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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선다. 뒷좌석에 두 아이까지 태우고. 오늘 목적지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다. 이 봄, 많고 많은 여행지 중에 왜 하필 그곳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순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니까. 부모로서 제대로 점수 한번 딸 수 있는 곳이니까. 박물관이 재미없다고? 천만의 말씀! “아빠! 우리 지금 어디 가?” “박물관” “박물관? 치!” “왜?” “…….” 대답이 없다. 출발할 때만 해도 한껏 들떠 병아리처럼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박물관’이라는 한마디에 말문을 닫아버린다. 룸미러로 눈치를 살피니 삐쳐도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어제 저녁부터 “어디 갈 거냐?”며 집요하게 묻는 아이들에게 그냥 “재미있는 데 간다”고만 말해놓은 터라 저희들 딴에는 놀이공원에라도 가는 줄 알았나 보다. 작은 녀석까지 덩달아 입을 삐죽거리며 ‘흥흥’을 난발한다. “연우는 뭘 안다고 흥흥거려? 박물관이 뭐하는 곳인지나 알아?” “알지, 왜 몰라. 재미없어, 박물관!” 뾰로통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하지만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법. 장난은 여기까지다. “박물관은 박물관인데, 사실은 어린이 박물관이지.” “정말? 정말이지? 어린이 박물관, 나 정말 좋아하는데.” 그새 연수의 목소리가 확 달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의심을 하는 눈치. 이쯤에서 아이들에게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고뤠~~” 목적지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도착한 건 10시 30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2회 차를 예약해놓은 터라 조금은 여유가 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관람객 수를 제한해 입장을 시킨다.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다. 현장에서도 매표를 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예약자가 많아 원하는 시간대에 입장권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가급적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게 좋다. 온라인 예약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 www.gcmuseum.or.kr )에서 가능하다. 차에서 내린 연수와 연우를 가장 먼저 반긴 건 거대한 벽이다. 알록달록한 글씨로 가득 채워진 벽. 한데 그 모양이 범상치 않다. 안내 팸플릿에는 강익중 작가의 작품이라고 적혀 있다. 제목은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그렇다면 분명 뭔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그 무언가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연수다. “아빠, 이거 봐. 이거 동요 가사야. 여기 봐봐. 푸른 하늘 은하수… 태극기가 바람에…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벽 자체가 거대한 동요 가사집이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연수의 흥얼거림에 연우까지 신이 났다. “새콤달콤 향내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 마음까지 덩달아 흐뭇해진다. 컴퓨터에서 출력해 간 예약 내역서를 제출하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아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2층과 3층을 잇는 전면 유리를 통해 화사한 봄볕이 고스란히 박물관 안으로 스민다. 봄기운 가득한 박물관 안에서 맑고 경쾌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들린다. 빛과 소리 그리고 쇠구슬의 움직임이 멋지게 어우러진 작품 <앙상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자, 지금부터는 아이들 세상이다. 입장권을 구입해줬으면, 이곳에서 부모들이 할 일은 딱히 없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아니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일반 박물관을 둘러보듯 한 바퀴 휙 돌고 나갈 생각이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다. 3층으로 이뤄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는 모두 8개의 전시 공간이 있다. 이들 전시 공간은 놀이와 체험 그리고 교육이라는 세 가지 테마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놀다 보면 자연스레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인공 암벽을 오르고 대형 시소를 타는 것만으로도 힘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튼튼놀이터’가 그렇고, 물 위에 배를 띄우고 펌프로 물레를 돌리며 물의 원리를 배우는 ‘한강과 물’이 그렇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은 어떻게?’에서는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양한 신체 모형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도 있다. ‘동화 속 보물찾기’와 ‘미니 씨어터’에서는 분장실에 마련된 다양한 복장을 이용해 동화 속 공주나 마녀도 되어볼 수 있다.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이웃 나라의 문화를 접하며 다문화 가족을 이해하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와 재활용품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에코 아틀리에’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천 코스다. 나와 남, 나와 자연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에코 아틀리에’는 다른 전시 공간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하려면 체험 시간을 꼼꼼히 챙겨두는 게 좋다. 이외에도 전시물 곳곳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전시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망토를 뒤집어쓰는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버리는 ‘도깨비 망토’, 모니터 속 내 모습을 보며 수없이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 체험’ 등이 바로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대표 체험들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물 따라가기!’ ‘힘과 움직임’ ‘재미난 미술을 즐겨요!’ 등 주제별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주제와 맞는 전시물을 함께 돌아보며 체험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일일 프로그램은 요일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 날짜에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해두는 게 좋다. 프로그램 내용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30분 정도 진행되는 일일 프로그램은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어린이 박물관이고 보니 전시 공간뿐 아니라 주변 시설에서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선 이동 통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주요 통로는 모두 경사로로 되어 있다. 경사가 완만해 유모차나 휠체어도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전시관 입구와 출구에 문턱이 없음은 물론이다. 영아를 동반한 가족을 위해 기저귀 교환대와 수유실이 마련돼 있고, 2층 ‘한강과 물’ 코너 앞에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보건실도 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여느 박물관처럼 해서는 안 되는 것보다 해도 되는 것이 많은 공간이지만 관람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음식물 반입은 일절 금지다. 보다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위해서다. 박물관 내에 식당이나 매점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물이나 음료수는? 물론 안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전시관 입구에는 수시로 채워 넣는 정수기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식사나 기타 이유로 잠시 밖으로 나가야 할 때는 1층 안내데스크에 얘기해 박물관 앰블럼이 새겨진 도장을 손에 받으면 된다. 들어올 때는 입구에서 손에 찍힌 도장만 보여주면 무사통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입장권을 예약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시간까지는 별다른 조치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2시간 이상 늦는 경우에는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뒤 입장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1.주변 음식점 미담 : 성복동 / 한정식 / 031-263-6855 화진포메밀막국수 : 동천동 / 메밀국수 / 031-272-2259 무봉리토종순대국 : 주전동 / 순댓국 / 031-889-7002 보리네생고깃간 : 신봉동 / 한우 / 031-276-6992 기와집순두부 : 상갈동 / 순두부한정식 / 031-282-2708 2.숙소 호텔쥬얼리 : 신갈동 / 031-283-5650 리오모텔 : 신갈동 / 031-281-0059 Q호텔 : 포곡읍 / 031-339-8881 원져캐슬관광호텔 : 신갈동 / 031-895-5000 한화호텔&리조트 : 남사면 / 031-332-1122(단체 가능) 글, 사진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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