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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메랄드빛 바다와 거친 바람으로 기억되는 제주는, 걸음을 조금만 안쪽으로 옮기면 뜻밖의 고요한 사색과 예술적 정취를 선물하는 반전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곶자왈의 싱그러운 숨결 속에 숨어 있는 현대 미술의 요람부터, 푸른 숲속 오솔길을 따라 만나는 경건한 안식처, 억새풀 대신 푸른 풀밭이 물결치는 웅장한 오름의 능선까지 제주의 서쪽 중산간이 품은 정겨운 세 가지 매력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 제주 중산간 감성 여행지 ★ -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푸른 숲과 모던한 건축이 어우러진 제주의 대표 현대 미술 공간 - 새미은총의동산: 삼나무 숲새 소리를 들으며 평온한 비움과 사색을 즐기는 호젓한 야외 정원 - 새별오름: 샛별처럼 빛나는 서부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오름 제주 서부 여정의 첫 단추를 채울 곳은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중심에 단정하게 터를 잡은 ‘제주현대미술관’입니다. 지난 2007년에 문을 연 이곳은 제주의 독특한 자연 유산인 곶자왈 숲과 현대 미술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문화 공간입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미술관 경내로 접어들면 제주의 상징인 검은 현무암 돌담과 이국적인 아열대 식물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미술관 본관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상설전시실에서 열리는 <김흥수: 어디서 본 듯한> 전시와 마주합니다. 한국 서양화단을 이끈 거목이자 구상과 추상을 하나로 융합한 '하모니즘(조형주의)'의 창시자, 고(故) 김흥수 화백은 대한민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입니다. 동양의 음양사상을 서양의 유화 기법으로 풀어내며 세계 미술계의 극찬을 받았던 분이죠. 화백은 생전에 제주의 빛나는 자연과 독특한 문화, 섬 특유의 평화로운 정취에 깊은 영감을 받아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했던 화백은, 지난 2006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미술관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혼이 담긴 대표작 20여 점을 흔쾌히 무상 기증했습니다. 거장의 아낌없는 결단은 제주현대미술관이 건립되는 결정적인 계기이자 든든한 주춧돌이 되었죠. 이러한 뜻깊은 내력을 알고 작품을 바라보면 시대를 초월한 거장의 숨결이 한층 더 진하고 묵직한 예술적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외에도 본관에서는 색과 감정을 주제로 삼은 따스한 체험형 기획전인 <마음이 알록달록>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25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색채를 마음으로 느끼는 심리적 언어로 바라보는 다정한 공간입니다. 특히 다섯 가지 주제 중 '초록_마음이 자라는 곳'과 연계된 참여 갤러리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색을 매개로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알록달록한 종이 조형물을 직접 배치해 가며 마음의 균형과 치유의 여정을 경험합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본관 건물 외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1평 미술관'이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2026년 9월 13일까지 박한나 작가의 <태양의 소실점에서> 기획전시가 싱그럽게 펼쳐져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다정하게 붙잡습니다. 건물 외벽 틈새를 실험적인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이 초소형 상자 모양 공간은 제주현대미술관 고유의 독창적인 공간 실험이 돋보이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제주의 푸른 자연 한가운데서 오롯이 예술가 단 한 명이 던지는 내밀한 메시지에 조용히 몰입하는 경험은, 지친 일상에 가장 완벽한 여백과 아늑한 휴식을 안겨줍니다. 잔디밭을 걸으면 하나의 현대 조각품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분관 건물과 만납니다. 실험적인 현대미술 전시나 지역 중견 작가들의 특별 초대전을 주로 개최하는 공간입니다. 분관 내부의 하얀 전시실로 들어서면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철저한 빛 조절과 담백한 공간 구성을 통해, 발길을 옮기는 길목마다 회화의 미세한 붓 터치와 생생한 색채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습니다. 분관 옆으로는 문화예술품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전국 최초의 문화예술 공공수장고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냅니다. 내부 공간에는 소장품을 활용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용관까지 조화롭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건물 전면에 화려하게 꾸민 야외 설치 미술품들이 어우러져 훌륭한 사진 명소 역할을 해내죠. 미술관 외부를 크게 감싸 안은 야외 조각도 놓치지 마세요. 자연 속을 한가롭게 거닐며 예술품을 만나는 야외 전시의 정수를 보여주는데, 제주의 바람과 햇살의 높낮이에 따라 매시간 색다른 그림자가 지며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죠. 아득한 제주의 푸른 숲 향기에 스며들고 거장의 위대한 예술 세계에 물들었다가 푸른 자연의 품에서 마침표를 찍는 미술관 나들이는, 당장 떠나온 오늘을 가장 완벽한 치유의 순간으로 만들어줍니다. 제주현대미술관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 이용 시간 [본관] 09:00~18:00 (매표 마감 17:30) [공공수장고] 09:15~17:30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평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관 - 문의: 064-710-7801 제주현대미술관을 나와 한림읍의 호젓한 중산간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평온함을 품은 정원과 만납니다. 주님의 은총과 순례객의 기도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예쁜 우리말 뜻을 품은 ‘새미은총의동산’입니다. 