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던 학생들의 이름 앞에서 여정을 시작합니다. 광주공원에서는 나무 그늘을 따라 걸으며 도시에 쌓인 시간을 살피고 현충탑 앞에서는 오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합니다. 독립의 함성에서 시민의 쉼터를 지나 추모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광주 여행입니다. ★ 사람들의 이름과 기억을 따라가는 광주 여행 ★ - 광주 3·1 만세운동 기념비: 독립 만세를 외친 수피아 학생들을 기억하는 공간 - 광주공원: 산책길과 오래된 유적에서 광주의 시간을 읽는 공원 - 현충탑(광주): 광주·전남 지역 전몰 호국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 첫 번째 목적지는 양림동 수피아여자고등학교 교내에 자리 잡은 광주 3·1 만세운동 기념비입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수피아대강당 앞, 태극기를 높이 치켜든 여학생들의 청동 군상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일제의 서슬 퍼런 탄압에 맞서 당당히 대한독립을 외쳤던 수피아여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용기가 역동적인 몸짓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들의 뜨거웠던 구국 정신을 기리고자 수피아여중·고 총동창회가 뜻을 모아 1995년 5월 10일에 건립한 기념비입니다. 광주 땅에 독립 만세의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진 날은 1919년 3월 10일이었습니다. 당시 수피아여학교의 교사 박애순은 제자들에게 민족 독립의 당위성을 일깨우며 만세 시위 참여를 이끌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거사 전날 밤 비밀리에 모여 밤을 지새우며 손수 태극기를 만들었고, 이튿날 주저 없이 거리로 뛰쳐나가 독립을 외쳤습니다. 닫힌 교정 안에서 시작된 결의가 거리의 거대한 함성으로 번져나갔다는 점에서, 이곳은 광주 독립운동사의 뜨거운 숨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입니다. 기념비에 가까이 다가서면 동상 아래 화강암 기단에 새겨진 무궁화 문양과 단아한 ‘광주 3·1 만세운동 기념’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석의 뒷면에는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혹독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교사 2명과 학생 21명, 총 23인의 이름이 또렷이 새겨져 있습니다. 앞면의 역동적인 만세 군상에서 뒷면의 이름들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거대한 역사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오롯이 스스로의 신념으로 고난을 감내했던 개개인의 결단이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당시 수피아여학교 학생으로 만세 행렬에 참여했던 윤형숙 열사의 이야기는 특히 큰 울림을 줍니다. 시위 도중 일제 헌병의 군도에 왼팔을 잃는 참혹한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만세를 외쳤던 그의 행적은, 그 시절 독립을 외치는 일이 얼마나 극심한 두려움과 생사의 위험을 무릅쓴 결단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념비 곁에 마련된 역사 안내판을 찬찬히 읽으며 동상의 모습과 실제 인물들의 생생한 기록을 겹쳐보는 시간을 가지면 이 공간이 품은 역사적 무게를 한층 깊이 새기게 됩니다. 기념비 바로 곁에 자리한 소심당(素心堂) 조아라 기념비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유적입니다. 수피아여학교 출신인 조아라 선생은 평생을 여성운동과 민주화,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광주의 어머니’라 불린 인물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외쳤던 스승과 선배들의 기념비에서 후배 조아라 선생의 치열했던 삶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배움의 요람에서 싹튼 여성들의 용기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광주 3·1 만세운동 기념비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백서로 13 - 문의: 062-670-3008 광주공원은 옛 성거산 자락에 자리 잡은 광주 제1호 도시공원으로, 광주천과 원도심을 곁에 두고 오랜 세월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 곳입니다. 녹음 짙은 나무 그늘을 따라 거닐다 보면 도심의 탁 트인 풍경 너머로 각기 다른 시대의 역사적 흔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산책하는 내내 광주의 지나온 시간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광주천 방면 입구로 들어서면 우람한 해태상 한 쌍과 길게 뻗은 돌계단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계단에 오를 때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한쪽에 세워진 옛 광주신사 참배로 표찰입니다. 일제강점기 공원 정상부에 세워졌던 신사로 향하던 길목으로, 오늘날 시민들이 무심코 오르내리는 계단 자체가 식민통치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현장인 셈입니다. 일상의 산책로에 서린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돌아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게 됩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비석군을 마주합니다. 광주 각지에 흩어져 있던 목사와 군수 등 옛 지방관들의 선정비와 사적비를 한데 모아둔 공간입니다. 당당하게 늘어선 비석들 사이에서 바닥에 눕혀 놓은 비석 세 기가 눈길을 끕니다. 한말 관직을 지냈으나 일제에 협력했던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의 공적비입니다. 광주시는 이들의 뚜렷한 친일 행적을 역사에 낱낱이 고발하고자 비석을 뽑아 땅에 눕히고, 그 곁에 준엄한 단죄문을 세웠습니다. 