 자리에 라벤더가 피어나면 음악회를 열고 싶단다. 달이 은은하게 비추는 밤의 정원 또한 운치 있어 보인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풀벌레소리도 들리는 곳이다. 언젠가 마음이 덜컹거린 적이 있어요. '누구를 위한 정원일까?' 의문이 들었어요. 나만의 정원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말이죠. 그 고집을 꺾지 말고 나가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야 개성이 있는 정원이 탄생하리라 생각해요. 살아 있는 것은 매일 사랑해줘야 한다. 사람도 식물도. 꽃은 얼마나 잘 다듬어주느냐에 따라 싱싱한 꽃을 틔운다. 그러다 강풍이 한 번 불면 쓰러지는 것이 또 꽃이다. 농사와 비슷하다. 그래서 더 어렵다. 정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알록달록, 푸르러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피어날 것이다. 섬이정원 주소 :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문의 : 010-2255-3577 이용시간 : 일출에서 일몰까지 요금 : 일반 5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http://www.seomigarden.com/ 주변 음식점 축항횟집 : 물회 / 남해군 서면 남서대로 1727-22 / 055-862-1718 오복식당 : 갈치정식, 매운탕 / 남해군 남해읍 북변리 966-6 / 055-864-7265 숙소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1179번길 40-109 / 055-860-0555 http://www.hiltonnamhae.com/kr/ 남해비치호텔 :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575-13 / 055-862-8880 http://리조트.com/ 남해 아름다운날들 펜션 :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128 / 055-867-6966~7 http://www.bdays.co.kr/ 글, 사진 : 박산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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