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으로 말한다. 매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이라면, 벚꽃은 봄이 무르익었음을 보여주는 여왕이다. 연분홍 꽃잎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벚꽃의 향연이 순천 송광사에서 펼쳐진다. ‘춘송광 추해인(春松廣 秋海印)’이란 말처럼 벚꽃은 송광사의 봄을 상징한다. 벚꽃은 호남고속도로 주암 IC를 나와 문길삼거리에서 송광사로 향하는 송광사길부터 시작된다. 벚나무가 송광사 주차장까지 약 10km에 걸쳐 국도 양옆으로 사열하듯 서 있는 것. 줄기가 굵고 옹골찬 게 수령이 꽤 많아 보이는 벚나무다. 벚꽃도 듬성듬성 피는 게 아니라 솜사탕처럼 풍성하다. 하얀 벚꽃이 흰 구름을 깔아놓은 듯 여행자를 안내한다. 서너 송이 벚꽃이 예쁘다는 인상을 준다면, 활짝 핀 벚꽃의 군무는 황홀함 그 자체다. 꽃구름처럼 황홀한 자태가 바람에 날려 가슴 깊이 스며들면 송광사로 가는 길은 더욱 빛난다. 천천히 길을 달리다 주암호를 만나면 벚꽃 사이로 파란 호수가 어우러져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벚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보려면 송광사 진입로가 제격이다. 개천을 따라 금방이라도 톡 터질 듯 연분홍 벚꽃이 터널을 이룬다. 송광사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2km. 느긋하게 걸으며 사진을 찍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꽃비를 맞고 싶다면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만하다. 송광사의 봄은 벚꽃이 전부가 아니다. ‘승보사찰’이라는 명성을 얻게 한 16국사의 영정은 국사전에 봉안되었다. 국사전은 일반에 개방하지 않아 영정을 볼 수는 없으나, 성보박물관에 16국사 영정의 영인본이 전시된다. 성보박물관에서 눈여겨볼 것으로 능견난사(전남유형문화재 19호)가 있다. 바리때 29점으로 제작 기법이 특이해 어느 순서로 담아도 한 치 오차도 없이 포개진다고 한다. 조선 숙종이 장인에게 똑같은 그릇을 만들라고 명했으나 실패하자, ‘보고도 못 만든다’는 의미에서 친히 ‘능견난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한다. 대웅보전은 본래 승보전 자리에 있다가 한국전쟁으로 전소된 것을 중건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특이한 점은 건물의 평면이 십자형이다. 대웅보전 뒤로 돌아가면 잘 쌓은 석축 위에 스님들의 수행처로 들어가는 진여문이 나온다. 흙담과 어우러진 모습이 고졸하고, 문에 달린 거북 모양 손잡이가 이채롭다. 이런 손잡이는 송광사에서만 볼 수 있다. 승보전 앞에는 4000명이 먹을 밥(쌀 7가마)을 담을 수 있다는 비사리구시가 놓였고, 3.2km 떨어진 천자암에서는 800년 된 향나무 두 그루가 얽힌 쌍향수를 만날 수 있다. 능견난사, 비사리구시, 쌍향수가 송광사의 3대 명물이다. 우화각 바로 앞의 단칸짜리 건물 세월각과 척주각도 눈여겨보자. ‘죽은 영혼의 쉼터’라 불리는 곳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싣고 저승으로 가는 가마인 영가가 하루를 머물며 속세의 때를 씻어낸다. 남자의 혼은 ‘구슬을 씻는다’는 척주각에서, 여자의 혼은 ‘달을 씻는다’는 세월각에서 속세의 더러움을 털어낸다. 하지만 ‘목욕’ 한 번으로 부처가 있는 송광사 경내에 들어갈 수는 없다. 세상에 남은 미련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그곳이 맑은 계류 위에 놓인 우화각이다. 우화각을 건너면서 계류에 속세와 인연을 실어 보내고 불국으로 향한다. 꽃이라면 선암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열흘에 한 번씩 단장을 바꾼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진다. 수종만 100종이 넘는데, 그중에는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된 원통전 뒤편의 백매(수령 620년)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수령 550년)도 있다. 선암사 매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매화다. 고려 시대 대각국사가 선암사를 중창할 때 삼성각 앞 와송과 함께 처음 심었다고 전해진다. 벚꽃이 피기 전에 원통전과 무우전 담장 주변에 매화가 핀다. 3월 중순에 핀 청매화가 지면 홍매화가 4월에 꽃을 피운다. 이어 진달래와 개나리가 선암사를 장식한 뒤 철쭉, 영산홍이 핀다. 특히 선암사 대웅전 뒤의 백철쭉은 일반 철쭉보다 키가 훨씬 크다. 봄에 흰 꽃을 피우는데, 그 자태가 여느 철쭉과 비할 바가 아니다. 선암사에는 볼거리도 많다. 지은 지 300년이 넘는 해우소가 있다. 