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의 ‘발로(Valor)’는 빈티지 가구로 가득찬 스튜디오 겸 카페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수(한효주 분)의 직장으로 나온다. 누구든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곳이다. 인근의 열우물벽화마을도 부평의 대표 촬영지다. 부평역사박물관, 부평지하상가 등과 연계해 돌아볼 만하다. “이 의자는 사용된 목재가 특별해요. 오래되거나 버려진 선박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참 신기하죠. 나무였다가, 배였다가, 이젠 또 이렇게 의자였다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가구 디자이너 우진(이범수 분). 그는 단골 빈티지 가구 매장을 찾았다가 매니저 이수를 만난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우진은 전시장의 가구를 빌려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때 그녀가 설명한, 조금 특별한 사연의 의자다. 빈티지와 인더스트리얼 가구 매장 겸 카페인 발로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나무였다가 배였다가 다시 의자가 된 가구는 발로에서 전시하던 의자 이야기다.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백감독이 ‘스토리가 있는 발로의 가구’를 물었고, 발로에서 소개한 사연이 영화에 쓰였다.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많은 배가 난파되었다. 그때 배의 일부였던 나무로 만든 재생 가구다. 발로에 있던 의자는 그사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대신 한때는 나무였다, 난파선이었다, 지금은 새로운 용도를 기다리는 난파선 목재의 일부가 남아 있다. 발로 입구 오른쪽 가장자리 두 번째 테이블 안쪽이다.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때묻은 나무판으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옆에 낡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잠시 머물 수 있다. 카페 발로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다.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영화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위해 만든 세트인 줄 알았다. 방문 후에도 영화 세트를 보존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발로의 김연표 대표는 가구의 전시 판매가 주목적이지만, 단순한 판매보다는 낡고 오래된 가구의 멋을 함께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름도 스페인어로 가치를 뜻하는 '발로(Valor)'다. 낡고 오래된 것들의 변함없는 가치, 세월이 흐를수록 올라가는 가치,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으로서 가치다. 문을 열고 8개월 남짓 지나 촬영팀이 방문했고 이후 <뷰티 인사이드>를 촬영했다. 발로를 경험하는 법은 간단하다. 입구에 자그마한 카페가 있다. 음료를 주문한 뒤에 가구 전시장으로 들어선다. 세계 곳곳에서 온 가구와 소품들을 감상한 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자그마한 항구의 선술집 같은 공간도 있고, 고풍스런 미술관 같은 공간도 있으며, 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도 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넘나든다.<뷰티 인사이드> 촬영 뒤 재미난 일도 생겼다. 전시장 중앙의 가구 사이로 난 통로는 ‘이수 로드’라 불린다. 우진과 이별한 이수가 <아마폴라(Amapola)> 기타 연주를 듣고 추억에 젖어 눈물을 훔치던 장면을 촬영한 위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 속 이수를 따라 하며 사진 촬영을 한다. 가장 안쪽 공간은 영화 속 파티장 세트를 그대로 보존해 영화의 느낌을 살렸다. 스모그도 영화 촬영 뒤 새롭게 생겨난 이벤트(!)다. 촬영 당시 스모그를 사용했는데 내부로 스미는 빛 내림이 아름다웠다. 그 후로는 매일 스모그로 좀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후 1~4시 사이 빛과 스모그가 자아내는 느낌이 가장 좋다. 옛 공장의 크레인에 걸린 샹들리에는 촬영 당시 이동 조명 기구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다. 천장 쪽 철근 구조물에는 스태프들이 앉았던 의자가 그대로 자리해 눈길을 끈다. 영화 촬영 뒤 사람들이 몰리면서 원활한 이용과 관람을 위해 새로운 규칙도 생겨났다. 상업 용도나 DSLR 촬영에 한해 프리미엄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물론 일반 손님은 예전처럼 커피 한 잔으로 전시장을 즐길 수 있다. <뷰티 인사이드>의 매력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의 답십리 고미술상가나 이태원 앤티크 가구거리도 추천한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 곳이다. 그보다 카페 발로가 자리한 부평이 궁금하다면 십정동 열우물벽화마을과 부평역사박물관, 부평중앙지하상가와 연계해도 좋다.카페 발로에서 멀지 않은 십정동 열우물벽화마을은 부평구의 대표적인 촬영지다. 지난 2013년 개봉한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무대로 원류환(김수현 분), 리해랑(박기웅 분) 등이 살던 마을로 나와 주목받았다. 이미 2005년부터 벽화로 단장한 고운 마을이었다. 그 후로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tvN <응답하라 1998>의 골목길로 나왔다. 극중에선 서울 쌍문동이 배경이지만, 열우물벽화마을 초입 상정초등학교 골목이 자주 등장한다. 부평역을 기점으로 십정동 반대편 북쪽에는 부평역사박물관이 있다. 지난 2007년에 개관했다. 부평은 삼국시대부터 불린 이름으로 조선시대에는 부평도호부가 있던 큰 고을이었다. 부평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은 기증전시실, 농경문화실, 부평역사실 등으로 나뉘는데,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평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1층의 기획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시가 열린다. 2층에는 뮤지엄카페 외에 부평역사실 바깥으로 회랑을 뒀다. 벽이 유리로 되어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 햇볕을 쬐며 쉬어가기에 알맞다. 부평역에는 부평지하상가가 있어 알뜰 쇼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인천 한 자치구의 자그마한 지하상가를 떠올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지하 쇼핑 센터다.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 면적 최다 지하상가 점포 수’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의류, 액세서리 등 각종 쇼핑 아이템이 즐비하다. 지하철 부평역과 연결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들러볼 만하다. 카페 스튜디오 발로(Valor) -주소 : 인천 부평구 백범로578번길 52 -문의 : 032-577-3214 http://cafevalor.modoo.at/ 부평역사박물관 -주소 : 인천 부평구 굴포로 151 -문의 : 032-515-6471 http://www.bphm.or.kr/ 주변 음식점 -황소야 : 소고기 참숯구이 / 부평구 열우물로25번길 14-3 / 032-432-0979 -스시애 : 회전초밥 / 부평구 부흥로 261 / 032-506-5550 -이북식손만두 : 손만두국밥 / 부평구 청중로 48-6 / 032-517-6065 숙소 -고추잠자리 : 부평구 동암광장로4번길 12 / 032-421-0381 -이오스호텔 : 부평구 대정로82번길 25 / 032-512-2253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