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맛집이 있다? 지당한 말씀! 무려 ‘10미’라는 별미가 여행객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찜갈비에서 복어불고기까지, 그 열 가지 맛난 음식을 모두 맛보려면 1박2일 일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날씨가 추운 계절, 기차를 타거나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는 시각이 밥때라면 얼큰하면서도 뜨끈뜨끈한 따로국밥이 절로 생각난다. 따로국밥은 대구 음식의 ‘좌장’격이라 불러도 시비를 걸 사람이 없다.
중앙로역 근처 국일따로국밥은 65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946년 고 서동술 씨가 국밥을 선보인 이후 지금은 손자가 맛을 이어간다. 고추기름으로 매운맛을 내는데 싫은 사람은 주문할 때 미리 말하면 덜 맵게 해준다. 겨울과 여름에는 매운맛을 강하게 한다. 이유는 이렇다. 겨울철의 경우 파와 무의 단맛이 강해진다. 바로 그 단맛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여름철에는 파가 억세다. 그러면 국물의 감칠맛이 떨어진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국물의 매운맛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범어네거리, 현대증권 바로 옆에 2층짜리 고향집칼국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얼마나 인기를 끄는 식당인지 신발장만 봐도 짐작된다.
누른국수, 다시 말해 경상도식 칼국수가 기본 메뉴이다. 면은 밀가루에 콩가루를 2% 정도 섞어서 만든다. 멸치육수를 쓰는데 멸치 외에도 다시마, 대게, 대파, 양파, 감자, 무 등도 함께 넣어 우려낸다. 고기육수를 쓰는 칼국수에 비해 시원한 맛이 살아 있다. 칼국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린 배추, 달걀지단, 김가루, 다시마, 호박, 부추, 다진 쇠고기, 그리고 땅콩가루가 보인다. 여기에 보리밥 두 숟갈이 딸려 나온다. 자칫 누른국수만으로 허기를 느낄 수 있으니 포만감을 주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찜갈비라는 특식은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원조 자리는 여전히 대구 동인동 찜갈비골목이 차지하고 있다. 대구시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인동 찜갈비골목이 형성돼 있고, 이곳에서 13개 맛집이 맛 경연대회를 펼치는 중이다.
벙글벙글식당의 경우 45년 전부터 찜갈비 장사를 시작했다. 비빔밥, 국밥, 국수가 대중적인 외식 메뉴이던 시절이었다. 찜갈비는 등장하자마자 외식의 대표선수가 됐다. 서민적인 음식이 대부분 그렇듯이, 찜갈비 역시 식당 인근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사람들을 상대로 양은그릇에 매운 고춧가루 양념을 한 갈비를 담아 연탄불에 구워 냈다. 그것이 경상북도를 비롯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요즘 벙글벙글식당은 찌그러진 양은냄비 대신 하얀 스테인리스 냄비에 갈비를 담아낸다. 양은냄비보다 보기 좋고 식는 속도도 느려서 손님들이 좋아한다. ‘뭉티기’란 생고기를 뭉텅뭉텅 자른 고기를 뜻한다. 양념하지 않은 육회라서 일명 생고기, 육사시미라고도 불린다. 녹양식당 향촌점에서 뭉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뭉티기가 접시에 담겨 나오면 한번 시험 삼아 뒤집어보시라. 고기가 한 점도 상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접시에 붙어 있다. 그만큼 찰지고 싱싱하다는 말씀. 도축한 지 오래된 고기는 물이 생겨서 그처럼 접시에 짝 달라붙지 않는다.
뭉티기를 먹는 방법? 아주 간단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첫 맛은 양념 맛이고 그 다음은 고기 맛이다. 고기 마니아들은 양념장 대신 소금에만 찍어 먹기도 한다. 뭉티기를 주문하면 간천엽을 비롯해 족발, 번데기, 고둥, 당근과 오이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남산초등학교 맞은편 미성당납작만두는 1963년에 문을 열었다. 오후 서너 시 무렵인데도 32석의 좌석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줄을 서야 할 정도란다. 이름이 납작만두이니 생김새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데, 도대체 무슨 맛이기에 간식 시간을 휘어잡는 걸까?
만두소에 그 답이 있지 싶다. 얇은 밀가루 만두피에 당면, 부추, 대파를 섞은 소가 들어간다. 대개의 만두소에 고기나 김치가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방금 철판에 튀겨낸 만두가 접시에 담겨서 손님 테이블에 오르면 고춧가루와 잘게 썬 파를 적당히 뿌린다. 여기에다 식성대로 간장을 끼얹어서 먹는데, 한번 맛보면 젓가락질을 멈추기 어렵다. 1인분(15개)에 3,000원이라는 싼 값도 인기에 한몫을 한다. 복어살과 콩나물의 환상적인 궁합을 맛보고 싶다면 수성구 들안길의 미성복어를 찾아가보자. 전국 최초로 복어불고기를 개발한 맛집으로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뼈를 잘 발라낸 복어살을 주재료로 해서 콩나물, 양파, 대파, 새송이버섯 등을 넣고 불고기 양념하듯 해서 차려낸다. 몸통이 가는 콩나물은 직접 길러서 쓴다.
