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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순, 전남 담양군 담양 읍내 메타세쿼이아길 옆에 호남기후변화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담양에 대나무박물관이 들어선 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메타세쿼이아박물관도 아니고 죽순음식체험관도 아니고 왜 기후변화체험관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느린 걸음으로 죽녹원 대숲길, 관방제림 수변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산책을 1시간 반 정도 즐긴 다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동쪽 끝 가까운 지점에 사각형 대바구니 형상을 하고 있는 기후변화체험관을 찾아갔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사람은 자연환경해설사라는 직함을 가진 이행은 씨다. 관광명소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지만 기후변화체험관에는 자연환경해설사가 관람을 도와준다. 1층 전시실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먼저 맞이하는 것은 굵직한 고목 한 그루. 본디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마을의 보호수였던 이 느티나무는 수령 약 200년으로 높이 20m, 둘레 3.5m나 되는 거목이었다(측면에 세워진 안내판 기준). 헌데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죽은 나무를 통해 태풍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이어서 보게 되는 것은 안내데스크 옆에 공개적으로 설치된 에너지 시스템실(전시실 1). 이 건물은 지열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를 냉난방과 조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지열에너지는 빨갛고 파란 파이프들을 통해서 건물 곳곳에 전달되고, 태양광에너지는 건물 외부 유리창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모듈을 통해 수집된다. 기후변화체험관답게 화석 연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본격적인 관람시설은 2층에 집중 배치되어 있다. 각 전시실의 테마를 따라 공부의 재미에 빠져보는 여행이 시작된다. 어른들도 초등학생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전시실 2는 '자연의 선물, 신재생에너지'를 테마로 삼았다. 기후변화의 해결책은 신재생에너지에 달려 있음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강조한다. 먼저 지구온난화의 뜻과 그 악영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기후, 숲, 철새 등의 변화에 대해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 수준에 이른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숲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숲은 온대 지역답게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온난화의 영향으로 동백나무, 종려나무 등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이 식물들은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것들이었다. 또 개구리의 출현 시기가 앞당겨져서 개체수가 감소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예부터 개구리 울음소리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온 상승으로 개구리가 세상에 빨리 나오고 산란도 빨리 이루어진다. 너무 일찍 깨어난 개구리가 낳은 알은 뜻밖의 한파에 얼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까닭에 개구리 개체수가 30% 가량 감소했다. 벽, 천장, 복도 조명을 비롯해 전시실 곳곳이 담양의 특산물인 대나무로 꾸며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실 3의 주제는 '하나뿐인 지구, 변화하는 지구'이다. 대나무로 만든 큰 지구본이 빙빙 도는데, 조명에 의해 오대양 육대주가 지구본 위에 그려져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이곳에는 인류와 기후, 한반도의 기후, 세계의 기후 등을 설명해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여기서 기후란 무엇이고 날씨와 기후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니 매일 밤 TV를 통해 보는 날씨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본다. 기후란 '지구상의 어느 장소에서 오랫동안 나타난 기온, 강수량, 바람 등의 대기 상태이고 이들 요소를 30년간 관측한 것의 평균값'이다. 날씨는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매일매일의 대기 상태'로 하루하루 변하는 것은 날씨이고 그 평균값을 기후라고 한다. 이 정도 이해하고 나면 '기상예보사에 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쭐해진다. 전시실 4와 전시실 5에서는 '함께 지키는 지구', '기후 천년, 담양'에 대해 생각해본다. 댓잎으로 엮은 의자에 편안히 앉아 조명이 설치된 병풍에서 떠오르는 시편들을 감상해도 좋다. 대나무의 고장답게 모두 대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들이다. 