성지로 향하는 초입에 다다르면 제주의 검은 현무암으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성곽 모양의 진입 문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문 위에 단정하게 자리한 가브리엘 천사 조형물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서면, 세상의 번잡한 소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거룩한 자연 속에서 마음의 온전한 평온을 느끼게 되죠. 새미은총의동산은 제주 천주교의 개척자인 패트릭 제임스 맥글린치(임피제) 신부가 조성한 성이시돌목장과 경계를 나란히 마주하고 있습니다. 푸른 초원 위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과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순례객뿐만 아니라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참된 치유의 감동을 안겨줍니다. 목장 풍경을 뒤로하고 호수로 향하는 보행로로 접어들면, 웅장하게 자라난 삼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천연 지붕을 만들어줍니다. 제주의 청정한 공기와 푸른 피톤치드 향을 가득 머금은 호젓한 산책길을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게 비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오솔길 끝에서 마주하는 ‘묵주기도 호수’는 성지의 깊은 내력을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잔잔한 호수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 옆으로 동글동글하게 심은 향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죠.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묵주기도의 '묵주 알'을 자연의 생명으로 형상화한 나무들입니다. 순례객들이 이 길을 한 걸음씩 걸으며 나무 하나하나를 묵주 삼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무척 평화롭고 경건합니다. 호수 광장 한편에는 드넓은 제주의 하늘과 대지를 등지고 장엄하게 서 있는 대형 십자가상이 자리합니다. 십자가상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숭고한 경외감과 함께 내면의 평화가 피어오릅니다. 호수를 지나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최후의 만찬까지 주요 사건들을 시기별로 재현한 예수 생애 공원이 이어집니다. 제주의 단단한 자연 석축과 울창한 수목들을 자연스러운 무대로 활용하여, 성경 속 이야기들을 입체적인 실물 크기의 성상들로 정성껏 배치해 두었습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복음서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조용히 되새겨보기에 좋습니다. 특히 복음서에 등장하는 '갈릴래아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시는 예수'의 기적 장면 앞에 서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춥니다. 요동치는 뗏목과 제자들의 두려운 표정, 세차게 펄럭이는 옷자락을 극적으로 묘사하여, 인생의 모진 풍랑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묵직한 가르침을 깊은 종교적 예술성으로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발길이 닿는 곳은 가톨릭의 가장 거룩한 기도 의식인 ‘십자가의 길’입니다. 특히 십자가의 길 중 14처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며 겪은 고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거칠게 일렁이는 손과 발의 핏줄, 슬픔이 맺힌 자태를 하나씩 따라 걷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참회와 경건한 울림이 차오릅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 성스러운 동산은 제주 서부 여정 중 가장 다정하고 깊은 영혼의 쉼터가 되어줍니다. 새미은총의동산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새미소길 15 - 문의: 064-796-4181 제주 서부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 위에 장엄하게 솟아오른 ‘새별오름’입니다. '저녁 하늘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라는 다정하고 예쁜 이름을 품은 오름이죠. 주차장에서 탐방로로 들어서는 초입에 이르면, 오름 전체의 부드러운 유선형 곡선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표지석과 마주합니다. 가만히 서서 오름의 든든한 품을 사진으로 남긴 뒤 서쪽 등반로 입구로 향합니다. 이곳은 고려 시대 최영 장군이 몽골 지배층의 반란인 '목호의 난'을 격렬하게 진압했던 역사적 격전지이며, 오늘날에는 옛 목축문화를 계승해 오름 전체에 불을 놓아 풍년을 기원하는 '제주들불축제'를 해마다 개최하는 중심 무대이기도 합니다. 아득한 역사와 뜨거운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길목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죠. 오름의 서쪽 탐방로는 경사도가 제법 가파릅니다. 숨은 조금 가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어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탐방객들이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올라갈 수 있도록 친환경 야자 매트와 튼튼한 밧줄 울타리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촘촘하게 엮어 두어 안전합니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발밑을 내려다보면 푸른 수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마음에 싱그러움을 안겨줍니다. 한여름에는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초록빛 풀들이 온 사방을 청량하게 채우고, 가을이 찾아오면 이 수풀들이 일제히 은빛과 황금빛 억새꽃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장관을 선물합니다. 약 20분 정도 올라오면, 마침내 탁 트인 정상에 닿습니다. 숨을 들이쉬며 정상석을 배경으로 뿌듯한 인증 사진을 남긴 뒤, 오름이 선사하는 최고의 풍경을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이웃한 이달오름과 누운오름 등 제주 서부 중산간 특유의 역동적인 오름 군락들이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맑은 날에는 멀리 비양도와 서해의 푸른 바다 수평선까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천연 전망대죠. 광활한 초지와 푸른 자연림이 어우러져 마음에 깊은 평온을 선사합니다. 새별오름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 - 문의: 064-740-6000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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