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는 재미, 고르는 재미, 먹는 재미. 재래시장은 쇼핑의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요것조것 구경하다 꽈배기 하나를 입에 쏙 넣고 다시 아이 쇼핑에 나선다. 인천 구월동에는 백화점 부럽지 않은 즐거움을 선물하는 모래내시장이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동네마다 들어서는 요즘에도 끄떡없이 인기를 누리는 시장이다. '모래내'는 하천에 모래가 많이 쌓여 물이 밑으로 스며드는 곳을 말한다. 서울과 전주에도 모래내가 있고, 인천시 남동구 구월4동 일대도 모래내라 불렸다. 그리고 세 곳 모두 시장이 형성되었다. 아마도 돌보는 사람 없는 모래땅 위에 한 아낙이 좌판을 벌였고, 하나둘 상인들이 늘어가며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리라.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은 1985년 한두 개의 노점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그 품을 넓힌 시장이다. 대형마트가 늘고 주변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한때 철거 통보까지 내려졌지만, 상인들이 합심해 시장을 지켜냈다. 물건을 사고팔며 정을 나누었던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도 힘이 되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빌딩숲 사이에 쏙 들어앉은 모래내시장은 팔딱팔딱 살아 있는 구월동의 심장이다. 구월동 모래내시장은 시원하게 탁 트였다.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약 400m의 대로를 중심으로 160여 개의 상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두 개의 골목에 아케이드 시설을 갖춘 상점들이 나란히 이어진다. 시장 바깥 구역에도 채소를 다듬어 파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았다. 상점들은 각양각색의 얼굴로 손님을 기다린다. 닭튀김가게 옆으로 신발가게가 있는가 하면, 그릇가게 옆에 분식집이 있다. 정육점 옆에 옷가게, 상가 2층 커피 체인점의 유리창이 널찍하다. 과일가게 한 귀퉁이에는 시원한 냉커피와 과일주스를 파는 초미니 가게도 자리를 잡았다. 다정하게 모여 있는 채소 좌판들은 대파며 마늘, 양파 등 파는 것이 비슷하지만 말동무하며 장사하는 재미에 꼭 붙어 있단다. 찬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에 온 여인네들이 “단돈 3,000원! 폭탄 세일”이라는 목소리에 홀린 듯 걸음을 멈춘다. 콩나물 든 장바구니를 잠시 내려놓고 꽃무늬바지, 노란 셔츠를 몸에 대고 이리저리 맞춰본다. 마음은 산들바람 불어오는 강변에 가 있다. 한철 편하게 신을 슬리퍼 앞에서 걸음을 멈춘 애기엄마들도 눈이 바쁘다. 뜨거운 햇살이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 오늘 저녁은 무슨 반찬을 해먹을까? 이틀이 멀다 하고 모래내시장을 찾는다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아흔 넘는 나이가 무색하게 정정하다. 딱히 살거리가 없어도 구경삼아 집을 나선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사이 묵직해진 장바구니는 뒤따라 걷는 예순의 아들이 받아든다. 어머니와 아들의 즐거운 데이트다. 재래시장 나들이의 으뜸가는 재미는 맛집 탐방이다. 구월동 모래내시장의 대표 맛집은 '민달이네 옛날국수'다. 장인어른에게서 국수 뽑는 공장을 물려받은 사위가 ‘민달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국수집이다. 국수공장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50년, 사위가 모래내시장에 국수집을 연 것은 2005년이다. 국수공장 운영만으로는 이윤이 맞지 않아 직접 식당을 열었다. 직접 뽑은 국수로 만든 잔치국수를 대표 메뉴로 해서 비빔국수, 메밀국수, 열무국수 등 8가지 국수를 낸다. 가격도 저렴해 잔치국수와 칼국수는 푸짐한 양에 단돈 3,000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을 느끼고 싶다면 잔치국수를, 매콤한 고추장 양념 맛을 좋아한다면 비빔국수를 추천한다. 여름철 특별 메뉴인 콩국수는 직접 뽑은 생면에 직접 콩을 갈아 콩국을 부어 내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열무국수도 여름 별미에서 빠지면 서운하다. 국수를 사려고 식당을 찾는 손님도 많다. 뽕, 쑥, 칡, 흑미 등을 넣어 만든 웰빙 국수들은 빛깔도 고와 특히 인기다. 국수 판매를 담당하는 사장님이 바로 '민달이'다. 