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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학인당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찾았던 고택이다. 김희성(변요한 분)의 부모에게 총구를 겨눴던 유진 초이의 비장한 눈빛만큼이나 배경이 된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고택이 꽤 인상적이었다. 김희성이 부모에게 파혼할 거라고 선언한 장면도 같은 자리에서 촬영했다. 임금을 제외하고 조선에서 돈이 가장 많다는 설정에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집이다. 실제로 학인당은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과 비슷한 1908년에 지어졌다. 드라마는 종영됐으나 여전히 <미스터 션샤인>이 화제다. 격랑의 시대를 불꽃으로 살다간 젊은 목숨들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에 모두 빠져들었다. “내 걱정은 접어두고 늘 그랬듯 어여쁘시오”라는 유진 초이의 대사처럼 일상의 걱정은 뒤로하고 어여쁜 사진이나 찍으러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전주 학인당으로 간다. 학인당은 전주한옥마을에서 꽤나 유명하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자 문화재로 지정받은 민가인 탓이다. 한옥마을에 즐비한 고택들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물이라는 말이다. <미스터 션샤인> 방영 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그렇다고 북적대는 건 아니다. 항시 개방하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룻밤 머무는 투숙객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체험객들에게만 한정된 닫힌 공간이다. ‘아름답고 이름난 곳을 나만 누린다’는 생각에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솟을대문 앞에서 전화로 예약자 이름을 대면 문을 열어준다.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어 세월이 느껴지는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몇 그루 나무와 꽃으로 된 화단 너머로 고색창연한 학인당 본채가 드러난다. 드라마를 통해 눈에 익은 그 건물이다. 마당에 선 유진 초이를 알아보고 김희성의 어미가 대청마루에 털썩 주저앉던 모습이 떠오른다. 대청마루는 넓고도 높다. 일반 한옥과 비교하면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집을 지은 인재 백낙중은 예술에 조예가 깊었는데, 특히 국악과 소리를 좋아했다. 마루에서 소리 공연을 할 수 있게 설계 때부터 층고는 높게, 공간은 넓게 하여 음향을 고려해 지었다. 고종의 허락을 받아 대지 6616㎡(2000여 평)에 인부 4280명을 써서 2년 8개월 동안 99칸짜리 한옥을 지었다. 공사비로 백미 4000석이 들었다고 한다. 궁궐을 지은 대목장를 데려오고, 오대산에서 금강송을 구해왔다. 본채를 둘러가며 유리문을 단 것도 독특하다. 다분히 서양식이다. 당시로 보자면 꽤나 신식으로 지은 건물인 셈이다. 건물 앞쪽의 유리는 이후에 바꿔 낀 것이고 대청마루 뒤편의 불투명 유리가 원형 그대로다. 마당의 작은 연못 옆으로는 계단이 아래로 나 있다. 집 지을 당시 있었던 우물을 메우지 않고 석축을 쌓아 보존했다. 지금도 여름이면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것 같은 시원한 물이 솟는다. 본채에는 백범지실, 해공지실, 인재지실로 불리는 세 개의 방이 있다. 백범지실은 해방 직후인 1949년 백범 김구가 전주를 찾았을 때 묵은 방이고, 해공지실은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가 머물던 방이다. 인재지실은 학인당을 지은 백낙중의 호를 딴 방이다. 백범지실 위에는 다락방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자물쇠를 채워놓았다가 ‘종부가 들려주는 학인당 이야기’를 진행할 때만 잠깐 문을 연다. 과거 학인당에 머물다 간 손님들이 남긴 글과 그림, 선물받은 물건, 인재 선생 유품 등 박물관 수준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다. 2층 다락방의 채광과 환기를 위해 둔 창문은 마당에서도 보인다. 뒷마당에 별당채가 있고, 솟을대문 옆으로 사랑채와 전통체험장이 있다. 전통체험장으로 쓰는 건물은 과거 쌀창고였다. 뼈대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깔끔하게 바꾸어 차를 마시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별당채는 커플이나 2인 규모의 여행에 어울리고 사랑채는 독채로 운영돼 어른 넷에 아이 둘 정도의 가족에게 딱 좋다. 여유가 있다면 본채에 머무는 것이 최고다. 방이 3개이니 4~6인 정도가 넉넉히 사용할 수 있다. 11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쾌적한 온돌방과 고가구의 멋스러움, 대청마루에서 차를 마시는 호사까지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을 재현하듯 하루를 보내는 꿈같은 체험이 가능하다.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45 문의 063-284-9929 홈페이지 https://hagindang.modoo.at 이용료 별당채 별당1호 주중 143,000원 / 주말 176,000원 별당2호 주중 110,000원 / 주말 143,000원 별당3호 주중 110,000원 / 주말 143,000원 사랑채 주중 220,000원 / 주말 330,000원(4인 기준) 본채 대관 주중 / 주말 660,000원(4인 기준) 학인당의 서화순 종부는 2018년 들어서면서 일선에서 은퇴했다. 아들 부부에게 살림을 물려준 것. 은퇴는 했으나 아직 종부의 손길은 학인당 곳곳을 어루만진다. 매주 본채의 꽃꽂이를 직접 하는 것은 물론 종부가 함께해야 하는 학인당 체험 프로그램,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도 늘 함께한다. “스물넷에 요리할 줄도 모르는 채 시집왔어요. 살림이 크고 부리는 사람도 많아 새색시가 적응하느라 쉽지 않았죠. 그중에서도 매끼 밥상 차리는 게 제일 큰일이었어요. 시동생이 고등학생이었는데 아침 일찍 나가니 따로 상 차리고, 다음으로 아버님 밥상, 신랑 밥상, 시어머니 밥상, 아이 밥상까지 한 끼에 5번을 차려야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지요.” 그렇게 평생을 학인당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종부로서 어르신 봉양하고 살아가는 게 익숙해졌다. “학인당은 수원 백씨 인재종가예요. 종갓집이니 제사는 또 얼마나 많았겠어요? 4대 봉사(奉祀)니 두 분씩 일년에 기본이 8번, 명절, 한식, 동지 다 챙겨야 하지요. 늦가을이면 시제라고 산소를 찾아다니면서 제사를 올리거든요. 산이 다 시골에 있으니 여기서는 기본적인 것만 챙기고 산소 근처에 있는 시골집에서 떡을 준비하거든요. 떡메로 쿵쿵 쳐서 금방 만든 인절미가 어찌나 맛있던지. 그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좋았던 것만 기억나네요.” 학인당이 처음 지어졌던 당시로 따져보자면 신식 건물이었다. 집에 복도가 있고, 유리창이 달린 것만 봐도 꽤나 파격적이다. “유리가 많아서 닦는 것도 일이에요. 참 많이도 닦았지요. 그래도 학인당에 머물고 가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흐뭇해요. 앉아서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나니 이곳을 물려주신 게 참 감사하지요.” 한옥은 외풍이 많고 추운 게 단점이다. 그래서 유독 방한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제가 워낙에 추위를 많이 타요. 그래서인지 손님들 방을 늘 뜨끈뜨끈하게 해놓는 게 겨울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아파트보다 더 따뜻하다고 할 정도니까요. 본채 손님들한테 나가는 아침 밥상도 늘 정갈하게 챙기고요. 맛은 기본이고 보기에 정갈해야 더 먹음직스럽고 정성이 느껴지잖아요.” 글 : 김숙현(여행작가) 사진 : 권대홍(사진작가)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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