심하게 휜 목재를 그대로 사용, 한국 특유의 미적 감각을 표현해 선암사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2층 구조라 ‘서울에서 온 신도가 일을 보고 서울에 당도하면 그제야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깊다고 한다. 선암사천 계곡에 가로놓인 무지개 모양 승선교가 안쪽의 강선루와 어우러진 장면은 우리나라 절집이 빚어낸 최고의 풍경으로 꼽힌다. 여러 송이 꽃과 나뭇잎을 수놓은 원통각의 문창살도 아름답다. 오는 4월 20일 개장하는 순천만정원에도 꽃이 지천이다. 개장을 앞두고 예쁜 꽃을 심어 방문객에게 봄기운을 가득 전할 예정이다.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수수한 꽃을 감상했다면, 순천만정원에서는 튤립, 무스카리, 유채, 라넌큘러스, 클레마티스 등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꽃을 만날 수 있다. 나눔의 숲과 비오톱 습지에는 유채가 노란 꽃을 피우고, 나무도감원 등에는 튤립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프랑스정원에는 디기탈리스가 우아함을 자랑한다. 한국정원이 있는 동산에는 두루미 모양 화원을 조성해 눈길을 끈다. 순천만정원에서 동천을 따라 순천문학관까지 운행하는 PRT(소형 무인 궤도차)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PRT는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탑승장에서 지하철처럼 이용하면 된다. 탑승 인원은 한 대에 6~8명이다. 외관은 작은 상자처럼 생겼지만, 실내는 의외로 넓고 안락하다. 큰 창이 사방으로 나 있어 순천만정원과 동천의 경관을 바라보기도 좋다. 순천만정원을 내려다보는 곳은 PRT가 유일해서 편안하게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운행 간격은 이용자 수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된다. PRT가 정보를 주고받아 승객이 탑승하면 1분 이내에 차량이 배치된다. 100% 전기에너지로 운행되어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환경보호에도 일조한다. 무인으로 운행되기에 이용 시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하는데,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지하철과 같다. 따뜻한 봄볕 머금으며 터뜨린 꽃망울이 여행자를 기다리는 순천. 하루빨리 봄을 맞고 싶다면 순천에 가라. 그곳에 봄이 기다린다. <당일 여행 코스> 송광사→선암사→순천만정원→PRT→순천문학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송광사→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낙안읍성 둘째 날 / 드라마 촬영장→순천만정원→PRT→순천문학관→순천만자연생태공원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관광순천 https://main.suncheon.go.kr/tour/ - 송광사 www.songgwangsa.org - 선암사 www.seonamsa.net - 순천만정원 www.scgardens.or.kr - 순천에코트랜스(순천만정원 PRT) www.sc-prt.com
○ 문의 전화
- 순천시청 관광진흥과 061-749-4221 - 송광사 061-755-0107 - 선암사 061-754-5247 - 순천에코트랜스 061-740-060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5회(06:10~23:55) 운행, 약 3시간 45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순천종합버스터미널 1666-6563 [기차]
용산-순천, KTX 하루 9회(05:20~21:15)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호남고속도로→주암 IC→순천 방면→문길삼거리 우회전→신흥마을회관→송광사삼거리→송광사
○ 숙박 정보
- 노블레스호텔 : 순천시 장선배기2길, 061-722-7730
www.ggpage.kr/0617227705
- 브라운호텔 : 순천시 상풍길, 070-4255-2736 www.hotelbrown.co.kr
- 밀라노모텔 : 순천시 장선배기2길, 061-723-4207
○ 식당 정보
- 길상식당 : 한정식, 송광면 송광사안길, 061-755-2173 - 신성회관 : 메기매운탕, 송광면 고인돌길, 061-755-5688 - 옛날보리밥집 : 보리밥, 순천시 상사호길, 061-745-1311 - 신화식당 : 돼지국밥, 순천시 웃장 국밥골목, 061-752-7027 - 대대선창집 : 짱뚱어탕, 순천시 순천만길, 061-741-3157
○ 주변 볼거리
드라마 촬영장,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순천문학관, 낙안읍성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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