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륙지역에 자리한 경상북도 영천은 곳곳에 역사의 흔적과 이야기가 정말 많은 여행지입니다. 포은 정몽주를 모신 임고서원, 조선 중기 건물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함계정사, 노계 박인로의 위패와 배롱나무꽃이 아름다운 도계서원, 팔공산국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은해사까지. 영천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 영천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 ★ - 임고서원: 정몽주의 덕행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서원 - 함계정사: 선원마을 언덕에 자리한 조선 중기 정사 - 도계서원: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 박인로의 위패를 모신 사당 - 은해사(영천): 팔공산에 위치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위해 창건한 사찰 잘 정돈된 주변 경관과 숱한 세월이 쌓인 은행나무는 다른 서원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임고서원만의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서원의 규모가 상당해 관람 순서를 고민하던 찰나, 언덕 위에 자리한 정자 조옹대가 눈에 들어와 바로 올라가 봅니다. 조옹대는 강학 공간과 정문 등 임고서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그 가치를 곧바로 알게 됩니다. 위에서 바라본 배롱나무꽃 역시 서원이 지닌 고유의 운치를 한층 더해줍니다.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덕행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이 1553년 문을 연 임고서원은 이듬해 ‘임고’로 사액을 받았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됐습니다. 이후 1603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은 뒤 다시 사액을 받았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1965년에 복원, 1980년 보수·정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북 영천은 정몽주 선생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지역이라 남다른 인연을 자랑합니다. 고려 말 이성계의 반대편에 섰지만, 유교적 관점에서 그가 보여줬던 충절은 임고서원이 세워진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마루에 앉아 잠시 상념에 젖어 봅니다. 임고서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가설 선죽교’입니다. ‘하여가’와 ‘단심가’가 오간 뒤,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방원의 명령으로 정몽주가 피살된 선죽교를 재현한 공간입니다. 물론 진짜 선죽교는 개성에 있어 직접 가볼 수는 없지만, 임고서원에서나마 그 모습을 어렴풋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려 말 마지막 충신이었던 정몽주가 피살된 뒤, 공양왕이 왕권을 이성계에게 넘기며 역성혁명은 결국 성공으로 막을 내립니다. 비록 정몽주는 천수를 누리지 못했지만, 머지않은 가을날 임고서원을 다시 찾아 그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이곳에서 은행나무 잎이 내리는 노란 가을비를 즐겨보고 싶습니다. 임고서원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포은로 447 - 문의: 054-330-6754 자호천을 건너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월의 흐름을 잊은 듯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건물 한 채가 낮은 담장을 둘러친 채 낯선 이들의 방문을 경계하는 듯 서 있지만, 주변에 수려하게 핀 배롱나무꽃이 그 긴장감을 부드럽게 덜어 줍니다. 함계정사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을 지낸 정세아 선생의 자손 정석달이 학문을 가르치고자 지은 건물입니다. 원래 1702년 ‘안락재’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었다가, 1779년 그의 손자 정일찬이 중창하면서 자신의 호를 따 ‘함계정사’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활짝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사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예스러운 분위기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관을 즐기며 학문에 몰두했을 모습과 삼삼오오 이곳에 모여 담소를 나눴을 조상들의 모습도 잠시나마 상상해 봅니다. 끝으로 함계정사가 자리한 선원마을은 '영일정씨' 집성촌이기도 합니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과는 또 다른 예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요. 함계정사를 포함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만끽하며 한적하게 산책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함계정사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선원리 203-2 - 문의: 054-330-6538 ‘아담하다.’ 처음 도계서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입니다. 자연에 파묻힌 채 어우러진 전각들의 모습도 그렇고 호수 너머로 바라본 모습과 주변 풍경이 한없이 평화로워 이곳에 담긴 이야기를 곱씹으며 주변을 걸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계서원은 영천 출신의 문인 노계 박인로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원래 1707년 박인로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한 유생들이 세웠지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70년 지금의 위치에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교육을 위한 강학 공간보다는 사당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곳입니다. 박인로는 조선 중기 가사문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그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약했던 인물입니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무과에 급제해 수문장, 만호 등의 관직을 거친 후, 고향으로 내려와 문인으로서 본격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도계서원 주변에 활짝 핀 배롱나무 한 그루를 보고 있으니, 임진왜란 이후 어려움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삶을 노래했던 「누항사」와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독락당」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매년 음력 3월 5일 도계서원에서는 노계 선생을 위한 향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을 주제로 떠나는 여정을 더욱 뜻깊게 완성하고 싶다면 이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것 또한 오직 영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테니까요. 도계서원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북안면 신평탑골길 93-59 - 운영 시간: 상시 개방 ※ 내부 관람 시 사전 협의 필요 - 문의: 054-330-6548 팔공산국립공원 자락에 자리한 은해사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다채롭습니다. 초파일은 지났지만, 사찰로 향하는 길과 은해사 내부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연등이 있어 보는 동안에도 축복받는 듯 눈이 아주 즐겁습니다. 잠시 멈춰 이곳에서 사진을 담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은해사는 809년(통일신라) 혜철국사가 ‘해안평’이라는 곳에 창건한 사찰로 처음에는 ‘해안사’라 불렸습니다. 지금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은 조선 시대인 1546년(명종 1년)으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지은 후 인종의 태실을 봉안하고 법당과 비석을 세우면서 ‘은해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은 사찰은 화려함을 뽐내기보다 검소함을 택해, 방문객에게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라 권하는 듯합니다. 무더위를 피해 그늘진 곳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온전한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사찰 곳곳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정성스럽게 올려둔 돌탑과 벤치 테이블에 놓인 도자기 인형이 있습니다. 그 간절한 바람이 마음에 남아 떠나기 전 잠시 그곳에 앉아봅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이 만든 깊은 분위기와 그곳에서 느껴지던 편안함이 매력적인 은해사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떠올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은해사(영천)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은해사로 300 - 운영 시간 [하절기] 08:00~18:00 [동절기] 09:00~17:00 - 문의: 054-335-3318 | 글, 사진: 이진세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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