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한옥은 전주한옥마을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여행자는 볼거리나 편리를 빠르게 누릴 순 없지만 덕분에 이방인의 느낌은 더하다. 지나가는 전동기 행렬이나 북적이는 가게 하나 없는 주택가 골목의 한옥은 쓸쓸하고도 홀가분하다. 한옥이라는 생소함에 아득해지다가도 불을 피우고, 밥을 짓고, 사랑을 하는 생활의 저변이 주변에 있어 이내 아늑해진다. 낯선 곳에서 찾아낸 익숙함은 편안하다. 그렇다고 한옥마을의 중심 거리와 외따로 떨어져 있지도 않다. 사실 횡단보도 하나 두고 마주할 뿐이다. 하지만 그 거리만큼 얻어지는 정서는 남다르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전주의 하늘. 결이 매끈한 대청이 좋아 자꾸 어루만지며 찬 공기를 몸에 오래 들였다. 아쉽게, 그렇게 얼마쯤 있다가 쌀쌀한 날씨를 어쩌지 못하고 서둘러 방에 들었다. 한기에 붉게 오른 양 볼을 부여잡고 쌀쌀해진 몸을 이불 안으로 접으니 아랫목에서 훅 밀려오는 뜨끈한 것이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바닥이 달궈져 한곳에 엉덩이를 오래 두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그곳에 조금은 두꺼운 침구를 펴고 몸을 눕혔다. 금세 온기가 퍼졌다. 아랫목의 열기는 겨울을 겨울답게 지내기 좋았고 독주라도 있었다면 빠르게 오른 취기에 하루를 잃어도, 그래도 좋을 만한 따뜻함이었다. 내가 하루 내어 묵은 객실은 세 평 남짓한 전나무방이다. 창밖으로 골목을 내다볼 수 있는 유일한 방이라 앞 길목을 독차지하는 기분도 들었다. 간혹 그 길에서 개 한 마리가 뛰어놀 때는 방의 비좁은 느낌은 사라지고 외려 넓어지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방 안에는 개인 욕실이 딸려 있고 텔레비전과 소형 냉장고도 있어 미리 먹을 것을 조금 쟁여두면 종일 방 안에만 있어도 마음은 달가워진다. 방은 새것같이 깔끔했다. 아니, 새것이라는 느낌보단 달방을 얻어 사는 사람이 연일, 연월 부지런히 정돈하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넘치거나 부족함 없는 정갈함이다. 욕실 수건과 침구는 눅눅함 없이 볕에 잘 말린 냄새가 배어 있다. 향이 좋아 물어보니 주인은 햇살 냄새라고 농을 건넨다. 벽은 덧댄 곳 하나 없이 모두 한지다. 나는 인터넷에서 한지의 기능 몇 개를 찾아보았는데 습도 조절과 항균성, 통기성 등이 우수했다. 어떤 숙소에선 왠지 벽에 피부가 닿는 것이 꺼림칙하기도 했는데, 한지다 보니 안심이 됐는지 벽에 달라붙어 낮잠을 들었다 깨어나기도 했다. 일몰 무렵 전주 전동성당에 들렀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흥성거림과 기도를 하는 이들의 묵묵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둥근 돔에 뾰족한 첨탑을 한 성당은 기대만큼 아름다웠고 예상보다 더 오래돼 보였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성당 안팎을 둘러보았고 나는 손을 모아 멀리 있을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오늘 저녁 끼니를 해결할 곳은 성당 근처 남부시장이다. 시장 안쪽 건물 2층에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 있고, 그곳에 가면 꼭 들르는 작은 서점도 있다. 책 한 권을 집어 읽다가 종이 냄새가 좋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청년몰 공간을 한 바퀴 둘러보니 폐업을 하거나 이전한 가게가 드문드문 보였다. 전주천 변을 따라 늘어선 가로등은 아름다웠지만 그곳을 바라보며 패기나 좌절을 익혀야 할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사장들의 고민도 생각해보았다. 곧 선술집을 찾아 앉았고 그날 들여온 횟감이 없어 간장으로 숙성한 연어와 새우를 안주 삼아 따뜻한 술 한 병을 비워냈다. 전주에 오면 이곳에 꼭 들른다는 나의 말에 젊은 주인은 연어초밥 몇 개를 더 얹어 내주었다. 맥주 한 캔을 더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당 대청에 앉아 고개를 들고 있노라면 오방으로 펼쳐진 서까래 아래 깊숙이 품어든 느낌이 든다. 여백이 많지 않아 한옥과 나 둘뿐이라는 생각이 짙다. 살짝 언 물구덩이에 달이 스미면 낮에 본 개가 그것을 자꾸 핥는 밤이었다. Info. 1. 업소명 : 정가한옥 2. 주 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78-3 3. 연락처 : 010-9934-1300 4. 홈페이지 : www.jeonggahanog.co.kr/ 5. 주차가능 여부 : 가능 6. 숙박요금 : (비수기, 주중) 소나무·전나무 3만5000원, 편백나무 4만 원, 느티나무·단풍나무 6만 원, 은행나무·참나무 5만 원 7. 100% 환불가능 날짜 : 투숙예정일 7일 전까지 8. 체크인 : 오후 3시 9. 체크아웃 : 오전 10시30분 전주 전동성당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문의 : 063-284-3222 www.jeondong.or.kr/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문의 : 063-288-1344 http://simsim1968.blog.me/ 글/사진 : 여행Q레이터 김종환 ※위 정보는 2020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