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사람을 빼고 나면 속 빈 강정이 되기 마련이다. 길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들풀과 바람에 실려오는 고소한 음식 내음도 좋지만, 삶을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는 사람만 하다고 할 수 없다. 강원도 평창군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믿는 이들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자신들의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군 방림리 마을 어귀. 작은 카페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쉬게 하고 갈증을 풀어준다. ‘방림별곡’. 옛 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름의 카페는 방림드림주민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마을 카페다. 대표도 직원도 모두 마을주민이다. 서로가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이 가족처럼 보인다. 손님들도 가족처럼 친근하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화가애애한 풍경이다. 마을 사랑방으로 시작해서 5년이 지난 지금은 방림면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자 여행지로 우뚝 섰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구석 자리에 앉는다. 누구의 간섭도 허락하지 않는 내 공간이자 나만의 시간을 보장받을 아지트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카페를 들고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윗집 삼촌이 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랫동네 외숙이 다녀가신 것도 같다. 모두 한 동네 주민이라 식구처럼 살갑게 서로를 반긴다. 시골 사람들은 카페에서 무엇을 주문할까. 다방커피? 쌍화차? 예상 외로 특별한 커피가 인기다. 에스프레소에서 달달한 카라멜마끼야또는 기본. 커피 원두와 평창 메밀을 블렌딩한 메미리카노라는 이색 커피도 있다. 부드러운 커피에 단짝인 쿠키가 빠지면 섭섭하다. 쿠키 만들기는 조물조물 반죽하는 재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체험이다 방림별곡에서는 쿠키 반죽에 평창 땅이 키운 메밀가루를 넣어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겼다. 쿠키용 반죽 두께는 5mm 정도가 적당하다. 반죽이 완성되면 귀여운 동물 모양 쿠키커터로 찍어 17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구워내면 끝. 쿠키커터에는 평창의 대표 먹거리인 송어를 본뜬 모형도 있으니 잘 찾아 볼 것. 완성된 쿠키에 달콤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초코 펜을 이용해 예쁜 그림을 그려 넣으면 된다. 방림별곡에서 정성껏 구워낸 소금빵과 크루아상은 매일 아침 11시에 맛볼 수 있다. 방림별곡에서 쿠키 만들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카페 앞 평창강 산책로도 반드시 걸어보자.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방림별곡을 나서려니 주인장이 한 곳을 가리킨다. 방림드림마켓이다.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마켓이다.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 박스에 담은 고체치약이나 비건 성분으로 제작한 비누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 리필용 천연 세탁세제는 빈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다. 리필 비용은 100g에 500원이다. 평창군 대화면 등용봉 자락의 해발 680m. 활짝 열린 파란 하늘 아래 넓은 사과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 과수원 입구에는 ‘천지애농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사과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서 농원 전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농원의 면적은 99,174제곱미터(m²)에 달하고 과수원은 16,529제곱미터(m²)에 불과하다. 농원에서는 매년 30여 톤의 사과를 생산한다.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탓에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있어 전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 외에도 명이나물과 산양삼 등도 재배한다. 천지애농원은 평창사랑주식회사농업회사법인(이하 평창사랑)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인 ‘힐링 팜크닉’을 진행하는 주 무대다. 이곳에서 황톳길 걷기, 족욕, 산양삼애플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진행된다. 처음 도전해볼 것은 황톳길 걷기다. 양말을 벗고 맨발로 지긋이 황토를 밟는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황토 기운이 싫지 않다. 아니 편안하다. 어린 시절에는 놀이터에서 맨발로 뛰어놀곤 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맨발로 땅을 디뎌볼 엄두조차 못 냈다. 황토의 촉감만 좋은 게 아니다. ‘발바닥은 몸의 지도’라 하지 않는가. 체의 경혈이 집중돼 있어 황톳길을 걷는 정도의 자극으로도 피로회복이나 혈액순환에 많은 도움을 준다. 황토의 기운을 듬뿍 받은 후에는 족욕을 즐길 차례다. 눈치 빠른 이라면 족욕물이 예삿물이 아니라는 걸 알 걸이다. 족욕을 체험 프로그램에 넣었는데 시냇물이나 수돗물로 족욕을 하지는 않을 테니. 평창사랑의 족욕물에는 ‘십전약초탕’이라는 걸출한 이름이 붙었다. 약쑥과 당귀 같은 약초를 듬뿍 넣고 아궁이에서 끓여 낸다. 두 발을 담그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눈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산양삼애플피자는 산양삼과 사과를 토핑으로 올린 피자를 만드는 체험이다. 피자에 사과는 그렇다치고, 산양삼을? 한데 궁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 평창사랑에서는 농산물 수확 시즌에 한 해 산마늘 캐기나 사과 따기 등의 체험을 추가로 진행한다. 수확 시기가 조금씩 변동될 수는 있지만 대개 산마늘 캐기는 4~5월, 사과 따기는 10~11월에 가능하다. 하얀 사과 꽃이 팝콘처럼 피어나는 5월의 사과밭 풍경도 놓치기 아깝다. 평창사랑은 사과농장, 송어양식장, 펜션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귀촌인들이 모여 설립한 사업체인 만큼 건강한 체험에 더해 귀촌과 귀농에 대한 유익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사과즙이나 송어 회, 송어액젓처럼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제품이나 음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방림별곡 - 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방림면 서동로 1337 - 문의 : 010-7320-9120 - 체험프로그램 : 쿠키 만들기 1만5000원(하루 전 예약 필수)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 평창사랑 - 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옛길 164-141 - 문의 : 010-4930-3855 - 체험프로그램 : 힐링 팜크닉 3만9000원, 산마늘 및 사과 수확 체험 별도 문의 - 한화리조트 평창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태기로 228-33 / 033-334-6100 / www.hanwharesort.co.kr - 휘닉스 평창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태기로 174 / 1588-2828 / www.phoenixhnr.co.kr - 평창현대스위트빌리지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진조1길 43-8 / 033-334-7775 / hyundaivillage.com - 메밀마당 : 메밀막국수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73 / 0507-1442-3383 - 송어회마루 : 송어회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37 / 033-333-5255 - 평창한우마을 면온점 : 한우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진조길 57 / 033-333-9777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4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