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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땅끝’이라는 말을 들으면 묘한 감흥이 생긴다. 육지에 서서 바라보면 분명 땅의 끝자락이지만, 바다에 나가 바라보면 육지의 시작점이 된다. 땅의 시작과 끝의 마을인 해남은 그래서 독특한 울림을 준다. 내가 딛고 있는 이곳에서 모든 것이 출발할 수도, 어쩌면 모든 여정의 도착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해남의 시인 박성룡은 「고향은 땅끝이었다」에 이러한 감동을 글로 옮겨 적었다. 고향은 땅끝이었다 /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 한반도의 최남단 / 해남반도, 그중에서도 / 맨 꼬리인 화원반도 / 그 너머는 땅끝이었다 /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 어디론가 / 가고 싶은 마음 / 바다 같고, 하늘 같았지만 /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 가고 싶은 마음은 / 깃발이었다 / 다만 바닷바람에 찢어지는 깃발이었다 / 찢어져서 나부끼는 / 깃발이었다 /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 땅끝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땅끝 해남의 서북단에 위치한 시작과 끝의 마을, 해남군 화원면. 시인 박성룡이 말한 “해남반도, 그중에서도 맨 꼬리인 화원반도”에 매력적인 자전거 코스가 개발되었다. 거대한 꽃봉오리 형상의 반도를 따라 달리는 도로 라이딩 숙련자를 위한 40km 순환 코스와 17km 우수영국민관광지 코스이다. 순환코스는 해남군에서 산악자전거(MTB)코스로 개발한 해남군 2코스(화원코스)에서 일부 오프로드 구간을 배제하고 전 구간을 포장도로 구간으로 변경하였다. 40km 순환 코스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는 오시아노 관광단지다. 주변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달리 모든 것이 정갈하게 구획화된 세련된 관광지이다. 단지 내에 바다도 있고, 전망덱, 캠핑장까지 들어서 있다. 2024년에는 전 객실(120실 규모)이 바다 조망이 되는 고급호텔도 개장할 예정이다. 관광단지 주차장이 넓어 자전거나 보호장비 착용 등이 수월하여 출발 및 도착 장소로 제격이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출발을 하면 이내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달아 이어지는 ‘고진감래’ 구간이 라이더를 맞이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페달을 밟아서 고지에 오르면 세상에서 오롯이 나만 우뚝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곧이어 이어지는 내리막에서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을 핸들 위로 웅크린 채 쏜살같이 달려가며 온몸으로 스릴을 만끽하게 된다. 그 뒤에 나타나는 평지는 고속도로의 휴게소 같은 존재다. 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대산, 설악산은 단풍이 한창일 때 화원반도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 덕분에 햇볕이 따갑지만 이마에 와 닿는 바람은 가을을 담아 차갑다. 이즈음 화원반도는 자전거를 타기에 더없이 좋다. 대한조선소를 지나는 순간은 자전거를 멈추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받는다. 짭조름한 바닷바람 사이로 희미하게 풍겨오는 쇠 냄새를 신호탄으로 건조 중인 선박이 위용을 드러낸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큰 규모다. 자전거를 잠시 멈춰 세우고 커다란 선박을 올려다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생각하게 된다. 땅의 끝에서 망망대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선박의 미래를 상상하며 나만의 항로를 위해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화원반도를 따라 이어지는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40km의 거리도 순식간이다. 제아무리 멋진 바다 풍경이라도 비슷한 풍경이 계속된다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원반도는 각양각색의 풍경으로 라이더를 반긴다. 형형색색의 해상용 등명기와 세계등대모형, 목포를 상징하는 삼학도, 전남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민속놀이 강강술래 조형물, 바다의 지킴이 역할을 하던 목포구등대까지... 해남을 속속들이 파고 들어가는 길이 지닌 매력도 적지 않은데, 눈까지 풍성한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자전거길이 또 있을까 싶다. 마음이 동하면 언제든 자전거에서 내려 놀다 가면 된다. 우수영 국민관광지 코스는 편도 17km이나 왕복 34km의 라이딩이 가능하다. 평탄한 도로가 대부분으로 자전거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좋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코스다. 우수영 국민관광지 코스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길은 농로다. 노랗게 익은 벼가 황금빛 물결을 이뤄 반짝반짝 빛나는 너른 논 사이를 느긋하게 페달을 밟으면 나를 괴롭히던 모든 걱정과 시름이 사라진다. 온 사방에 인기척 대신 햇빛과 바람, 흙과 물 뿐이다. 귓가에는 이따금씩 “솨아아, 솨아아”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화원반도의 전원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수록 도시에 두고 온 삶은 잊혀진다. 만약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다. 별천지는 이뿐만 아니다. 거대한 거울이 바닥에 떠오른 곳이 기다린다. 엄청난 규모의 소금밭이다. 소금밭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소금밭 사이로 내달리면 나와 똑 닮은 사람이 자연의 거울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우수영 국민관광지 코스에서 자전거를 멈춰 서야 할 곳이 있다면 충무사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충무’라는 사당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대한민국 역사 인물 중 최고 위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바다를 지키는 것이 임진왜란으로 큰 피해를 입은 조선을 구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던 이순신 장군은 군사력 열세에도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했다. 충무사를 나와 명량대첩 기념공원인 우수영 국민관광지에 도착하면 여행자를 위한 자전거 코스가 마무리된다.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돌아본 화원반도의 풍경에는 저마다 양면적인 미학이 있다. 시작과 끝, 하늘과 땅, 시골과 도시처럼 극과 극인 단어들이 공존한다. 빠름과 느림, 오르막과 내리막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라이딩은 궁합이 참 좋다. ※ 안전 주의 사항 -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모, 팔꿈치 보호대, 무릎 보호대 등 안전장구 착용은 필수 - 도로에서는 신호등을 잘 보고 교통신호를 준수해야 한다. - 운행 중 펑크 등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 자전거 점검이나 간단한 수리법 등을 숙지하면 좋다. - 화원반도(오시아노 순환, 우수영) 자전거 코스는 일반도로를 달리는 길. 안전을 위해 교통신호를 준수하고 맨 오른쪽 차선에서 방어 운행을 해야 한다. - 별암선착장에서 대한조선까지 구간은 출퇴근 시간인 오전 7~8시, 오후 5~6시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운행 중 휴대전화와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글: 최해담(여행작가) 사진: 이승훈(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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