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명동에서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는 부부는 손님에게 집 한 칸을 다 내어주고도 허불허불 웃는다고 했다. 남자는 대나무에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었고, 여자는 한 품 한 품 걸으며 활갯짓을 했다.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서도 신나게 놀 줄 아는 이 부부의 삶이 참 재미나다. 가을볕이 알록알록 물드는 충장로 궁동 예술의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갓 쓴 할아비가 골목을 누비고,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살짝 부는 가을 바람에 또르르 구른다. 수십 년째 궁동 거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이 마치 유럽의 거리예술가들처럼 공연을 펼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펼쳐지는 ‘나비야 궁동가자’는 광주 동구에서 지역문화 알리기의 일환으로 열고 있는 잔치 한마당이다. 시민들이 직접 문화예술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충장로 궁동의 골목길을 따라 작은 공방들이 늘어서 있고, 맛집 앞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골목은 그 자체로 생동하는 무대다. 거리에서는 성악가, 기악연주자, 대중음악가, 전통무용가, 퍼포먼스 연기자 등이 신나는 공연을 펼친다. 아이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들, 솟대 미니어처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시민들, 전통혼례복을 입어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보인다.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광주에는 궁동 예술의 거리가 있습니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잘 알려진 곳이자 광주 도시여행의 중심입니다. 금남로를 따라 아시아문화전당을 둘러보고, 궁동 예술인의 거리, 동명동 카페거리, 대인예술시장, 양림동 문화마을까지 광주의 문화예술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골목여행 코스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대금 부는 법을 알려주던 권봉현(42) 씨가 대뜸 대금부터 건넨다.
“하나, 살짝 미소 지을 때처럼 입술 모양을 만든다. 둘, 대금의 구멍에 입술을 댄다. 셋, 그냥 불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요. 독특한 음색 때문에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국악기 제작자 겸 대금 연주자인 권봉현 씨와 그의 아내 이순미(41) 씨 역시 이곳 거리에서 매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 부부는 바로 이웃한 동명동에서 한옥스테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부부의 손짓에 따라 대금과 소금을 불어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오히려 어른들이 우리 소리에 무뎌진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나 아이들은 금세 소리에 동화되거든요. 아이들은 대금의 소리를 타고 놀 줄 압니다. 선입견이 없는 순순한 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지요. 조금만 알면 보이고, 조금만 마음을 두어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소리가 들립니다.” 대금이 좋아 무작정 무형문화재 제12호 고이곤 악기장에게 국악기 제작 기법을 전수 받은 권봉현 씨는 국내 쌍골죽이나 오래된 황죽을 사용해 대금을 제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음정이 정확하고 변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재능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한편, 국악기의 대중화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 곁에서 아내 이순미 씨가 미소 짓는다. 단정한 머리 모양과 수련복 차림새가 심상치 않다. 이순미 씨 역시 무형문화재 택견의 고수다. 부부의 내공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아침시간에 가볍게 명상을 하는데, 이때 부산한 마음을 정리합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누군가와 나누고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겸 체험장 ‘청공소리’는 동명동 카페 거리에 이웃하고 있다. 동명동은 요즘 광주에서 가장 떠오르는 골목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들이 늘어서 있고, 구석구석 예술인들의 공방이 숨어 있어 젊은이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찾는다. 요즘 부부의 일상은 매우 분주하다. 한옥스테이 청공소리와 대금 제작 공방을 함께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 학생 들을 대상으로 대금, 단소 등 국악기 체험 프로그램과 택견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악기와 택견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부모님이 사시던 오래된 한옥인데, 궁동 예술의 거리와 가까워 집을 리모델링해 공방과 체험장을 갖췄어요. 이곳에서 우리 문화 알리기에 마음을 다하고 싶습니다.” 한옥 청공소리의 객실은 모두 5개. 최대 40명이 동시에 체험과 숙박이 가능하다. 지난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에는 선수단과 가족들이 우리 고유의 멋과 맛을 체험하며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 부부가 둘 다 기능보유자인 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체험거리가 많은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권봉현 씨는 국악기, 솟대, 장승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택견 이수자인 이순미 씨는 떡 만들기, 다도, 택견 등을 직접 가르친다. 부부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청공소리는 2014년 ‘향토핵심자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올 초부터는 광주 동구청이 진행하는 전통악기 대중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오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좀더 재미있고 신나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산이나 들, 자연 속에서 우리 악기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신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고요. 자연 속에서 정신문화에 기반을 둔 우리 문화 알리기에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입니다.” 청공소리 주소 : 광주 동구 동계로1번길 1 문의 : 062-226-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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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동 예술의 거리 주소 : 광주 동구 예술길 24 일원 문의 : 062-608-2326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소 :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문의 : 1899-5566
http://www.acc.go.kr/
대인예술시장 주소 : 광주 동구 제봉로 194번길 7-1 문의 : 062-223-1421
1.주변 음식점
고려조삼계탕 : 삼계탕, 오골계 / 동구 금남로 231 / 062-224-2525 귀향정 : 굴비백반, 한정식 / 동구 참판로26번길 21 / 062-522-2743 동원게장백반 : 게장백반, 꽃게찜 / 동구 지호로 128 / 062-223-7200
2.숙소
무등파크호텔 : 동구 지호로164번길 14-10 / 062-226-0011
http://www.hotelmudeungpark.co.kr/ 파레스관광호텔 : 동구 중앙로160번길 13 / 062-222-2525 엔터모텔 : 동구 천변우로 361-14 / 062-228-1818
글, 사진 : 이강(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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