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장이 서는 곳이면 장터 한구석에 어김없이 국밥집이 서서 사람들의 주린 배를 달랬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준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 국밥보다 좋은 요깃거리는 없었다. 장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기에 사람들은 국밥은 시골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국의 많은 장터가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경남 함안의 옛 장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남아 있는 소고기국밥집을 찾아 장날의 풍경을 추억한다. 1970년대까지도 함안에 오일장(함안장)이 서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인근 진동에서 생필품을 사려고 넘어온 이들도 있었고, 봇짐 지고 전국을 떠돌던 장꾼들도 어김없이 모여들었다. 물건을 많이 팔았거나 싼 값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기분이 좋아지면 그들은 어김없이 장터 국밥집으로 모였다. 가마솥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국밥 한 그릇에 탁주 한 사발로 허기를 달래고 사람들과 넉넉한 마음을 나누곤 했다. 때로는 술잔 뒤로 노랫가락이 노을처럼 길게 퍼져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장터는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오일마다 얼굴 맞대던 정겨운 사람들도 온데간데없다. 그래도 오일장을 추억하는 건 그때 먹던 국밥이 있어서다. 함안면사무소 뒤편 옛 장터에는 장터국밥집들이 '한우국밥촌'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 사람들을 맞는다. 국밥촌이라고는 하지만 국밥집이라야 달랑 세 곳뿐이다. 그래도 유명세는 만만치 않아서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찾아온다. 함안의 국밥은 소고기,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듬뿍 넣고 끓여낸 소고기국밥이다.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아낌없이 넣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육수를 낸다. 여기에 신선한 선지와 콩나물, 무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는 게 함안식 소고기국밥이다. 모두가 배고팠던 시절에도 소고기와 선지를 넉넉히 넣고 국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인근 도항리에 우시장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함안식 소고기국밥은 육개장과 닮은 듯 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질긴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식감이 부드럽다. 매운 맛이 덜하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며 담백한 맛은 훨씬 진하다. 한우국밥촌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대구식당이다. 오래전 장터의 국밥집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지만, 이 집만 50년째 함안 장터국밥의 명맥을 잇고 있다. 대구에서 함안으로 시집 온 아낙이 호구지책으로 집 한쪽에서 국밥을 말아 팔면서 대구식당의 역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장날에만 문을 열고 국밥을 팔았다. 장이 서지 않는 지금은 여느 식당들처럼 영업을 한다. 식당 입구 큰 솥에는 하루 종일 국이 끓고, 손님이 주문하는 것과 동시에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을 퍼서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해 먹기 좋은 온도를 맞춘다. 육수는 한우사태, 양지, 홍두깨살 등 국밥용 소고기를 사다가 3~4시간 푹 끓인다. 직접 담은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낸다. 한 숟가락 듬뿍 떠서 입에 넣으면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속에 퍼진다. 요즘처럼 찬바람 불 때 제격이다. 함안군청 옆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아라가야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가야연맹체의 한 나라였던 아라가야는 뛰어난 제철 기술을 보유하여 왜에 철기를 전했다. 우리 역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아라가야의 실체를 고분으로 접할 수 있다. 산 정상부에 번호가 붙은 대형 고분만 37기가 줄지어 있다. 능선을 따라 올망졸망 봉긋하게 솟은 모습도 장관이거니와 고분 아래로 가야 읍내가 펼쳐져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고분군과 이웃한 함안박물관( museum.haman.go.kr )에서는 고분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와 불꽃문양 토기, 말갑옷 등 아라가야의 철기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남고속도로 → 함안IC → 함안문화예술회관 → 함안군청 → 봉성2교차로에서 우회전 → 함안면사무소 → 함읍우체국 앞 한우국밥촌 * 대중교통 [버스] 부산→함안 :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1일 9회(07:30~20:00) 운행, 1시간 30분 간격, 1시간 소요 함안→한우국밥촌 : 함안버스터미널에서 함안면행 농어촌버스 이용 [기차] 서울→함안 : 서울역(1544-7788)에서 함안역까지 무궁화호 1일 1회(09:45) 운행, 약 5시간 50분 소요 대전→함안 : 대전역에서 함안역까지 무궁화호 1일 1회(11:41) 운행, 약 3시간 45분 소요 2.주변 음식점 대구식당 : 소고기국밥 / 함안면 북촌리 / 055-583-4026 한성식당 : 소고기국밥 / 함안면 북촌리 / 055-584-3503 시장국밥 : 소고기국밥 / 함안면 북촌리 / 055-583-5858 3.숙소 싸이클론모텔 : 가야읍 말산리 / 055-583-7784 홍송모텔 : 가야읍 말산리 / 055-582-1048 중앙장모텔 : 가야읍 말산리 / 055-583-6318 동화모텔 : 가야읍 말산리 / 055-583-9376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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