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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라는 이름은 서글프다 . 바다인데 강처럼 물살이 거센 울돌목 때문에 오래전부터 섬 중에도 외딴섬이었다 . 뭍이 그리워 , 떠난 임이 그리워 진도의 여인은 목을 떨어 음을 만들었다 . 혼자 부르면 슬프고 , 여럿이 부르면 흥겨워지는 신기한 여인들의 아리랑 가락이 토요일마다 매화 향기처럼 진도에 퍼진다 . 글 정혜정 사진 진도군청 , 한국관광공사 DB 요즘은 ‘ 아재 ’ 여부를 감정 표현으로 판독한다 . 아저씨는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기면 일상어에 음을 붙이고 , 젊은이는 무미건조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디에 속할까 짐작해봤다 . 자리에서 일어나며 붙이는 “ 에고고고 ” 소리 , 라면을 끓이려고 냉장고를 열며 “ 달걀이 어디 있더라 ” 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영락없는 아재 영역이다 . 한이 쌓이면 소리가 된다더니 나도 이제 밖으로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쌓여 소리로 나오는 나이에 이르렀나 보다 . 주변인에게 풀지 못하는 이야기가 노래로 나온다면 , 전쟁과 수탈을 겪은 이들은 노래 없이 살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 우리나라 어느 곳이 아픈 역사에서 자유로울까마는 외진 땅은 슬픔이 더 깊었으리라 . 국가무형문화재 4 종과 시도지정무형문화재 5 종 , 무형문화재 보유자 15 명이 있는 진도 . 기록만으로도 아픔이 짐작되는 섬이다 . 삼별초의 난으로 떠난 동생 ,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 전쟁에 끌려가 연락이 끊어진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노래가 됐다 . 사는 일이 고달픈 아낙들은 바싹 말라 갈라진 밭을 갈 때면 소리가 절로 나왔다 . 진도에서 육자배기 한 자락 뽑아내지 못하는 사람은 어울리기 힘들다는 말이 괜히 이야기가 아니다 . 지금은 모내기 철이 돼도 예전처럼 막걸리 한 사발에 구성진 가락을 뽑는 아낙을 보기 힘들지만 , 토요일 오후에 진도향토문화회관을 찾으면 가슴을 훑어 내리는 소리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다 . 오랜만에 찾은 진도 .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한 것은 별로 없다 . 마치 시골에 도착한 손주를 마중 나온 외할머니 같다 . 늘 있는 건물에 비슷한 풍경도 그렇고 , 마음이 반갑고 푸근해지는 것이 그렇다 . 이런 진도에 선홍빛 꽃신 같은 건물은 대부분 소리와 관련된 곳이다 . 소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증거다 . 진도토요민속여행은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기획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도 여행을 대표하는 코스다 . 예술가들은 1997 년에 진도향토문화회관이 생긴 이래 2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토요일 오후 2 시부터 3 시 30 분까지 90 분 동안 소리로 사람들을 만나왔다 . 현재 진도군은 국가무형문화재 4 종 ( 강강술래 , 남도들노래 , 진도씻김굿 , 진도다시래기 ) 과 시도무형문화재 5 종 ( 진도북놀이 , 진도만가 , 남도잡가 , 진도소포걸군농악 , 조도닻배노래 ) 을 보유하고 있다 . 공연 프로그램은 매주 조금씩 달라진다 . 전통 민요와 기악 , 무용 , 사물놀이 , 창작 공연 등 민속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무대를 선사한다 .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면 500 여 객석은 주름진 할머니 , 할아버지와 동네 주민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 한가하던 주차장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로 번잡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 공연은 ‘ 진도아리랑 따라 부르기 ’ 로 시작한다 . 진도에서 노래 좀 한다는 자랑은 금지라지만 , 가락은 배워야 하지 않겠나 .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따라 부를 때는 맛을 모르겠더니 슬쩍슬쩍 어깨도 움직인다 . 참 신기하다 . 진도아리랑은 혼자 부르면 슬프고 , 서넛이 부르면 힘이 나고 , 스무 명이 부르면 흥이 난다 . 낮은음은 흔들고 높은음은 꺾어서인지 흥겹고도 슬프다 . 그래서 여럿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노래가 진도아리랑 , 육자배기 , 흥타령인가 보다 . 혼자 부르기보다 함께 불러야 제맛이라는 이야기다 . 맘만 먹으면 진도아리랑 한 곡으로도 여섯 시간은 너끈하다 . 다른 아리랑과 달리 끊임없는 노랫말이 있기 때문이다 . 《아리랑타령 가사집》에 따르면 진도아리랑의 노랫말이 약 750 개나 된다고 한다 . 진도 사람들이 가슴에 간직한 사연이 노래가 된 듯하다 . 중간 노랫말은 달라도 마무리는 항상 “ 만경창파에 두둥실 뜬 배 ‘ 로 끝나는 점이 재미있다 . 부르다가 지칠 즈음이면 어김없이 만경창파가 나온다 . 15 분 정도 따라 부르기 시간이 끝나면 본 공연이 시작된다 . 