고려 말기의 충신 원천석의 시조부터 읽어보자.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던고 / 굽을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쏘냐 / 아마도 세한고절(歲寒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작고한 신석정 시인의 <대숲에 서서>라는 시도 병풍 위로 떠오른다. …대숲은 좋더라 / 성글어 좋더라 /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 꽃가루 날리듯 흥건히 드는 달빛에 / 기적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거나. 문병란 시인의 <담양골 노래>도 가만히 읊어본다. 참대밭에 깃드는 텃새 / 정다운 누이 같은 참새들이 / 처마 끝에 비단 노을 물들 때 / 쫑알쫑알 고향 노랠 부른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체험관의 분위기를 시편들이 부드럽게 녹여내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터치스크린 게임과 대나무로 정교하게 만든 혼천의, 앙부일구, 측우기 등 선조들의 천체 관측 기구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관람이 거의 끝날 무렵,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앞서 품었던 의문, 즉 '왜 담양에 기후변화체험관이 들어섰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게 된다. '대나무가 기후변화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나무‧등나무 네트워크 조직은 대나무가 탄소 저감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식물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대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은 소나무의 4배에 달하고, 피톤치드 발생량은 편백보다 2배 이상이다. 대숲의 음이온 함량은 도심의 7.4배, 산소 방출량은 일반 수종보다 35%가 많다. 또 하루에 최대 1.2m까지도 자라기 때문에 지구를 지키는 역할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한다. 대나무의 효능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안 이상, 전국 대나무숲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담양에 기후변화체험관이 설치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기후변화체험관을 떠나기에 앞서 대나무로 만든 자전거가 거치된 코너에서 화면을 보며 담양 자전거 여행을 즐겨도 좋고, 체험교육실에서 메타세쿼이아 열매로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추억을 남겨도 좋다. 담양의 봄철 먹거리로는 죽순이 으뜸이다. 대나무의 어리고 연한 싹을 죽순이라고 한다. 죽순 요리는 떡갈비, 대통밥, 한정식, 국수, 돼지숯불갈비, 창평국밥‧암뽕순대, 한우생고기, 메기찜․메기탕, 한과․쌀엿 등과 더불어 '담양10미'의 하나로 대접받는다. 담양 사람들은 죽순으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서 외지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요리법은 날로 늘어나 죽순밥, 죽순정과, 죽순채, 죽순회무침, 죽순묵무침, 죽순된장찌개 등에 이어 죽순탕수육, 죽순빵도 등장했다. 구름다리식당 주인 김해숙 씨는 죽순회를 사철 맛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다른 계절에는 염장한 죽순을 사용한다며 죽순탕수육의 경우 아삭아삭한 죽순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조화를 이루어 도시 사람들과 어린이들도 좋아한다고 들려준다. 죽순은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와 숙변 제거, 대장암 예방,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 단백질과 비타민B, 무기질이 풍부한 데다 칼륨이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비만이나 고혈압 예방에도 권장되는 식재료이다. 호남기후변화체험관 주소 : 전남 담양군 담양읍 메타세쿼이아로 45 문의 : 061-380-2950 담양군청 관광레저과 : 061-380-3141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 장성분기점 → 고창담양고속도로 → 담양분기점 → 담양IC → 메타세쿼이아길 → 호남기후변화체험관 * 대중교통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담양까지 고속버스 1일 4회 운행, 3시간 45분 소요 • 광주버스터미널에서 담양까지 직행버스 15분 간격 운행, 3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구름다리 : 죽순탕수육 / 담양군 담양읍 죽향문화로 381 / 061-383-7780 전통식당 : 한정식 / 담양군 고서면 고읍현길 38-4 / 061-382-3111 민속식당 : 한정식 / 담양군 담양읍 객사1길 8 / 061-381-2515 3.숙소 그린파크텔 : 담양군 담양읍 미리산길 3 / 061-383-5858 http://www.dygreenpark.co.kr/index.php 골든리버텔 : 담양군 담양읍 무정로 26 / 061-383-8960 http://www.goldenriver.kr/ 호텔대나무이야기 :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46 / 061-382-1335 http://www.대나무이야기.kr/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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