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모든 공간은 나름의 리듬을 갖는다 . 서울 같은 대도시와 작은 도시들은 확연히 다른 리듬감으로 흘러간다 . 그 안에 머무는 우리의 속도도 마찬가지다 . 모든 게 바삐 돌아가는 대도시 속 속도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면 소도시로 훌쩍 떠나본다 . 공간이 바뀌면 자연스레 삶의 속도도 달라진다 . ‘ 느려도 괜찮아 ’ 라는 토닥임이 필요한 날 ,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로 향했다 . 세 개의 개울이 마을을 가로지른다 하여 삼지내 혹은 삼지천이라 불리는 마을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유명하다 . 이전에 두어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데 , 매번 담양 여러 명소와 엮어 여행하느라 진득하게 머물러 보질 못했다 .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았다 . 슬로시티의 진가를 느껴보려면 느긋함이 필수 조건인데 , 그러질 못한 것 . 이번에는 작정하고 마을 내 숙소부터 예약했다 . 마을에서 먹고 , 자며 제대로 놀아볼 요량이다 . 삼지내마을에 입성했으니 마을 안길부터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 돌과 흙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옛 담장 ( 국가등록문화유산 ) 을 따라 마을 길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 담장 아래로 작은 도랑이 흘러 운치를 더한다 . 졸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물가에 피어오른 소담스러운 풀꽃 덕분에 걷는 내내 눈과 귀가 즐겁다 . 마을 산보에 지도 같은 건 필요 없다 . 담장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다채로운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 담장 사이로 널찍하게 뻗은 길을 걷다가 이내 좁은 흙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 평범한 살림집 사이로 카페로 변신한 단정한 한옥이 보이는가 하면 주인 잃은 쓸쓸한 고가도 눈에 들어온다 . 고재환가옥 , 고재선가옥 등 국가유산에 지정된 건축물도 군데군데 자리한다 . 어느 길로 접어들면 담장 너머 이층 한옥이 빼꼼 모습을 드러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 대문이 열려 있어 내부 출입이 가능한데 , 창평면사무소 뒤뜰이다 . 이색적인 이층 한옥과 물레방아 , 작은 못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 한옥으로 지은 면사무소 건물과 그 앞을 지키는 늠름한 보호수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 마을 안에 한옥을 개조한 카페가 몇 있어 산책 중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 . 매화나무집 , 한옥에서 좋은날 , 돌담 , 갑을원 등이 있는데 저마다 분위기와 메뉴는 조금씩 다르지만 , 한옥에서 고즈넉하게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 툇마루에 앉아 한옥과 자연의 잔잔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 이 평온의 감정을 더 길게 이어가고 싶다면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자 . 100 여 년 된 고택부터 아담한 민박까지 주민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다 . 이번에는 혼자 여행이라 매화나무집의 작은 방을 골랐다 .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 주인장의 살뜰한 환대에 마치 시골 친척 집을 방문한 기분이다 . 이곳은 주인 부부가 거주하는 집이다 . “ 남편이 자란 집인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저희 부부에게 이 집에 내려와서 살아달라고 유언을 남기셨어요 .” 안주인의 설명이다 . 유언에 따라 부부는 삼지내마을로 들어와 이 집을 가꾸며 카페와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 곰살맞은 주인장은 ‘ 내 집 ’ 과 ‘ 우리 마을 ’ 을 찾은 손님들을 정성스레 대한다 . 밤이 깊고 긴 시골 마을에서 꿀잠을 자고 나니 , 누룽지에 반찬을 곁들인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다 .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 그대로다 . 식사 후에는 커피와 직접 만든 ‘ 오란다 ’ 도 내준다 .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따스하다 . 친척 집을 찾듯 이곳을 재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 매화나무집은 단순한 카페나 민박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도 역할한다 .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 올해는 3~12 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작가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 소설 < 불편한 편의점 > 의 김호연 작가도 참여했으며 11 월에는 교과서에도 수록된 시 ‘ 성에꽃 ’ 을 쓴 최두석 시인이 강연을 맡는다 . 한 달에 한 번씩 쌀 술빵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한다 . 마을 내 식사할 공간을 찾는다면 슬로시티약초밥상을 추천한다 . 이곳 역시 단순한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슬로시티의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체험 공간이다 . 본인 몸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와 산야초 전문가로 거듭난 최금옥씨가 36 가지 약초로 저염 장아찌를 만들어 제공한다 . 이름도 낯선 온갖 식물이 맛깔스러운 반찬으로 변신해 밥상을 채운다 . 