사물놀이와 민요 중심으로 무대가 펼쳐지기도 하고 , 판소리와 입체창 , 살풀이를 하는 날도 있다 . 삶의 소리에 빠지지 않는 육자배기는 남도 사람의 정서를 대표하는 소리다 . 낮은음은 흔들고 가운데는 평음으로 , 높은음은 꺾는다 . 우리 민요 중 유일하게 반음을 내기도 한다 . 그래서인지 피멍 같은 소리가 난다 . 낮은음을 되직하게 읊는 아쟁 소리가 남도 가락과 어우러지면 또 그렇게 서글프다 . 소박하면서도 꿋꿋한 소리로 ‘ 전남의 심장 ’ 이라 불리던 고 조공례 여사의 막내딸 박동매 씨가 선사하는 남도들노래도 반갑다 . 곽재구 시인이 써 내려간 작품 속 “ 조선의 매화가 부탁한 소리 ” 가 무대에 향기롭게 퍼진다 .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소리를 중심으로 공연하는 것도 진도토요민속여행의 특징이다 . 춘향과 이몽룡이 문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 사랑가 ’ 는 판소리를 알지 못하는 이라도 한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다 . 창을 부르면서 가락에 맞춰 즉흥적인 춤을 곁들이는 입체창으로 선보여 정감 있다 . 상여 나가는 일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보기 힘든 다시래기와 망자를 달래는 씻김굿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 진도다시래기 ( 국가무형문화재 81 호 ) 는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 , 상주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사물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 , 재담으로 진행하는 민속놀이다 . 상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흥겹고 , 신나고 , 우습다 . 관객의 웃음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무대기도 하다 . 놀이판이 흥이 날수록 혼백이 좋은 곳으로 간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 어머니를 멀리 떠나보낸 지인은 진도씻김굿을 보러 갔다가 진도다시래기에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 진도북놀이는 흥을 돋운다 . 다른 지역의 북놀이와 달리 양손에 북채를 든다 . 즉흥적이고 다양한 북가락과 춤이 어우러져 한손으로 치는 것보다 다이내믹하고 , 멈춤과 이어짐이 빠르다 . 원래는 남자로 구성된 무대인데 , 얼마 전부터 여자와 함께 하는 통합 북놀이도 선보인다 . 남자의 역동성과 여자의 우아함이 어우러져 무대가 더 풍성하다 . 사물놀이가 이어지면 흥은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내려온다 . 꽹과리가 뛰쳐나가고 장구가 달리면 상모는 판세를 한데 모아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한다 . 관객의 마음도 , 몸도 가락과 함께 돌아간다 . 강강술래를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자가 나와 다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른다 .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배워서인지 아까보다 능숙해진 느낌이다 . 관객이야 일 년 치 흥을 오늘 다 쏟지만 , 출연자는 매주 하는 공연일 텐데 그 뜨거움이 참으로 신기하다 .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사진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니 진도토요민속여행이 800회가 넘도록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 ✔ 주소 -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대로 7197 진도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 ✔ 문의 - 진도향토문화회관 061-540-6253, 진도군립민속예술단 061-544-8978 ✔ 홈페이지 https://goo.gl/NZ9LMX ✔ 식당 - 통나무집 : 활어회 , 꽃게장|전남 진도군 군내면 진도대로 8459-18 | 061-542-6464 - 묵은지 : 한우|전남진도군 진도읍 남동 1 길 12-5 | 061-543-2242 - 사랑방 : 간자미무침|전남진도군 진도읍 쌍정 2 길 22 | 061-544-4117 ✔ 숙소 - 진도한옥펜션 ( 한국관광품질인증제 ) : 전남 진도군 의신면 진도대로 3146-3 | 061-544-7316 | www.paldohanok.com - 진도가휴재 : 전남진도군 임회면 아리랑길 6-10 | 010-4640-7189 | www.gahyujae.com - 태평모텔 : 전남 진도군진도읍 남동 1 길 65 | 061-542-7000 ✔ 여행 팁 진도토요민속여행은 공연 내용이 매주 달라진다 . 매달 초 진도군 관광문화홈페이지 ( https://goo.gl/NZ9LMX ) 에 프로그램과 출연진 명단이 실린다 . 특별 무대가 있는 주에는 500 여 석이 꽉 차므로 일찍 들어가야한다 . 약간 차이는 있지만 1~2 월은 공연하지 않는다 . ※ 위 정보는 2018 년 12 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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