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경남 통영은 유독 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를 길러낸 도시다. 박경리, 전혁림, 김상옥, 김춘수, 유치환, 윤이상. 이들 모두의 고향이 통영이다. 수백 개의 섬이 떠 있는 한려수도의 풍광, 맑고 푸른 바다색, 산과 바다가 겹쳐 만들어내는 풍경이 예술가들의 감각을 끊임없이 깨웠다. 박경리는 통영을 원고지에 썼고, 전혁림은 캔버스에 그렸다. 영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통영 여행은 훌륭한 처방전이 된다. ★ 추천 장소 ★ - 봉숫골 벚꽃길: 벚꽃 명소를 넘어, 통영의 일상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감성 골목 - 전혁림 미술관: '색채의 마술사' 전혁림 화백의 삶과 작품을 마주하는 공간 - 윤이상 기념공원: 고향 바다를 음악 선율로 옮긴 세계적인 작곡가의 흔적을 만나는 곳 - 김상옥 생가(초정 김상옥 기념관): 한국 서정시의 정수를 빚은 시인의 터전이자 전시 공간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봉숫골은 과거 봉수대가 있던 마을이다. 4월이면 벚꽃이 골짜기를 따라 하얗게 덮고,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하지만 꽃이 없는 계절에도 들를 이유는 충분하다. 용화사까지 이어지는 600m 남짓한 길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공방, 소품샵, 서점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봉숫골이 특별한 것은 단지 벚꽃 때문만이 아니다. 이 골목은 통영이라는 도시를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장소다.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일상이 어우러진 거리라는 점이 바로 봉숫골의 매력이다. 걷는 속도를 자연스레 늦추게 만드는 공기가 거리에 흐른다. 봉숫골 초입에는 알록달록한 지붕을 얹은 작은 서점 '봄날의 책방'이 있다. 건축가인 책방 대표가 38년 된 폐가를 리모델링해 아기자기한 책방과 북스테이로 꾸몄다.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 작가의 방, 그림책방, 바다책방, 책 읽는 부엌, 장인의 다락방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서점에서 잠시 머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영감을 주는 문장이 가슴 한쪽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여행 TIP 봉숫골에서 취향에 맞는 카페를 골라 방문해 보자.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입소문 난 '디저트카페 부엔'은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돌샘길'을 추천한다. 통영 출신 건축가가 설계한 티하우스로, 3면 통유리 너머로 정원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봉숫골 벚꽃길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로 107-82 전혁림 미술관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통영 출신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외벽에는 화가의 작품을 담은 타일이 붙어 있어, 미술관에 닿기 전부터 이미 전시가 시작된다. 전혁림 미술관은 화백이 30년 가까이 살던 집을 헐고 다시 지은 공간으로, 80여 점의 작품이 3개 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전혁림 화백의 대표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민화의 색감과 굵고 힘찬 선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 작품들이다. 원작 앞에 서면 통영 앞바다의 온도와 파도의 결을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붓과 팔레트를 비롯한 유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3층에서는 전혁림의 아들인 전영근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세대를 이어 통영을 그리고 있다. 통영의 랜드마크, 육지와 미륵도를 잇는 통영대교에도 전혁림 화백의 색이 묻어 있다. 강렬한 색채로 멀리서부터 눈길을 붙잡는데, 그의 대표작 '풍어제'를 모티브 삼아 다리 구조물에 색을 입혔다. 전혁림 화백은 통영의 산과 바다를 평생 화폭에 담았다. 화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란색에는 통영의 이른 아침, 짙고 생동감 넘치는 바다의 빛깔이 담겨 있다. 전혁림 미술관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10 - 운영 시간: 10:00~17:00 ※ 매주 월~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나는 한 번도 통영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잔잔한 바다! 가끔 파도가 칠 때에도, 초목을 스쳐 가는 바람도 나에게는 음악으로 들렸습니다. 윤이상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통영의 바다와 바람은 세계적인 작곡가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 윤이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곡가로, 지금도 이 작은 도시를 찾는 외국인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72년 오페라 <심청>으로 뮌헨 올림픽 서막을 열었고, 《교향곡 1번》은 베를린 필하모니 창단 100주년 기념 무대에 올랐다. 생가터에 기념관과 베를린하우스를 세워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조성했다. 기념관에는 직접 연주하던 바이올린과 첼로, 친필 악보 등 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뒤편 차고에는 실제로 유럽에서 타고 다녔던 자동차도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하우스는 독일에서 살던 서재와 응접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의자와 피아노, 카펫까지 대부분 독일 생활에서 사용했던 손때 묻은 것들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피아노 옆에는 그의 아버지가 만들어 보낸 나비장석을 두른 전통 농이 놓여 있다. 1층 작은 음악도서관에는 헤드폰을 갖춘 청음 설비가 마련되어 있어 음악을 직접 감상할 수 있고, 음악 관련 서적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도 있다. 윤이상 기념공원(도천테마파크)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동) - 운영 시간 [윤이상 기념공원] 연중무휴 [윤이상기념관] 09:00~18:00 ※ 매주 월요일 휴무 [베를린하우스] 13:30~17:30 ※ 매주 월요일 및 주말 휴무 윤이상 기념공원에서 10여 분만 걸어가면 '항남 1번가 초정 김상옥거리'가 있다. 통영의 근현대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거리로, 한때 통영 전통 갓 공방이 밀집해 있었다. 김상옥의 부친도 갓을 만들던 장인이었다. 그 솜씨와 감각이 아들에게 이어진 것인지, 김상옥은 시는 물론 그림과 서예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상옥 생가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2층 건물로,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2026년 2월에 초정 김상옥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봉선화〉,〈무궁화〉 시로 잘 알려진 김상옥은 한국 현대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예술가다. 남해안의 바다와 항구, 섬 풍경을 시적 원형으로 삼아 맑고 절제된 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담아냈다. 기념관 1층에는 육필원고와 그림, 도자기, 서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현한 '초정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책상 위에 서예 붓과 그림 붓, 묵직한 사전이 나란히 놓여 있다. 시인이자 화가이자 서예가였던 그의 면모가 이 작은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념관과 이웃한 통영다방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거리가 품어온 역사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김상옥 생가(초정 김상옥 기념관)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1번가길 13 - 운영 시간: 09:00~18: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 문의: 055-650-4681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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