단죄문을 읽어 내려가는 시간은 비석에 새겨진 미사여구와 실제 인물의 삶을 냉정하게 대조해 보는 의미 있는 순간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지우기 위해 비석을 파괴해 없애는 대신, 치욕스러운 행적까지 정직하게 기록하고 눕혀둠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성찰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더 깊숙이 걸음을 옮기면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4·19혁명기념탑이 나타납니다. 탑 상부에 역동적으로 솟아오른 불꽃 조형물은 어떤 탄압에도 꺼지지 않는 숭고한 민주 정신을 상징합니다. 좌우 기단에는 독재정권에 맞서다 산화한 일곱 열사의 초상과 약력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에서 열사들의 앳되고 의연한 얼굴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뒤에 숨은 평범한 개인들의 고귀한 희생이 가슴 뭉클하게 전해집니다. 공원 한편에 자리한 광주시민회관에서는 서민들의 온기 어린 생활문화의 궤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71년에 문을 연 광주 최초의 공공 복합문화시설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시민의 결혼식과 영화 상영,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던 추억의 명소였습니다. 건물의 옛 모습을 살린 재정비를 거쳐 청년 창업과 문화 예술 활동이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레트로한 감성을 풍기는 둥근 창문과 시원하게 트인 잔디마당은 공원 산책길에 정겨운 활력을 더해줍니다. 광주공원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중앙로107번길 15 - 문의: 062-613-6463 마지막 목적지는 광주공원 정상부에 우뚝 솟은 현충탑입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진 돌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너른 광장과 푸른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은 은빛 탑신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6·25 전쟁 당시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광주·전남 지역 전몰 호국용사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추모 공간입니다. 이곳에 처음 추모의 탑이 세워진 것은 1963년 5월 29일이었습니다. 건립 당시에는 ‘우리 위한 영의 탑’이라 불렸으며, 광주·전남 출신 전몰군경 1만 5,867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그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정성을 모아 조성되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역민의 눈물과 유족들의 간절한 그리움을 품어온 이곳은 세월의 풍파를 거쳐 2015년에 현대적이고 장엄한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새롭게 세워진 현충탑의 주제는 어둠을 밝히고 미래를 비추는 ‘영원의 빛’입니다. 단단한 육각형 기단을 포함해 25m 높이로 치솟은 탑신은 묵직한 화강석과 거울처럼 햇살을 반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직선의 조형미와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표면은 호국영령들의 빛나는 희생을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후대의 다짐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탑 주변으로 다가서면 전투 장면을 담은 부조와 벽면의 헌시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포연 속에서 태극기를 치켜들고 돌격하는 전우들과 결연한 눈빛의 군인들을 형상화한 부조는 전쟁 당시의 긴박함과 비장함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벽면에 정갈하게 새겨진 헌시는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글귀에 한국 서예의 거장 학정 이돈흥 선생의 힘찬 필치가 더해져 깊은 울림을 줍니다. 웅장한 탑을 올려다보던 시선이 부조 속 얼굴들과 헌시의 문장으로 옮겨가며,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한층 무겁고 생생하게 되새기게 됩니다. 광장 한쪽에 마련된 옛 현충탑 기념 구역도 눈여겨보아야 할 공간입니다. 탑을 새로 건립하면서 이전 탑에 새겨졌던 역사적인 부조와 상징 조형물 일부를 보존해 작은 야외 전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옛 탑의 사진과 연혁을 담은 안내판, 늠름하게 날개를 펼친 독수리 조각상과 손때 묻은 석조 부조는 처음 이 언덕에 추모의 뜻을 모았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새 탑의 현대적인 조형미와 옛 탑의 아련한 흔적을 나란히 마주하며, 시대를 넘어 면면히 이어져 온 기억과 추모의 끈을 실감하게 됩니다. 현충탑 일대에는 전몰 호국용사들의 위패를 모신 위패봉안소가 자리해 엄숙한 기운을 더합니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이면 광장에서 성대한 추념식이 거행되고, 봉안소에는 나라를 위해 떠난 가족과 이웃을 그리워하는 참배객들의 헌화와 분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눈앞의 탑이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평생 가슴에 품어온 소중한 피붙이이자 다정한 이웃의 이름들이 살아 숨 쉬는 자리임을 일깨워줍니다. 수피아여학교 교정에서 대한독립을 외쳤던 소녀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광주공원 숲길에서 도시가 품은 식민통치와 민주주의의 다채로운 굴곡을 읽어 내려간 걸음이 마침내 이곳 현충탑 앞에 이르러 차분히 멈춰 섭니다. 광장과 숲을 감도는 깊은 고요 속에서, 험난했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버텨낸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며 오늘의 평화로운 일상을 다시금 소중하게 돌아보는 여정의 마무리입니다. 현충탑(광주)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중앙로107번길 15 - 문의: 062-672-0660 ※ 위 정보는 2026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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