예전 TV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인 '민달이'는 장인어른이 사위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강직한 성품의 민달이처럼 국수를 뽑으라는 가르침이었단다. ‘고쌈냉면’은 식사시간이면 줄 서서 먹는 냉면집으로 유명하다. 냉면을 주문하면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가 곁들여져 나온다. 냉면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사람들에게 한끼 잘 먹었다는 만족감을 주는 아이디어 메뉴다.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과 중독성 있는 매콤함이 조화를 이룬 비빔냉면과 담백한 육수의 물냉면 모두 칭찬받을 맛이다.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하면 좀더 매운 맛을 즐길 수도 있다. 고기 한 점으로 매운 입안을 달래가며 먹으면 좋다. 고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로 주문하면 된다. ‘섹시한떡볶이’는 간판 메뉴인 떡볶이보다 꼬마김밥이 더 유명하다. 참치, 날치알, 멸치 등 일반적인 김밥에는 들어가지 않는 재료들을 한 가지씩 넣어 손가락 크기로 둘둘 말아낸 김밥이다. 그 종류만 무려 12가지. 그야말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떡볶이가 ‘섹시’한 이유는 그 몸매가 날씬하기 때문이라고. 매콤달콤한 고추장 소스에 빠진 섹시한떡볶이는 몇 번 씹으면 그냥 넘어갈 정도로 가늘다. 떡볶이는 가늘지만 둘이 먹어도 좋을 만큼 1인분의 양이 푸짐하다. 꼬마김밥을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나다. 세트 메뉴처럼 함께 주문해서 먹기를 추천한다. 상점들 틈에 소박하게 자리한 주전부리 메뉴도 빠질 수 없다. 즉석에서 튀겨낸 찹쌀도넛, 어묵, 갈증을 달래주는 식혜나 냉커피도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춘향이와 이도령’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일주일치 밑반찬을 장만해서 갈 수 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만 맛을 내는 반찬가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젊은 여사장님은 구월동 토박이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 자리에 반찬가게를 냈다.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된장, 간장을 담그고 판매도 한다. 평범한 반찬가게가 아니라 웰빙 푸드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포부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판매하는 반찬의 종류가 120여 가지, 그중 김치만 30가지에 이른다. 김치 담그는 게 고민일 때 달려와야지 싶을 정도로 깔끔한 맛이다. 재래시장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양손이 무거울수록 좋다.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마다 듬뿍 담긴 정은 두고두고 먹어도 좋은 소소한 기쁨이다.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 주소 : 인천 남동구 호구포로 818 문의 : 032-471-1430(모래내시장 상인회) http://www.imoraenae.com/ 민달이네 옛날국수 : 032-464-1389 /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휴무 고쌈냉면 : 032-471-5333 / 연중무휴 섹시한떡볶이 : 032-464-1845 / 설, 추석 명절 휴무 춘향이와 이도령 : 032-468-5585 / 설, 추석 명절 휴무 1.주변 볼거리 인천대공원 : 남동구 무네미로 236 / 032-466-7282(동부공원사업소) 월미도 : 중구 월미로 252 / 032-765-4169(월미도관광안내소) 인천차이나타운 : 중구 선린동, 북성동 일대 / 032-832-3031(인천종합관광안내소) http://www.ichinatown.or.kr/ 2.숙소 송도테마모텔 : 연수구 인권로9번길 9 / 032-834-5050 짝 : 미추홀구 경원대로851번길 56 / 032-438-3856 인천광역시청소년수련관 : 남동구 장수로 42 / 032-722-9151 http://www.insiseol.or.kr/institution_guidance/youth1/facilities_info.asp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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