운영 방침이 다소 독특한데 , 손님이 직접 상차림부터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 ‘ 왜 손님이 설거지까지 해야 하냐 ’ 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이런 방침을 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장아찌를 담그는 간장이나 고추장 , 쌈장 하나까지 모두 좋은 재료로 손수 만드는데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 설거지 때문에 일하는 사람을 쓰면서 가격을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 “ 손님들이 설거지 정도 기꺼운 마음으로 하셔도 될 정도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지요 .” 주인장의 말에서 당당함이 느껴진다 . 평소 소화가 잘 되질 않는다는 손님이 있으면 슬그머니 모래시계를 가져다준다 .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연습을 하라는 뜻이다 . 약초 장아찌 각각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건강한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레 감사한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게 된다 . 슬로시티에서의 특별한 음식 체험이다 . 미식 체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창평 지역은 예로부터 곡창지대라 쌀이 풍족했고 쌀을 이용한 엿 , 조청 , 한과 등이 발달했다 . 특히 창평쌀엿은 조선시대에 양녕대군이 낙향해서 지낼 때 궁녀들이 비법을 전수해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창평의 식문화 내공을 보여주는 한 예가 바로 대한민국 식품명인들이다 . 작은 마을이지만 유영군 ( 창평쌀엿 ), 박순애 ( 엿강정 ), 기순도 ( 진장 ), 안복자 ( 유과 ), 조성애 ( 쌀조청 ) 등 여러 식품명인을 배출했다 . 명인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직접 찾아가도 좋고 , 지역의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창평전통시장 ( 화재로 현재 임시시장 운영 중 ) 이나 시장 옆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판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창평국밥거리도 바로 인접해 푸짐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쌀엿이나 한과로 입가심해도 좋다 . ‘ 삼키기에 아까운 술 ’ 이라는 뜻을 가진 석탄주도 창평 지역의 자랑거리다 . 홍주 송씨 집안에서 400 년간 제삿술로 빚어온 가양주로 ,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 로컬푸드 판매장이나 온라인으로도 구입 가능하지만 창평에 왔다면 종가 하심당을 직접 방문해보자 . 고택 항아리 안에서 술이 익어가는 향기를 맡으니 술맛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된다 . 담양에는 2025-2026 한국관광 100 선에 선정된 죽녹원과 관방제림이 있다 . 청량한 대숲을 품은 죽녹원은 죽림욕 명소로 , 운수대통길 , 사색의 길 , 죽마고우길 등 8 가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 대나무 숲속에서 족욕 체험이나 사운드워킹 투어 같은 힐링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 죽녹원에서 강 건너편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이 자리한다 .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 푸조나무 , 팽나무 , 벚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연출한다 . 담양 명물 음식 거리인 국수거리와 이어져 식후에 산책 삼아 들러도 좋다 . 2 〈 당일 여행 코스 〉 삼지내마을 → 창평전통시장 & 창평국밥거리 〈 1 박 2 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창평전통시장 & 창평국밥거리 → 삼지내마을 둘째 날 / 하심당 → 죽녹원 → 관방제림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담양군 문화관광 : www.damyang.go.kr/tour/index.damyang - 죽녹원 : www.juknokwon.go.kr ○ 문의 전화 - 창평면사무소 061)380-3794 - 담양군 관광과 061)380-3157 - 죽녹원 061)380-268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담양,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7:00~20:00)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4-1번 버스 승차, 창평2구 정류장 하차, 창평면사무소까지 도보 1분.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 담양군버스운행정보 http://bis.damyang.go.kr/ ○ 자가운전 정보 호남고속도로 → 창평톨게이트 → 창평IC에서 ‘곡성·창평·슬로시티삼지내마을’ 방면 좌회전 → 의병로 → ‘돌담길’ 방면 우회전 → 창평면사무소(삼지내마을) ○ 숙박 정보 - 매화나무집 : 창평면 돌담길, 010-7130-3002, https://blog.naver.com/sinjong3 - 한옥에서 : 창평면 돌담길, 010-3606-1283, http://hanoka.com/ - 담양한옥애 : 창평면 돌담길, 010-3628-0157, www.slowhanok.kr ○ 식당 정보 - 슬로시티약초밥상 : 약초밥상, 창평면 돌담길, 061)383-6312, https://blog.naver.com/slow36 - 창평국밥 : 모둠국밥, 창평면 사동길, 061)382-8039, www.instagram.com/gukbap8039 - 전라도엄마손맛집 : 동태탕, 창평면 의병로, 010-2361-5627 ○ 주변 볼거리 소쇄원, 메타세쿼이아길, 메타프로방스 등 ※ 위 정보는 2025 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 사진 ,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글 · 사진 : 김수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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