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지나가는 계절을 만끽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가을과 함께 호흡하며 걸어서 더욱 좋은 길, '바스락(樂)길'이다. 강화도는 역사와 낭만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섬이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마니산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유적, 그리고 서쪽 해안의 아름다운 낙조와 빼어난 자연 풍광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부담 없이 여행하기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다섯째로 큰 섬인 만큼 제대로 훑자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욕심을 접어두고 핵심만 뽑아서 둘러본다면 '강화나들길'이 제격이다.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의 강화나들길은 화남 고재형 선생이 말년에 고향 강화도를 여행하면서 쓴 《심도기행》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강화나들길은 총 2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바다, 내륙, 그리고 인근 섬까지 넘나드는 길은 다양한 풍광과 이야기로 가득한 강화도 구석구석을 잇는다. 그중에서도 가을과 눈을 맞추며 걷기 좋은 길은 4코스다. '해가 지는 마을길'이라고도 불리는 4코스는 양도면 능내리 가릉에서 출발해 내가면 외포리 망양돈대까지 11.5km가량 이어지는 호젓한 길이다. 노을이 아름다운 하곡마을과 탁 트인 외포리 바다를 만나고, 건평나루에 앉아 대하구이를 맛보는 즐거움이 크다. 가을을 닮은 아련한 세월의 흔적을 찾고 싶다면 9코스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강화나들길 9코스와 10코스는 강화도 본섬 북서쪽에 위치한 교동도에 난 길이다. 이 중 교동도의 옛 풍경을 만나기에는 9코스가 적당하다. 월산포선착장을 기점으로 교동향교와 화개사, 화개산, 대룡시장, 교동읍성 등을 돌아 나오는 16km 구간이다. 한때 교동도는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은둔의 땅이었다. 섬이어서 한 번,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지역 내에 있어서 두 번 고립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4년 7월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됐고 지금은 섬 아닌 섬이 됐다. 이제 교동도는 차로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는 '가짜 섬'이 됐지만, 여전히 섬 전체가 민통선 안에 들어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하다. 교동대교 진입 전 군부대가 통제하는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친 뒤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섬 출입이 허용된다. 다리를 건너 교동도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순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 고립됐던 만큼 문명의 침범이 덜했기 때문이다. 북한 땅이 빤히 보이는 바닷가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철조망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날 선 긴장감보다는 드넓은 농경지가 뿜어내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더 와 닿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잔잔한 저수지도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교동도에는 섬의 동서로 큰 저수지가 두 개 있는데 동쪽의 고구저수지는 낚시터로 잘 알려져 있고, 서쪽의 난정저수지는 농업용수의 목적으로만 활용된다. 교동도의 중심인 대룡시장에는 1960~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낡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옛 정취를 풍긴다. 6·25 때 피란민들이 임시로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시장이다. 웬만한 시골 장터보다 작은 시장통은 세월 속에 고인 물처럼 한적하다. 교동이발소, 동산약방 등 향수가 물씬 풍기는 이름의 간판이 정겨움을 더한다. 시장 뒤에는 아담한 교동초등학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06년 개교해 올해로 1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운동장에 놓인 이순신 장군과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화개산은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황해도 연백평야와 개성의 송악산을 뚜렷하게 볼 수 있어 가볼 만하다. 화개산 남쪽에 자리한 화개사는 단출한 불당이 있는 작은 절로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교동향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향교다. 고려 인종 5년(1127년)에 유학자 안향이 공자의 초상화를 중국에서 이곳으로 가져와 모셨다. 교동읍성은 둘레 430m, 성문이 3개인 읍성이지만, 대부분 허물어지고 남문 하나만 쓸쓸히 남아 있다. 교동도에서도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던 최서북단 민통선 지역이 10월 29일, 단 하루 굳게 잠겼던 빗장을 풀고 사람들을 맞는다. '제2회 민통선 평화 걷기'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길은 호두포 입구에서 교동초등학교까지 약 9km에 이르는 평탄한 구간이다. 코스에는 이제껏 한 번도 민간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구간도 포함돼 있다. 사전 신청자 400명만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1만원이다. 참가 신청은 강화나들길 홈페이지( www.nadeulgil.org )에서 하면 된다. 032-934-1906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7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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