이 식당에서 개발한 복어불고기로는 콩나물복어불고기 외에 새송이복어불고기, 새송이, 느타리, 콩나물이 들어간 모둠복어불고기, 청복모둠복어불고기, 전복모둠복어불고기 등이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콩나물, 새송이, 전복 등을 더 얹어준다. 복어불고기를 다 먹은 다음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생략하기 어렵다. 반고개역 인근에 무침회골목이 있다. 이곳에는 푸른회식당을 포함, 15개의 무침회 전문 식당이 서민들의 ‘퇴근 후 한잔’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1984년부터 무침회를 선보이고 있는 푸른회식당의 경우 삶은 오징어를 기본으로 해서 삶은 논고둥, 삶은 소라를 무, 미나리, 깻잎과 함께 초장에 무쳐낸다. 오징어와 소라는 주인이 부산에서 공급받는다. 초장은 고춧가루, 마늘, 생강, 깨소금, 설탕 등으로 만든다.
무침회는 애초에 잔치음식이었다. 홍어회가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잔치음식이라면 대구에서는 무침회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금도 집들이, 돌잔치, 체육대회 음식으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무침회의 매운맛은 함께 내놓는 재첩국으로 다스린다. 대구지하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에 내리면 여러 식당의 승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논메기매운탕을 맛보고 싶다면 산정식당 승합차에 오를 일이다. 역에서 식당까지는 불과 2∼3분 거리다. 산정식당은 1994년에 개업했다.
살아 있는 메기라야 제 맛을 낼 수 있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산 메기를 손질한다. 주방에서 한 번 익힌 다음 커다란 냄비에 부추, 토란대, 잔 배추, 대파, 새송이버섯, 당면을 넣어 손님상에 낸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와 마늘 외에 제피가루를 넣는다. 산뜻하고 칼칼한 맛을 살리기 위함이다. 된장에 삭힌 고추와 깻잎이 산정식당 논메기매운탕의 특미로 꼽힌다.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이라는 부위를 가리킨다. 이를 연탄불이나 숯불에 구운 다음 집집마다 비법을 동원해 만든 된장소스에 찍어 마늘과 쪽파를 곁들여 먹는다. 퇴근길,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의 소주 안주로 더없이 훌륭하다.
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 인근 안지랑곱창골목에 발을 들여놓으면 도로 양편으로 도열한 20여 개의 막창집에서 새어나오는 막창구이 냄새로 회가 동한다. 안지곱창집의 경우 막창 외에 곱창 한 바가지, 삼겹살, 돼지두루치기, 염통구이 등의 메뉴가 있다. 야끼우동이 일본식 표현이라서 거북하다면 해물볶음우동쯤으로 대치할까. 대구백화점 인근에 화교가 2대째 운영하는 중화반점이라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이 집에서 30년 전쯤 야끼우동이라는 별미를 선보였는데 워낙 인기를 끌어 지금은 대구 시내 대부분의 중식당에서 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매콤달콤한 맛에 중독될까 염려되는 별미이다.
야끼우동은 밀가루 면에 오징어, 새우, 돼지고기, 당근, 양파, 배추, 양배추, 부추(겨울에는 시금치), 마늘, 숙주나물 등이 들어간다. 매운맛은 고춧가루로 낸다. 두 사람 이상이 찾아간다면 탕수육도 추가해서 별미여행을 즐기자. 식수 대신 별도로 부탁하면 대만산 향편차를 내준다. * 따로국밥 국일따로국밥 | 중구 전동 7-1, 053-253-7623 * 동인동 찜갈비 벙글벙글식당 | 중구 동인동1가 322-2, 053-424-6881 * 뭉티기 녹양식당 | 중구 향촌동 74-5, 053-257-1796 * 납작만두 미성당납작만두 | 중구 남산4동 14-13, 053-255-0742 * 복어불고기 미성복어 | 수성구 상동 12-7, 053-767-8877 * 무침회 푸른회식당 | 서구 내당3동 884-11, 053-552-5040 * 논메기매운탕 산정식당 |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308-1, 053-582-2566 * 막창구이 막창골목 | 안지랑골목, 경북대 북문, 서부정류장 옆 * 야끼우동 중화반점 | 중구 남일동 92, 053-425-6839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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