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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은 무당처럼 답사를 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문화유산답사를 하며 전국을 떠돌았고, 남한의 8대 강을 따라 걸었으며, 한국의 산 400여 곳을 올랐다. 현재 그는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는 사업들을 펼쳤고, 1989년부터 현재까지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나는 ‘저 사내 틀림없이 김정호 귀신이 씌웠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한다. 현대판 김정호, 그가 바로 신정일이다. 이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완성한 '신정일의 新택리지'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국토인문서가 분명하다. 나는 이따금 그의 발바닥이 궁금할 때가 있다. 언제 만나면 한번 보자고 해야겠다.”며 신정일 대표를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도 신정일 선생은 이중환보다 더 다녔으면 다녔지 못 다닌 것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안 가본 산천이 없다. 80년대 중반부터 각 지역 문화유적은 물론이거니와, 산은 400곳 이상 올라가 보았다. 강은 어떤가. 한강 514km, 낙동강 517km, 금강 401km, 섬진강 212km, 영산강 138km, 만경강 98km, 동진강 54km. 한탄강을 두세 번씩 강의 발원지에서부터 시작해 하구까지 두 발로 걸어 다녔다. 어디 강뿐인가. 영남대로 관동대로. 삼남대로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옛길과 부산 해운대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트레일 을 걸었다. 그의 원대한 꿈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원산의 명사십리를 거쳐 두만강의 녹둔도에 이르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서 러시아를 돌아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까지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낭인 팔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신정일 선생은 젊은 시절 공사판을 전전하며 저녁이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고 한때 시와 열애에 빠져 1년 반 동안 시만 쓰며 살았다고 한다. 광주항쟁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동학혁명 그리고 유유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대동사상에 관심을 갖고 정여립 역모사건의 진실을 추적하여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신정일 선생의 주특기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다. 이마에 피가 흘러도 이를 인생수업으로 생각하는 끈기와 집념의 소유자다. “가자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라는 김수영 시인의 시를 곧잘 외우는 그는 길 위에 모든 것이 있다고 설파한다. 또한, 두 갈래 길을 만날 때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었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강호(江湖) 낭인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강호파는 가지 않는 길에 들어가 보는 사람이다. 그는 북한까지 포함해서 한반도의 수많은 길을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걸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지금 가는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으나, 지나고 보니까 그게 나의 길이었음을 고백한다. 주역周易 에 보면 '이섭대천利涉大川'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큰 내를 건너면 이롭다'라는 뜻이다. 그처럼 사람들에게 큰 내를 건너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고 바꿔 말한다면 인생의 큰 '곤경'도 큰 강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신정일 선생은 수많은 길을 걸으며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는 높은 재를 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인생의 수많은 산과 강과 먼 길을 건너고 넘고 걸었으니, 무슨 두려움이 남아 있겠는가. 그는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의 강과 산을 넘은 것이다. 그는 2010년 '관광의 날'에 동해트레일, 무주벼리길, 원효길, 지리산둘레길 등의 개발자문을 맡은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엄청난 상에 안주하지 않고 거대한 '과업'을 완성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시대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이중환의 택리지 를 그가 발과 머리, 가슴으로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신이 내린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간곡한 증언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가 수십 년 동안 두 발로 쓴 인문기행의 완결편인 신정일의 新택리지 전 10권으로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살고 싶은 곳 , 전라도 , 경상도 , 서울·경기도 , 충청도 , 북한 , 제주도 는 완성이 되었고, 강원도 , 우리 산하 , 택리지 완역본 등이 2011년 초에 완간된다고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은 끈이 떨어져 봐야 비로소 산천이 눈에 들어오는 법입니다. 이중환이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 만한 곳을 물색했었죠. 환갑 무렵에 그 물색의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았는데 그것이 '택리지'였습니다. 택리지 는 정감록 과 함께 조선후기에 가장 많이 필사된 베스트셀러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각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이고 물류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풍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전국의 지세와 명당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고, 산수 유람가들에게는 여행가이드북이었던 셈이죠.” 그가 쓴 신정일의 新택리지 를 두고 서울대 지리학과 이정만 교수는 “신정일 선생은 촌놈처럼 어수룩해 보인다. 그런데 이 '촌놈'의 얘기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절로 무릎을 치게 한다. 신정일의 혼이 실리고 신명나는 답사의 궤적을 따라가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우리땅 구석구석을 걷고 그 혜안을 통해 길을 연결하고, 사람을 찾아내고, 역사를 확인하는 작업에 열정이 느껴질 정도다.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한국의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걸었으며 400여 개의 산을 오른 그는 진정 걷기의 달인이다. 1. 무주벼리길 인근에 고향이라고 하던데요. 예. 그렇습니다. 무주벼리길 지척은 아니고 진안 운일암·반일암 지나 백운동계곡이 있는 곳이죠. 무주와는 지척이죠. 2. 2010년에 큰 상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30여 년이 넘게 한우물만 파면서 문화관광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개발한 '동해트레일', '해파랑길', '지리산둘레길' 등을 연구하고 개척한 공로로 '2010년 관광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큰상이라 기쁘기보다 부담이 먼저 되더군요. 상을 받고 나서 생각해봤는데 우리 시대의 '택리지'를 펴내면서 계속 걷고 또 걸으라는 얘기 같아요. 금강의 '무주 벼리길'도 개발 자문도 공로로 인정된 것 같아요. 3. 30여 년을 걷고 있는데 걷기의 즐거움이 있습니까? 앙드레 지드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고 말했어요. 길에서 모든 사물을 볼 수 있고,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느리게 걷는다는 것은 전체를 볼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걷고 또 걷는 것입니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로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모임 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왕성하게 펼친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인 그는 총 45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는 사업들을 펼쳤다. 그는 1년의 절반 이상을 길 위에서 살고 있다. 글.사진 U투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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